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형의 만사만감(萬事萬感)] 행복의 비결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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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예쁜 꽃이 없듯이 덜 예쁜 꽃도 없다.

최문형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4-04 00:02:50

‘행복’에 관한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만족한 상태’라고 되어 있다. 뒤집어 보면 ‘불만족하면 불행하다’는 말이 된다.

부모들이 듣고 놀라는 자녀의 말 중에 이런 것이 있다. “나는 부모님의 사랑에 불만이 많아요. 내가 원하는 사랑은 주지 않았어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키웠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웬 말인가 싶다. 부모에 대한 이러한 불만족은 평범한 사람들만 그런 게 아니다. 지구적으로 유명한 분들의 자서전이나 평전을 많이 대하게 되는데, 놀랍게도 그분들 또한 부모님의 관심 부족과 사랑 부족을 토로했다. 덧붙여서 그런 환경 덕분에 자기 정체성을 세우느라 더 노력하며 살았다고 한다.

굉장히 배가 고플 때는 무엇을 먹든 무조건 맛있다. 미각이 제 기능을 포기한 상태이다. 일단 생명을 살리고 보아야 하니 그렇다. 하지만 허기를 채우고 나면 사정은 달라진다. 나중에 다시 똑같은 음식을 먹어 보지만 그때 같지 않다. 인간관계와 사랑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마음이 고플 때 옆에 있는 사람과의 결혼을 결단하는 경우가 많고, 낯선 집단에 가면 말 걸어 주는 사람이 천사로 보인다. 외로울 때 만난 배우자와 친구는 처음엔 꿀처럼 달기만 하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 달라진다.

친구의 거듭되는 실수가 최악의 단점으로 보이고 여러 면에서 배우자를 능가하는 매력적인 이성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의 부모와 비교하기 시작한다. 주말마다 가족 나들이에 데려가는 부모님, 용돈을 내 부모님보다 2배도 더 주는 부모님들 이야기를 듣다 보면 상대적 마음의 빈곤을 느끼게 된다.

결국 우리는 가족 관계·친구 관계에서 여러 스타일의 불만족을 갖게 되고, 불만족은 삶을 행복하지 못한 상태로 이끈다. 상대적인 비교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그래서 많은 심리 전문가들의 조언은 ‘남과 비교하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평범한 우리에게 이것이 가능할까. 어른이든 아이든 인생에서 비교는 거의 본능이 되었다. 비교해서 우월감을 느끼면 성취한 것 같고 그렇지 않으면 패배감을 느낀다. 우리는 남을 거울처럼 바라보고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선명한 거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나보다 우월한 사람을 보면 따라잡거나 닮고 싶어 한다. 그런 마음은 때때로 자기성장의 촉진제가 되기도 한다.

한편으로 우리는 완벽을 꿈꾼다. 모든 면에서 완벽하고 완전하지 못하면 박탈감을 갖는다. 자신의 신체적 모습에도 그렇다. 이른바 완벽한 얼굴과 몸매를 위해 우리는 인생을 태운다. 다시 인간관계로 돌아가 보자. 완벽성을 향한 우리의 욕심은 가까운 상대에게로 치닫는다. 나의 가족과 친구는 나 자신이나 마찬가지이니 그 또한 완전해야 한다. 모든 불평과 원망과 불화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부모는 나가서 뛰어놀기 좋아하는 아이에게 큰 우려를 표시한다. 시간을 헛되게 낭비한다고 잔소리하고 꾸짖는다.

사실 아이가 뛰노는 것은 당연하고 고마운 일이다. 아이가 아프다면 그렇게 활동하지 못할 것이다. 배우자를 향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기대에 못미치는 남편의 수입은 부인의 생활을 완벽히 채워 주지 못한다. 솜씨 서툰 아내의 저녁 메뉴는 남편의 입맛을 돋우지 못한다. 생각을 살짝 바꾸면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는데 그게 잘 안 된다. 가족만 생각하며 묵묵히 의무를 다하는 남편과 피곤한 몸을 이끌고 퇴근하는 남편을 위해 정성껏 저녁을 준비한 아내는 서로에게 더할 수 없이 소중한 사람이다. 그런 마음을 몰라 준 채 배우자가 서로에게 불만족하다면 행복은 아주 멀리로 달아나 버린다.

건강에 대한 기대와 만족도 마찬가지이다. 더 건강하려고 열심히 하는 운동이 오히려 관절 건강에 안 좋은 경우가 있고, 특정 질환을 개선하려고 시술이나 수술을 했는데 후유증으로 몸이 더 안 좋아지기도 한다. 나 자신도 그런 경험을 했고 주변에서도 같은 경우를 많이 보았다. 무엇이든 ‘개선(改善)’하고픈 마음이 ‘개악(改惡)’으로 이끌기도 한다.

그렇다고 생을 영위하는 생명체인 인간이 어떻게 무념무상할 수 있겠는가. 그런 일은 성인(聖人)들의 세상에서나 가능하다. 답은 자족(自足)이다. 내가 덜 가진 것을 보는 대신 내게 좀 넘치는 면에 집중하는 것이다. 비교하지 않으면서 살 수 있다면 최상이겠지만 결국 비교라는 선악과를 따 먹었다면 “그래도 이만한 게 어디야?”라고 외치는 것이다. 최선은 아니지만 효과는 있다. 그게 안 되면 완전함의 기준을 낮추는 것이다. 나 자신에게 또는 가족이나 친구 등 인연에게 ‘이 정도면 되었어!’라고 합격 점수를 선사하는 것이다.

봄꽃을 보면서 생각하자. 꽃들은 서로 우열을 다투지 않는다. 더 예쁜 꽃이 없듯이 덜 예쁜 꽃도 없다. 우리가 그들에게 등급을 매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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