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3º
습도 30%
26일(현지시간) 이란 최대 항구인 샤히드라자이 대규모 폭발 참사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항구에 쌓여 있던 인화성 화학물질이 사고 원인일 수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최근 몇 달 사이 미사일 고체연료 제조용 화학물질을 적재한 배들이 이 항구에 정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란 정부에선 “군사용 화물은 없었다”며 혼란을 잠재우려 애쓰지만 인명 피해가 늘자 여론이 악화일로에 있다. 미국과의 핵협상 과정에서 대단한 악재를 만난 셈이다.
영국 BBC 방송은 이번 사고로 이란 국민들 사이에 애도를 넘어 정부를 향한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27일 보도했다. 이날 기준 사고 사망자 최소 40명, 부상자 1000명이 넘는다. 사고 직후 47명에서 시작한 사상자 집계치가 계속 늘어나자 정부의 대응 혼선과 사고 원인에 대한 의구심 등으로 국민들 불만이 쌓여간 것이다. 이번 참사가 항구 내 인화성 화학물질에서 비롯됐을 수 있단 분석이 제기되면서 현지 민심은 더욱 흉흉해지고 있다.
특히 ‘어떻게 그런 대량 인화성 물질을 적절한 관리도 없이 항구에 방치할 수 있었나’ 하는 비판의 목소리를 BBC가 전했다. 현지 언론이 보도한 이번 사고 현장의 CCTV 영상을 보면 불이 컨테이너 한 곳에서 시작된 뒤 다른 컨테이너로 빠르게 퍼지고 항구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급히 달아난다. 이 영상은 2분간 지속되다 거대한 폭발 후 꺼졌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은 최근 몇 달 사이 과염소산나트륨을 싣고 온 배 2척이 이 항구에 정박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과염소산나트륨이란 고체연료 미사일 추진체의 주성분인 과염소산암모늄 생성에 쓰이는 핵심 화학물질이다. 이란 국방부 대변인 레자 탈라에이-니크가 국영 언론 인터뷰 때 “(사고) 지역에 군용 연료나 군사용으로 수입·수출된 화물은 없다”며 서둘러 선을 그었다.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회 대변인 에브라힘 레자이 역시 엑스(X·옛 트위터) 글에서 “이란의 국방 부문과 관련 없다”고 강조했다.
군사용 아닌 일반 화학물질 폭발을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한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화학과 교수 안드레아 셀라는 미 CNN 인터뷰에서 “이번 사고가 질산암모늄 폭발의 특징을 보였다”고 짚었다. “질산암모늄이란 비료와 산업용 폭발물로 널리 쓰이는 범용 화학물질이지만 잘 보관하지 않으면 화재 시 폭발 위험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몇년 전 레바논에서도 질산암모늄으로 인한 큰 폭발이 있었다. 2020년 8월 베이루트항 물류창고에 6년째 방치된 질산암모늄 약 2750t이 터져 214명이 숨졌다.
가디언은 “폭발에 대한 공식 설명이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화학물질을 고온의 컨테이너에 보관한 게 원인일 수 있다는 보고가 늘었다”고 전했다. 이란 정부로선 대단히 곤혹스런 상황이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사고 피해자들을 위문 방문하는 한편 철저한 원인 규명을 지시했다. 이란 내무부가 관련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한편 이란과 우호적 관계인 러시아 반응이 주목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사고 희생자 가족에게 진심어린 위로·응원, 부상자 모두의 쾌유를 기원했다”고 크렘린궁은 전했다. 러시아 비상사태부에선 푸틴 대통령 지시에 따라 화재 진압에 특화된 수륙양용 항공기 Be-200과 일류신(IL)-76 군 수송기를 이란에 파견한다. 아랍에미리트·사우디·파키스탄·인도·튀르키예 등도 애도의 뜻을 표했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연재기획 ‘반대세의 비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