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5·18묘지 안장자 정보 ‘깜깜’… 뒷짐 진 보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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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공자 감추기 급급한 광주시에 대응 못하고 방관한 탓
보훈부 확보자료와 실제 명단 안 맞고 누락자도 수두룩
어린이·무명 안장자도 많아… ‘가짜 유공자’ 불신 키워

이여진 편집위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1-15 00:05:01

국가보훈부가 5·18민주묘지 안장자의 정보조차 제대로 파악하고 관리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나 유공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스스로 갉아먹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5·18유공자 명단 감추기에 급급해 국민 불신을 초래해 온 광주시의 안하무인격 태도가 이를 방관해 온 ‘깜깜이’ 보훈행정 때문이 아니겠냐는 비판이 제기될 전망이다.

14일 스카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보훈부가 관리하는 5·18 민주묘지 안장자 기록과 실제 묘지에 묻힌 명단 정보 사이에 심각한 불일치 현상이 발견됐다.

보훈부-5·18 묘지 간 정보 불일치 ‘수두룩’… 생년월일 누락만 108명

광주 5·18 민주묘지는 1980년 5·18 당시 희생된 이들의 안식처로 조성됐다. 보훈부 산하 국립5·18민주묘지관리소가 유공자 명단에 근거해 안장자 정보를 관리하고 있다.

보훈부가 웹사이트에 공개한 5·18 민주묘지 안장자 정보 목록에는 108명의 생년월일이 누락돼 있었다. 그러나 본지가 현장을 찾아 전수조사한 결과 실제 묘지 비석에는 생년월일이 빠짐없이 기재돼 있었다.

사망일과 안장일이 누락된 보훈부 기록은 수십 건에 달했고 사망일 또는 안장일이 기재되지 않은 기록도 발견됐다. 이름만 덩그러니 기록된 사례도 눈에 띄었다.

1971년생 윤명희 씨는 보훈부 기록에 실종 후 1980년 5월20일 사망한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윤씨의 행적 또는 5·18과의 연관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없다. 본지가 분석한 1·2차 5·18 유공자 명단에도 윤씨는 없었다.

5·18 묘지 묻혔는데 보훈부 기록 無… 신원미상자도 유공자로 묻혀

5·18 민주묘지에 안장된 인물 중에 보훈부에 기록이 없는 사례도 잇따랐다.

유공자 유홍열 씨와 김영곤 씨는 각각 2023년과 2019년에 사망해 5·18 묘지에 안장됐지만 보훈부 기록에는 이름조차 찾아볼 수 없다.

또한 5·18 민주묘지에는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무명열사들이 안장된 것으로 확인됐다. 1-4-90, 1-4-92, 1-4-97의 묘에 신원 미상자가 무명열사로 새겨진 채 묻혀 있다.

이들의 5·18 당시 행적이나 5·18 연관성은 확인할 길이 없다.

5·18 당시 혼란스럽고 무질서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희생자의 유공자 묘역 안장은 재고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신상 정보 일관성 결여… 유공자 명단 공개 후 객관적 공훈 평가 시급

보훈부 기록과 5·18 묘지 비석의 이름 정보가 불일치하는 사례도 나왔다. 보훈부와 5·18유공자 명단의 ‘김영임’ ‘김연임’ 씨는 5·18 묘지 비석에는 ‘김영님’ ‘김연님’으로 새겨져 있었다.

이에 대해 광주시는 본지 기자의 질문에 “광주시에 자료가 없고 유공자 통합관리 기구도 없으니 보훈부에 문의해달라”고 답했다.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는 선정 기준의 공정성과 5·18의 성격 자체에 관한 역사적 평가 문제로 늘 여론의 도마에 오르는 민감한 사안이다.

이 때문에 신뢰할 만하고 검증이 가능한 공식 기록이 없거나 인물의 행적 자체가 모호하면 신중하게 재평가해 명단에서 제외하거나 묘지를 민간으로 이장하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5·18 연구가는 “광주시와 보훈부가 유공자를 이원적으로 관리하는 현실에서 심각한 기록 불일치는 단순한 행정적 오류 이상의 문제”라며 “유공자 명단을 모두 공개하고 국립묘지에 묻힐 자격이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검증받는 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지에 말했다.

이여진 편집위원 기자 lyj@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