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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지도자 복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국가 불행은 국민이 잘못 뽑은 지도자 탐욕에서 비롯
시대에 역행하는 무리에 국가 핸들을 맡길 수는 없다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2-19 00:02:59
 
▲ 김상철 글로벌비즈니스연구센터(GBRC) 원장 
갈수록 세상이 분열되고 이기적으로 바뀌고 있다. 오랜 기간 세계화의 진전으로 생겨난 국가와 기업, 그리고 개인 간의 양극화 확대로 인한 파열음이다. 이익을 보는 쪽과 손해를 보는 쪽 사이의 골이 깊어지면서 그 후유증이 심각해졌다. 시장에서의 기회가 커지고 노동력의 공급이 늘어나서 세계 경제의 규모가 커지기는 했지만, 결과로 나타난 파이의 배분에 대한 만족도에서 불협화음이 우후죽순처럼 터져 나온다. 
 
1990년대 초 구(舊)소련 붕괴와 인터넷 등 정보기술(IT) 의 발달에 힘입어 선진국 주도로 시작된 세계화가 초기와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에게 이익이 아닌 피해로 돌아오면서 이에 대해 제동이 걸리고 있다. 다시 세계는 좁아지고 각자도생과 국가 이기주의가 만연하면서 세상인심이 점점 더 각박해지는 상황이다.
 
세계화의 최대 수혜자는 아시아 국가들이다. 일본을 필두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들, 뒤를 이어 1992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중국이 줄줄이 수혜를 입었다. 최근에는 중국에 이어 세계의 공장 지위를 차지하려는 인도나 동남아시아 각국까지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기도 하다. 
 
세계화의 후퇴로 두드러지고 있는 현상은 각국에서 등장하고 있는 정치 지도자들의 면면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극우파 리더들이 전면에 부상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사례가 도널드 트럼프의 재등장이다. 이들과 대척점에 있는 국가들도 이른바 스토롱맨들이 줄줄이 나서면서 갈등을 증폭시키고 복잡한 이해관계에 따른 이합집산이 어지럽다. 철저하게 힘의 논리가 지배하면서 영원한 적도 우방도 없고 국가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동만 난무한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대세가 되고 있고 일회성이 아닌 상수(常數)가 되고 있다. 과거나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세계화가 한국이 살아가는 가장 유효한 기회이자 수단이지만 이런 성공 방정식이 통하지 않는 위기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미·중 두 나라의 힘의 기울기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한 이런 기류는 지속될 것이며, 한국도 이를 받아들이고 그간 익숙해진 경험들과 결별해야 한다. 
 
우리는 자본·기업·사람·기술 등의 자유로운 이동이 허용되는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국력을 확대하고 선진국 문턱까지 진입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그러나 더는 이런 우호적인 분위기가 우리 앞에 놓여 있지 않다. 실제로 한국의 성장 동력은 급속하게 약화하고 있고, 경제 곳곳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살아남으려면 다른 대안을 찾는 것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세계화의 붕괴 외에도 미래 기술로 향하는 세상의 변화는 놀랍다. 우리는 마이크로칩에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의 분량이 18~24개월마다 두 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보다 더 빠른 인공지능(AI)의 발전 속도를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다. AI 기술의 정도에 따라 사회·경제적 가치에 더해 국가 간의 격차까지 엄청나게 벌어질 조짐이 보인다. 
 
중국의 속도에 놀란 미국이나 유럽, 심지어 일본까지도 미친 규제를 걷어 내고  팔을 걷어붙이면서 국가 총력 지원으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AI가 저성장 국면을 돌파할 확실한 해결사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는 분위기다. 이웃 일본은 반도체 산업에 대해 24시간 연구개발(R&D)을 허용하는 등 탄력적 연장 근로제를 도입했다. 민간 경제 회생을 위해 정부는 변신을 거듭하고, 노사는 이에 화답한다.
 
이처럼 엄중한 대전환의 시기에 한국은 리더십 실종으로 국가가 표류하고 있다. 시대 변화에 걸맞은 지도자가 나오지 않아 내부는 분열하고 국익을 놓치면서 국력이 쇠퇴한다. 변화의 타이밍을 흘려보내면서 글로벌 경쟁에서 계속 밀려나고 있다. 급기야는 계엄과 탄핵이라는 후진 정치의 끝장 드라마까지 연출되고 있다. 정치·행정·사법이 세상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시대착오적 암투에다 카르텔까지 만들어져 국가를 역주행시킨다. 국가와 국민보다 개인의 보신(保身)과 진영의 이기가 판을 친다. 권력욕에 사로잡혀 온갖 편법과 탈법·불법이 횡행한다. 정권이 연장되든 교체되든 이들에게 국가를 맡겨선 미래를 위한 전진을 할 수 없다. 리더십의 획기적인 변화가 없으면 정말 나라가 곤란하다. 탐욕적인 고양이에 생선을 맡겨 놓기에는 한국이 처한 현재가 실로 위중하다.
 
그렇다면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지금의 리더십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나. 우선 도덕적으로나 상식적, 그리고 법적으로 결함이 없어야 한다. 본인은 물론이고 배우자에 일가친척까지 하자가 있는지를 봐야 한다. 그래야 강력한 리더십이 발휘될 수 있고, 임기 동안 불필요한 정치 공세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확고한 가치관을 가져야 한다. 셋째 글로벌 정세와 경제에 대한 이해와 광범위한 식견은 필연적이다. 마지막으로 지역·세대·젠더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유연성이 요구된다. 무모하고 탐욕적이면서 세상 변화를 읽지 못하는 무리에 핸들을 맡길 수 없다. 대한민국이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지도자 복이 있어야 하지만 그 지도자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고 국민의 냉철한 선택으로 정해진다. 중차대한 국민적 의사결정의 시기가 분초를 다투며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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