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저가 공세에 제철·석화 등 韓 산업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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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철강기업 생산설비 폐쇄·매각 추진
유통도 위기… 디스플레이도 과거 사업 철수

노태하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1-18 08:00:21

중국의 저가 공세에 제철부터 석유화학 등 국내 산업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중국발 저가 철강 밀어내기 공세에 국내 주요 철강기업이 생산설비 폐쇄·매각을 추진하는 등 국내 제철업이 휘청이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업계도 저가 중국 제품의 과잉 공급으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발 저가 철강 제품 공세로 인한 제품 단가하락 등의 여파로 포항 2공장 폐쇄를 결정한 현대제철의 관계자는 18일 “중국산 저가 철강의 영향으로 공장 가동률이 많이 떨어지다가 결국 공장 가동을 멈추는게 더 효율적인 상황을 맞아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이 주로 생산하는 후판의 경우 중국산 후판이 25% 이상 저렴한 가격 수준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국 철강 기업들은 자국 경기 침체에도 철강 생산량을 줄이지 않고 있는데 여기서 나온 철강 제품들이 해외에 저가로 수출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발 저가 철광 제품의 과잉 공급으로 최근 포스코도 저수익 사업 및 비핵심 자산에 대한 구조개편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2023년 1억3000만 달러(약 1820억 원) 규모 적자를 기록한 중국 장쑤성의 장가항포항불수강 제철소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중국의 저가 철공 공세로 단기적으로 국내 철강업계가 영향을 받지만 장기적으로는 철강 수요 산업인 조선·건설·자동차 업계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저가 철강이 국내에 많이 수출돼 국내 기업들이 생산량이 줄고 중국 수입량이 많아져 철강을 중국 수입에 크게 의존하게 된다면 중국 기업들이 가격 결정력을 가지고 될테고 이에 따라 주요 국내 주요 철강 수요 산업인 조선·건설·자동차 업계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석유화학업계도 중국 기업들의 석유화학 제품 저가 공세에 실적 부진을 겪는 등 불황을 맞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톤당 848달러에 거래되던 주요 석유화학 제품인 PVC(폴리염화비닐) 가격은 9월 기준 780달러로 급락했다.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의 최근 3분기 실적은 부진하다. LG화학은 올해 3분기 석유화학 부문에서 382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3분기 매출 5조2002억 원·영업손실 4136억 원을 기록했다. 직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한 것이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도 31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품에 많이 의존하던 석유화학 제품들을 이제는 중국 현지 기업에서 생산시설을 늘리고 자급률을 키워 저가로 공세를 퍼부으며 국내 석화업계가 실적 부분에서 피해를 보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 등 납사 크래킹 센터(NCC)를 가지고 있는 석유화학 업체들은 중국의 석화 제품 공급 과잉에 제일 큰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석유화학 업체들은 NCC에서 납사를 이용해 여러 가지 기초 플라스틱을 만든다.

그는 “NCC는 석유화학 산업의 쌀로 불리는 기초 유분을 만드는 시설인데 최근 중국에서 이 NCC를 많이 늘렸다. 이에 따라 관련 시설을 가지고 있는 LG화학이나 롯데케미칼 등 회업체들이 안 좋은 상황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저가 공세로 위기를 맞은 것은 철강과 석유화학업계 뿐이 아니다. 최근 알리익스프레스를 비롯한 중국의 이커머스 업계는 저가 공세를 통해 자본력을 바탕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위협 중이다. 과거 2022년에도 중국 제품의 저가 공세에 못이겨 삼성디스펠리이가 LCD(액정표시장치) 사업에서 31년 만에 철수했다.

노태하 기자 thn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