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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한국으로부터 수입되는 물건에 25%의 관세를 적용한다고 발표하며 미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한국 기업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정부가 상호 관세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미국 정부는 한국 시간 기준 3일 오전 5시 상호 관세 부과를 발표했다. 이번 상호 관세는 5일 기본 관세와 9일 시행되는 ‘최악 국가’에 대한 개별 관세로 구성됐다.
기본 관세는 10%이며 한국·중국·일본·유럽연합(EU)에는 더 많은 관세가 부과됐다. 한국에 부과되는 관세는 25%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이 미국에 50%의 관세를 적용하고 있으며 이에 25%의 관세를 적용한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2년 발효된 한·미 FTA에 따라 양국은 대부분의 상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했으며 2024년 기준 대미 수입품에 대한 실효 관세율은 0.79% 수준이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이 수입 쌀에 대해 최대 513%에 달하는 관세를 부여하고 있다고 언급했으며 미국 무역대표부가 최근 작성한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 △전자상거래·디지털 △소고기 △수입차 배출가스 규제 등에 대한 불공정 무역이 언급된 만큼 이를 종합해 25%의 관세를 매긴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일본과 다른 매우 많은 나라가 부과하는 모든 비금전적 제한이 어쩌면 최악”이라며 한국과 일본을 따로 언급하기도 했다.
다른 국가의 경우 △중국 34% △EU 20% △베트남 46% △일본 24% △인도 26% △태국 36% △스위스 31% △인도네시아 32% △말레이시아 24% 등이 적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 행정명령 서명 전 연설에서 ‘해방의 날’을 선언하며 “다른 나라들이 미국 제품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고 산업을 파괴하기 위해 터무니없는 비금전적 장벽을 만들었다”며 “미국 납세자들은 50년 이상 갈취를 당해왔으나 더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관세로)보복하지 마라”며 “보복하지 않는 한 이것이 가장 높은 수치(의 관세)일 것”이라고 언급하며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국가가 있을 시 더 높은 금액의 관세를 부과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2024년 기준 한국의 미국 수출액은 1277억9000만 달러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출액을 기록했으며 올해에는 미국 수출액이 중국 수출액을 넘어섰다. 최근 몇 년 동안 전체 수출에서 미국 수출액 비중 확대되고 중국 수출액이 감소하는 추세였던 만큼 미국의 관세 장벽은 수출 기업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세계 최대의 소비 시장인 미국이 보호무역주의 기조로 돌아섬에 따라 전 세계가 무역 장벽을 높이는 방향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에 더욱 안 좋은 소식이다.
미국 상호 관세 적용의 후폭풍으로 2일 종가 기준 2504.86이었던 코스피 지수는 3일 오전 9시 2437.43으로 급락했다. 또한 상호 관세 발표 이후 나스닥 선물이 4.44% 하락하고 S&P 500 선물은 3.57% 하락하는 등 미국 시장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 관세를 발표한 이후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3일 오전 7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안보전략 TF 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에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 등 경제 관련 주요 인사들이 참여했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미 상호 관세 주요 내용을 보고 받고 “글로벌 관세전쟁이 현실로 다가온 매우 엄중한 상황인 만큼 통상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할 것”이라며 “기업과 함께 오늘 발표된 상호 관세의 상세 내용과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지금부터 본격적인 협상의 장이 열리는 만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미협상에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한 권한대행은 자동차 등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로 영향을 받을 업종과 기업에 대한 긴급 지원대책도 범정부 차원에서 조속히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정부는 TF 회의 직후 경제부총리 주재로 ‘거시경제 금융 현안 간담회’를 개최해 미국의 관세 조치에 따른 금융‧외환시장 영향을 점검하고 11시30분에는 산업부 장관 주재로 ‘민관합동 미 관세조치 대책 회의’를 개최해 대미 아웃리치 등 업계와의 공동 대응 전략을 논의할 계획이다.
아울러 오후에는 한 권한대행 주재로 주요 기업 등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제3차 경제 안보 전략 TF’ 회의를 개최해 대응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은행 또한 시장 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국가별 관세율이 높았고 대상 국가도 광범위했다는 점 등에서 시장 예상보다 강한 수준이었다”며 “국외 사무소 등과 연계한 24시간 점검 체제를 통해 관련 리스크 요인의 전개 양상과 국내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적기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럽연합은 관세 부과에 반발함과 동시에 협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베른트 랑게 유럽의회 무역위원장은 2일(현지 시간) 성명을 발표하고 “부당하고 불법적이며 불균형적 조치는 관세 분쟁만 더 부추기고 미국과 전 세계 경제가 내리막길을 걷게 할 뿐”이라며 “우리의 입장과 단호한 대응이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충분한 인센티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관세 부과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게속해서 일본을 제외해달라고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고 언급한 만큼 추가적인 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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