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갈등 커지면 한국 경제도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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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관세 100% 이상 유지 시 한국 경제 성장률 0.5%p 하락
중국 정부 희토류 통제 가능성… 산업부 “확인된 바 없다”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4-23 12:06:27

미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반도체를 제제하자 중국은 미국에 수출하는 희토류를 막아섰다. 중국 정부는 한국 기업에 중국산 희토류를 사용해서 만든 제품을 미국 군수업체에 수출하면 제제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미국산 반도체를 중국에 우회수출하는 걸 막은 것처럼 중국도 중국산 희토류가 한국을 통해서 미국으로 넘어가는 걸 막겠다는 뜻이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전쟁이 한국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한국이 미국과 통상협상에서 성공하더라도 미중 갈등이 계속된다면 관세가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거라는 전망이 나왔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가 ‘한미 통상 협상의 경제적 영향’이란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이 약 0.5%p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씨티 보고서는 △미국이 한국에 상호 관세 10%를 부과하고 미·중 간 100%가 넘는 상호 관세를 유지하는 경우 △미국이 한국에 상호 관세 25%를 부과하고 미·중 간 100%가 넘는 상호 관세를 유지하는 경우 △미국이 한국에 10%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이 중국에 60%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며 보복 관세는 부과하지 않는 경우를 가정해서 작성됐다.

한미 통상 협상이 끝나 상호 관세가 10%로 확정되더라도 실효 관세 하락은 20.7%에서 14.0%에서 떨어져 6.7%P 하락에 그칠 수 있다. 한국은 대미 수출 중 자동차와 부품 비중이 34%에 달하는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은 상호 관세와 관련 없이 25% 품목 관세를 적용받기 때문에 영향이 적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모델을 활용해 통상 협상에 따른 관세 충격이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미국과 중국이 서로 100% 이상의 상호 관세를 적용할 경우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0.5%p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씨티는 관세 충격이 성장률을 하락시키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기준금리는 2.75%지만 2026년 말에는 1.00%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에 미국과 중국의 관세 갈등이 60% 수준까지 완화될 경우 성장률 타격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기준금리는 연 2.00%까지만 하락하고 성장률은 0.2%p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백악관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25%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중국산 펜타닐을 이유로 부과했던 관세 20%를 포함하면 14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에 중국은 12일부터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25%까지 인상했다. 미·중 무역 갈등이 계속돼 관세가 이대로 유지된다면 경제성장률이 크게 하락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씨티는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0.8%로 예상했고 2026년 성장률 전망치를 1.6%로 제시한 바 있다. 올해 성장률의 경우 한국은행이 2월 예상한 1.5%보다 확연히 낮은 수치다. 다만 국내외 기관들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한국은행보다 낮게 예상했고 한국은행 또한 전망치를 낮출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차이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불확실성이 커 관세 충격 영향을 올해 성장률 전망에는 일부 반영했고 내년 성장률 전망치에는 거의 반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한국 기업에 중국산 희토류를 사용해 생산한 제품을 미국 군소 업체에 수출하면 제재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미·중 무역 갈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희토류는 전기차와 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전략 자원이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중국이 희토류 채굴의 61%를 차지하고 있으며 가공 분야는 점유율이 92%에 달한다. 베트남도 희토류를 채굴하지만 중국의 채굴량이 압도적으로 많으므로 희토류 공급망 확보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희토류 독점은 향후 중국과의 무역 갈등이 일어났을 때 큰 리스크 중 하나로 꼽혔고 4일 중국이 자국에서 생산되는 중희토류를 중국 밖으로 반출하려고 할 시 중국 정부의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하며 현실화됐다. 만약 희토류 수출 통제를 넘어 희토류 수출 제재까지 통제 수위가 높아진다면 국내 기업들의 타격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중국 정부의 희토류 규제에 대한 사실 관계를 중국 정부와 국내 업계를 통해 확인 중이지만 국내 기업이 중국 정부로부터 기사 내용의 공문을 받았다는 사실은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정부는 주요 교역 상대국의 수출 통제 동향을 긴밀히 모니터링 할 계획이다”면서 “우리 기업의 공급망 관리 어려움이 해소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양준규 기자 jgy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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