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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문의 영화세상] 금남로 사람들이 터뜨린 민주화 함성
조희문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2-20 00:02:55
 
▲ 조희문 영화평론가·前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광주도 변할 수 있구나. 전라도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광주, 그중에서도 상징적이랄 수 있는 금남로에서 우파 집회가 열리다니
 
행사를 준비한 주최 측조차 감동의 만세를 불렀을 터이다. 부산·대구 등의 집회를 통해 폭발하는 국민의 에너지를 지켜보았던 정치권이나 언론·각종 단체들은 ‘광주도 과연 성공할까?’를 숨죽이며 지켜봤지만 결과는 그야말로 ‘하늘도 놀라고 땅도 흔들리는’ 수준을 보여주었다. 앞서 열린 집회들에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열기로 넘쳤다. 한국 현대사의 격동을 지켜보았던 세대들은 광주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은 처음 본다며 역사적인 장면이라고 했다.
 
오랫동안 광주를 포함한 전라남북도는 ‘전라도 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선거에서는 누구를 내세워도 통칭 ‘민주당’의 공천을 받기만 하면 그대로 당선되었다. 역대 우파 정권은 전라도의 이 같은 폐쇄성을 허물기 위해 공을 들였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변함이 없었다. 언젠가부터 김대중은 이 지역의 상징처럼 떠올랐고 그를 중심으로 교주와 추종자 신도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슨상님(선생님)’이란 표현은 그를 가리키는 일반 명사처럼 통했다. 정치인 김대중이나 전라도 지역에 대해서 비판적인 발언이라도 하면 ‘비하’ ‘무시’한다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요즘에는 ‘전라도’라는 표현 대신 ‘호남’이란 말이 더 많이 쓰인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벌어졌던 ‘광주 사태’는 한국 현대사의 크나큰 비극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진상을 밝힌다며 여러 차례 조사를 벌였지만 모두가 수긍할만한 결과를 내놓지는 못한 채 관련 단체들이 주장하는 듯한 일방적인 결론만을 거듭 내놓았을 뿐이다. 아직도 ‘5.18 유공자’가 누구인지, 어떤 사유로 공적을 인정받았는지 일반 국민은 알지 못한다. 유공자 명단은 광주시가 관리하고 있다. 유공자 지정을 받았다면 국가보훈부가 관리해야 마땅한데도 왜 명단조차 밝히지 못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 중에는 스카이데일리 신문의 탐사보도를 통해 정치인·예술인·언론인 등 광주 5·18과 상관없는 인물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는 의혹이 드러났으나 당사자나 관련 단체·광주시 등은 계속 묵살하고 있다. 그런데도 유공자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인우보증만으로 유공자 인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5·18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및 왜곡처벌법’ ‘5·18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5·18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로 개정)’ 등을 제정해 1980년 당시 광주에서 일어났던 시위 사태를 ‘민주화운동’으로 격상하기는 했지만 각종 논란은 그대로다.
 
광주사태를 비판하거나 의견이 다른 주장을 내놓기라도 하면 사건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처벌하기까지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생전에 ‘전두환 회고록’을 발간했지만 그중 일부가 사실과 다르고 사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5·18 단체들에게 고발당해 징역 8개월(집행유예2년)의 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또한 회고록 1권의 내용 중 ‘북한군 개입설’ ‘계엄군의 헬기 사격’ 등 모두 51곳의 표현을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판단하고, 이를 삭제하지 않고는 회고록을 출판·배포 등을 할 수 없다는 판결도 나왔다. 5·18 연구자로 이름이 알려진 지만원 박사는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했다가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5·18에 관한 한 광주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봉기한 일방적인 피해자, 전두환 전 대통령이나 당시 계엄군으로 광주에 파견된 군인들은 무자비한 가해자로 정형화된 채 다른 말은 아예 막고 있는 것이다. 세상을 떠난 전 대통령의 넋은 아직도 마땅한 안식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광주 사태를 광주 민주화운동으로 격상시키고 당시 현장을 5·18 민주화 광장으로 부르고 있지만 그에 걸맞는 화해나 포용도 없고 대한민국 안의 섬처럼 격리되어 있을 뿐이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극우 세력’들에게 광장을 내어줄 수 없다고 단언한 것이나 모임을 하려면 쓰레기 매립장에서 하라고 조롱한 박균택, ‘5·18 광장이 어디라고 집회를 하겠다는 것이냐’고 거들고 나선 박지원 의원 등의 행동은 광주가 자신들이 관리하는 ‘나와바리’라는 사실을 여지없이 드러냈고, 국민의 공분을 샀다. 광주 집회의 대성공에는 역설적으로 큰 기여를 한 셈이다.
 
그런 광주가, 그런 전라도가 철옹성같은 껍질을 깨고 진짜 민주화의 함성을 터뜨리는 것을 목격하는 것은 거대한 스펙타클이고 아드레날린이 넘쳐흐르는 흥분과 감동의 생생한 경험이다. 이날의 집회가 선거에서도 바람을 일으킬지는 두고 보아야 할 일이지만 변화 가능성의 단초를 열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전라도가 깨어나면 대한민국이 다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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