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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단편 ‘계산’으로 데뷔해 26년에 걸쳐 집필한 대하소설 ‘토지’로 한국 문학사에 거대한 이정표를 남긴 소설가 박경리. ‘토지’ ‘김약국의 딸들’ ‘파시’ 등 굵직한 소설로 이름을 알린 박경리지만 생전 200편에 가까운 시를 남겼을 만큼 시에도 애정이 컸다.
박경리는 1955년 김동리의 추천으로 단편 ‘계산’으로 등단했다. 하지만 그가 처음으로 세상에 발표한 작품은 1954년 재직 중이던 상업은행의 사보 ‘천일’ 9호에 실린 시 ‘바다와 하늘’이다.
그 후로 ‘못 떠나는 배’를 시작으로 ‘도시의 고양이들’ ‘자유’ ‘우리들의 시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까지 총 다섯 권의 펴냈다. 시인이 세상을 떠난 후 여섯 번째 시집이 유고로 출판됐으니 ‘시인 박경리’라는 칭호를 붙이기에 손색이 없다.
이번에 출간된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에는 박경리가 생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며 써 내려간 시 39편과 그동안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미발표작을 발굴해 총 44편의 시가 실렸다.
새롭게 공개되는 시는 ‘부모의 혼인’ ‘생명’을 비롯한 제목 미상의 시 세 편까지 총 다섯 편이다. 제목이 없는 시에는 작가의 외손이자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인 김세희 씨가 할머니의 생과 작품세계를 다시금 숙고하며 가제를 붙였다.
‘세월이 가며 기억도 추억도 옅어지지만 생명의 흔적은 지워지지 않는다’는 서문처럼 시집은 박경리 자신의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역사에 휩쓸린 한 가족의 이야기이자 그 속에서 함께 나이 들어간 한민족의 아픈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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