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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제헌절이다. 언제나 돌아오는 제헌절은 공휴일의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공휴일 꿈은 슬프다. 작년에는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올해는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이 제헌절 공휴일 재지정 법안을 올렸으나 무산되었다. 근거도 제헌절의 의미를 되새기고 국민 휴식권을 보장한다는 면에서 대동소이하다.
3·1절(3월1일), 광복절(8월15일), 제헌절(7월17일), 개천절(10월3일), 한글날(10월9일)의 5대 국경일 중 제헌절만 공휴일이 아니다. 여론조사도 공휴일 지정에 긍정적이고 전직 국회의원들 모임인 헌정회 등은 후손들이 제헌 정신을 계승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글날이 1991년 공휴일에서 제외되었다가 2006년 국경일로 승격, 2013년 공휴일로 재지정된 사례가 있으니 제헌절도 공휴일이 못 될 이유는 없다. 여론도 당장 하루 더 놀자는데 왜 반대하겠나. 여론은 어버이날 다음으로 제헌절 공휴일 지정에 찬성이다.
그런데 문제는 제헌 정신 계승이다. 3·1절 등 여타 국경일은 직관적으로 와닿는다. 이에 비해 헌법을 접할 기회가 없는 일반 시민들에게 제헌 정신은 추상성이 높아 아득하다. 2008년부터 제헌절이 공휴일에서 제외되다 보니 30대 이하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 얘기다.
올해도 여느 때처럼 제헌절 아침에 태극기는 달았어도 평상시처럼 근무해야 한다. 내년부터라도 제헌절 공휴일 재지정 문제를 검토할 때는 왜 그래야 하는지 정확히 판단하고 또 기념도 제대로 해야 할 것이다. 과거 노무현정부의 주5일제 시행에 대해 재계에서는 공휴일 축소를 요구했고 이에 이명박정부는 제헌절을 공휴일에서 제외했다. 이 논리를 뛰어넘는 근거가 제시돼야 한다.
공휴일 지정 시 민간 소비 촉진이 생산성 감소 효과를 넘어야 얘기가 된다. 그리고 공휴일 지정이 바람직하다면 7월17일 하루 노는 것과 주말과 연계, 7월 셋째 주 월요일을 공휴일로 주말과 연계할 때의 경제적 효과를 체크해야 한다. 연휴가 바람직하다면 멕시코처럼 하면 된다. 멕시코는 2월5일이 ‘헌법의 날’임에도 공휴일은 매년 2월 첫 월요일로 대체했다.
그리고 제헌절 공휴일 지정 시 기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정부와 국회, 법원 공히 국민에게 다가가 어필하는 노력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10여 년 전 황교안 당시 법무장관이 모교를 찾아 어린이들에게 헌법의 중요성을 강의한 사례를 원용할 수 있다.
황 장관은 강의 시 학생들에게 앞줄과 뒷줄 자리를 바꿔 앉을 것을 제안했고 우왕좌왕하며 착석하자 그다음 번에는 우측 통행을 지켜 가며 자리 바꿈을 제의했고 1분도 안 돼 착석이 완료되었을 때 “법은 ‘우측통행’과 같은 것으로 사회에 혼란이 없도록 해 주는 으뜸 규칙이 헌법”이라는 말로 학생들 눈높이에 맞게 설명한 사례가 있다. 거창한 세리머니보다 훨씬 낫지 않은가.
제헌절날 국회의원들과 소위 법조 3륜이라는 법원, 검찰, 변호사협회 인사들이 모두 국민 각계 각층에 다가가 우리 생활과 관련해 헌법과 법치주의의 중요성을 강의하는 등의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 저변에는 사법 제도에 대한 불신이 뿌리 깊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mujeon yujwai
… no money=guilt”라며 아예 우리 말 ‘무전유죄’를 직접 옮겨 설명했다. 영국의 싱크탱크 레가툼(Legatum)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사법 시스템 신뢰도는 167개국 중 146위(2013년)에서 155위(2023년)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사법 시스템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외국 언론 등을 통해 지적된 뼈아픈 사례다.
우리 국회도 그렇고 정부와 사법부도 그렇고 잊혀진 제헌절을 공휴일로 되찾아 우리 사회의 법치주의 확립을 위해 너나없이 나서서 국민적 인식을 새로이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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