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당국이 노동신문을 통해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내용과 실제 현실은 차이가 매우 크다. 무엇보다 ‘사회주의 지상낙원’을 선전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북한의 경제 실태를 조금만 살펴봐도 식량과 전기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금세 알 수 있다.
그래서일까. 북한 당국도 전력 수급을 위해 ‘자연 에네르기’, 즉 친환경 에너지 생산 확대를 다그치고 나섰다. ‘애국의 마음, 공민적 양심을 지니고 달라붙어야 한다’란 제목의 노동신문 기사를 보면 자연 에네르기 생산 확대를 언급하고 있다.
기사를 옮겨 보면 “우리는 세 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산과 강·하천이 많고, 해비침률(일조율)이 비교적 높아 조수력과 풍력·태양빛 등 자연 에네르기 자원이 풍부하다”고 언급하며 “더 능력이 크고 효율이 높은 풍력 발전 설비들과 태양빛 전지판을 개발·생산해 그 운영에서 제기되는 여러 가지 문제들도 시급히 풀어 나가야 한다”고 했다.
북한 당국이 말하는 태양빛 전지판은 정말 능력이 크고 효율이 높을까. 북한·중국 국경의 밤은 언제 봐도 불빛 하나 없는 암흑 천지에 가깝다. 그나마 불을 밝혀 놓은 곳은 선전 구호판과 영생탑 정도다. 동이 터 오는 새벽녘에 북한 마을을 바라보았다. 저런 집에서 과연 사람이 살 수 있을까 할 정도로 낡은 집 앞에 무엇인가 놓여 있었다. 새벽녘에 집에서 나온 여성이 문밖에 꺼내 놓은 것이다.
무엇인지 궁금해 카메라 줌을 당겼더니 다름 아닌 태양열 집열판이다. 탈북인의 증언에 따르면 밤새 누가 훔쳐 갈까 싶어 집안에 들여놓았다가 새벽에 다시 꺼내 놓는다고 한다. 그것도 자신들이 직접 생산했다며 선전하는 북한 제품이 아니라 중국에서 유입된 태양열 집열판이다.
사실 태양열 집열판이라고 말하기에도 너무나 효율이 작은 제품에 불과하다. 단순히 시골 마을이기 때문에 저리도 낡은 집이 들어선 건 결코 아니다. 사진을 촬영한 곳은 양강도에서 가장 큰 도시인 혜산시 어느 마을이다.
아파트 창문에도 태양열 집열판이 놓인 집이 있다. 창문에 유리창이 없어 대신 간신히 비닐을 쳐 놓은 집이 대부분이다. 북·중 국경이라 철조망에 담장까지 높이 쌓아 외부와 철저히 격리해 놓았지만 마당에는 작은 태양열 집열판이 설치된 것이 보였다. 독재로 가리워진 어둠의 땅을 어떻게 비춰야 할까. 북한 주민의 어둠을 밝힐 가녀린 한 줄기 빛이 세상을 향해 나와 주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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