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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형이 어떻게 되냐...'))
한 번쯤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유형이 어떻게 되냐는 질문을 받았을 것이다. 요즘 자기 MBTI를 모르면 대화 자체가 안 된다. 실제로 구글 트렌드에서 국가별 MBTI 검색량을 분석한 결과, 한국이 2018년부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융의 성격유형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MBTI는 △에너지 방향에 따라 E(외향)·I(내향) △정보 습득 방식에 따라 S(감각)·N(직관) △결정 방식에 따라 T(사고)·F(감정) △생활 양식에 따라 J(판단)·P(인식)로 나누고 이 지표를 조합해 16가지로 성격 유형을 분류한다.
가령 외향적이고 사고형이며 감각형이고 판단적인 사람은 ESTJ(엣티제) 유형이다. 흔히 경영자 유형이라고 부르는 타입이다. 알파벳을 일일이 열거하기가 번거롭다 보니 인팁(INTP)이니 엔티제(ENTJ)니 하는 애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너무나 친숙한 MBTI 검사가 세계인의 취향은 아니라고 한다. 심지어 융의 고향인 스위스에서조차 MBTI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렇다면 왜 유독 한국인만 MBTI 검사에 열광하는 걸까.
MBTI가 세상에 처음 등장한 것은 80년 전인 1944년이다. 미국의 작가 캐서린 쿡 브릭스와 그의 딸 이사벨 마이어스가 20년에 걸쳐 완성한 설문을 바탕으로 16가지 유형의 ‘마이어스 브릭스 유형 지표’를 탄생시켰다.
그들이 검사의 지표로 삼은 게 융의 8가지 성격 유형이다. 융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에서 집단적 무의식의 개념을 정립하고 성격유형론을 주창했다.
융은 인간의 성격을 크게 외향·내향의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는데 여기에 합리·비합리 유형을 추가해 네 가지의 성격 유형으로 발전시키게 된다. 합리·비합리 유형은 다시 사고·감정 유형과 감각·직관 유형으로 세분화된다.
융은 이 유형들을 조합해 ‘외향 사고형’ ‘내향 사고형’ ‘외향 감정형’ ‘내향 감정형’ ‘외향 감각형’ ‘내향 감각형’ ‘외향 직관형’ ‘내향 직관형’의 여덟 가지 유형으로 나누었다.
여기서 융의 8성격과 한의학의 ‘사상체질’을 연결시키는 일은 어렵지 않다. 사상체질은 이제마가 창안한 한국 고유의 한의학 이론으로 사람의 체질을 태양인·태음인·소양인·소음인 네 가지로 구분한다.
체질이란 한의학에서 오장육부의 선천적 대소 관계를 뜻한다. 모든 사람은 각 장부의 세력이 선천적으로 불균형한 채로 태어나는데 이 불균형이 심해지면 질병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가령 태양인 체질은 폐 기능이 강하고 간 기능이 약하다. 반대로 태음인은 간 기능이 강하고 폐 기능이 약하다. 소양인은 비장(췌장) 기능이 강하고 신장 기능이 약한 반면 소음인은 신장 기능이 강하고 비장 기능이 약하다.
그런데 사상체질도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사상의학은 동양철학의 바탕인 음양오행 원리를 따른다. 음양오행설은 만물을 5개 원소(나무·금속·흙·물·불)로 나누고 인간도 사람에 따라 이 다섯 원소의 기운을 타고난다고 본다.
가령 목(木)은 나무의 성장과 확산을 상징하며 간(肝)과 쓸개(膽)에 배속된다. 계절로는 봄이고 방위는 동쪽을 가리키며 감정은 분노, 색은 푸른색, 맛은 신맛과 연관돼 있다. 목형 체질은 간 기능이 뛰어나 술을 잘 마시기 때문에 오히려 간경화 같은 큰병을 얻을 확률이 높다.
반면 금(金)은 쇠의 응축되는 기운을 상징하며 폐(肺)와 대장(大腸)에 배속된다. 또 가을, 서쪽, 흰색, 매운맛과 연관된다. 금형 체질은 사려 깊고 신중한 성격으로 폐 기운이 왕성하다. 금형은 폐병에 취약한 편이다.
음양오행설은 조선 건국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정도전은 음양오행설을 바탕으로 수도 한양을 건설하고 궁궐 배치와 사대문(흥인지문·돈의문·숭례문·숙정문)의 명칭을 결정했다. 음양오행설은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이라는 유교의 오상(五常)과도 연결된다.
음양오행을 바탕에 깔고 가는 한국인에게는 사상체질이니 8체질이니 MBTI 같은 삶의 유형화가 퍽 자연스러운 일인 것이다. 여기에 한국인 특유의 집단주의 정서가 한몫해 ‘우리성’을 가속화시켰다. 학연·지연·혈연 같은 연줄론에 비하면 사상체질이라든가 MBTI 같은 유형적 분류가 얼마나 깔끔하고 떳떳한가.
내 성격이, 내 체질이 4가지, 8가지, 16가지 안에 속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세상이 내 편처럼 느껴지는 걸 어쩔 수 없다.
결국 한국인이 MBTI 검사에 열광하는 것은 자신을 잘 알고 싶다는 이면에 숨은 동질감과 소통에 대한 욕망에서다.
MBTI 유형을 묻는 일은 어느덧 스몰토크의 기본이 됐다. 초면이라도 같은 I(내향형)이거나 E(외향형)이라는 사실만으로 반갑다. 나와 다른 유형과는 서로의 성격적 특징을 공유하며 대화를 풀어 나간다.
백인백색이라는 말이 있듯 5000만 국민을 16가지 유형으로 묶어 두는 것은 불합리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누고 분류하기를 좋아하는 한국인에게 MBTI만큼 ‘취향 저격’ 아이템도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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