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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젠더’ 문제 관련해 이례적 발언을 했다. ‘트랜스젠더(성전환) 여성=여성’이라고 말하던 스타머였으나 22일(현지시간) ITV 인터뷰에선 여성을 생물학적 여성으로 한정한 최근 대법원 판결을 들어 총리의 기존 입장을 확인하려는 진행자 질문에 “대법원이 답했다. 실질적 명확성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판결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법적 공방에 종지부를 찍어줘 반갑다’에 가깝긴 하지만, 서유럽 주류 정치인으로선 유의미한 변화이며 그 배경에 미국의 존재가 엿보인다.
1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취임식 직후 “미국엔 남·녀 두 개의 성별뿐”임을 선언했고, 2월 뮌헨안보회의(MSC)에선 JD밴스 부통령 입을 빌어 한층 강력한 메시지를 전했다. ‘소수자 존중’이 ‘다수 차별’로 이어진 서유럽의 현실을 통렬히 비판한 내용이었다. 당시 밴스는 유럽 주요국 정치인들 면전에서 ‘유럽이 고유의 문명 가치를 버리고 스스로 무너지고 있다’는 취지의 연설을 했다.
특히 가정·국가 등 공동체의 존재의미를 부정하며 ‘불법이민·낙태권 보호’ 등에만 집중하는 유럽과 트럼프에게 압승을 안긴 미국이 더이상 가치공동체일 수 없다는 밴스 부통령의 시사에 모두 충격을 받았다. 이런 트럼프정부의 기조에 영국 사법부나 노동당 소속 총리조차 무심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산업혁명의 발상지이자 좌파의 본산이며 이미 오래 전부터 기독교적 가치의 파괴가 진행된 영국이기에 이번 판결은 ‘예상 밖’으로 받아들여진다.
16일 영국 대법원이 ‘평등법’상 여성·성이란 생물학적 의미라고 만장일치 판결을 내렸다. 현지 여성권익단체가 6년간 지역 정부 및 트랜스젠더 활동가들에 맞서 싸운 결과였다. 스코틀랜드 정부는 2018년 공공기관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 확대차 제정된 법률을 통해 인선 후보군에 ‘성별인식증명서’(GRC) 소지자 트랜스젠더를 포함시켰다. 이 법이 생물학적 여성의 권리를 침해한다며 ‘포 위민 스코틀랜드’는 소송을 제기했고 하급심에서 두 차례 패소한 끝에 대법원에서 최종 승리한 것이다.
판결 후 성소수자와 인권단체 등이 반발하는 가운데 ‘스타머 총리가 여전히 트랜스젠더 여성을 여성으로 보느냐’ 질문이 총리실에 쇄도했다. 총리실 대변인은 “아니다. 대법원 판결이 평등법상 여성의 정의를 분명히 했다. 총리는 성전환자도 여느 사람과 동등한 존엄성을 존중받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 왔다” 등 동문서답식 두루뭉술한 답변을 내놨다. 이에 BBC방송이 “스타머 총리는 성전환 여성을 여성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총리실이 밝혔다”는 말로 상황을 정리했다.
AFP통신의 경우 “스타머 총리가 기존 입장에서 유턴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2010년 나온 이른바 평등법의 해석이 쟁점이었던 이번 판결은 영국 내 성별 기반 권리의 적용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판례이자 나머지 유럽국들로의 파급 효과 역시 기대된다. 구체적인 사안에서 판단할 법적 근거가 생긴 것이다. 여기엔 성폭행 범인이 여성으로 성전환한 후 여성 전용 구치소에 수감될 것인가, 여성 간호사가 트랜스젠더 의사의 여성 탈의실 사용에 반대한 뒤 벌어진 국민보건서비스(NHS) 고용 관련 재판 등이 포함된다.
스코틀랜드 정부는 2004년부터 ‘성별증명서 취득’을 ‘성별 변경’으로 간주했다. 반면 원고 측에선 “성별이란 변경 불가한 생물학적 상태”라고 주장했으며 대법원이 이 쪽 손을 들어 준 셈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2010년 평등법 이래 법적으로 ‘여성’과 ‘성’은 생물학적 의미”이며 “이를 무너뜨린다면 법률 적용이 모호해지거나 논리가 변질된다.” 그간의 영국 주류 사회 분위기를 생각할 때 예상을 벗어난 결론이다.
다만 최종 선고에서 패트릭 호지 판사가 “이번 판례를 어느 한 쪽 승리로 해석하지 말 것” “성전환자도 관련법에 따라 보호받아야 한다. 트랜스젠더 권리 부정이 아니라 성 개념의 명확성을 확보해 모든 집단의 권리 보호에 기여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성인권단체뿐 아니라 해리포터 작자인 JK롤링, 기독교 단체, 보수당 케미 배드노크 대표 등이 판결에 환영을 표했으며, BBC는 “성별 정체성 문제로 혼란을 겪어 온 전 세계에 중요한 법적 기준과 사회적 메시지를 남겼고 ‘생물학적 현실’ ‘정체성’ 간 균형을 모색하는 사회에서 법과 권리의 경계를 되새길 출발점”으로 짚었다.
성별을 생물학적 차이 대신 ‘증명된 개념’이라고 인정할 때 여성의 정의가 모호해져 발생하는 다양한 불편함 내지 폐해가 예시됨으로써 공감대를 높인 면도 있었다. 여성만을 대상으로 한 단체·스포츠 등, 군대 상황 또한 마찬가지다. 미국 내 400위권이던 남자 수영선수가 성전환 후 1위를 기록한 사례, 성전환자 병사들 증가와 함께 군대 기강 문란과 전투력 저하 등이 인식되며 트럼프2기가 힘을 얻었고 트럼프는 이를 국경 너머로 전파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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