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중국 국경에서 압록강 너머 북한 주민 모습을 사진에 담을 때면 마음 아파 오는 순간이 있다. 바로 우리의 시간대와 다른 곳에 사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다. 우리가 여기에서 너무도 당연히 누리는 것들을 북녘 사람들은 누리지 못함을 볼 때 마음이 서글프다. 또한 우리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저들은 당연히 해야 한다는 사실에도 마음이 저민다. 예를 들어 우물에서 물을 길어 가거나 한겨울에 강변에 나와 빨래하는 일들 말이다.
압록강에서 제방 공사를 하는 사람들이 카메라 앵글에 담겼다. 사실 말이 제방 공사지 중장비 하나 없이 맨손으로 돌을 쌓아 올리는 단순 작업이다. 무엇을 그리도 가리고 막아야 하는지 둑을 쌓는 것도 모자라 철조망을 이중삼중으로 채우며 세상과 단절한다.
아침부터 시작된 작업은 하루 종일이 지나도록 끝날지 몰랐다. 한편에 가지런히 세워 놓은 자전거는 주인을 기다리지만 하염없이 빈 시간만 흐를 뿐이다. 제방 옆으로 수레를 끌고 가는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은 또 어떠한가. 분명 바퀴가 있는 수레인데 타이어가 아니라 쇠를 둥글게 만든 바퀴가 달려 있었다.
수레 뒤에서 힘겹게 밀어 주는 아들의 가쁜 숨소리가 압록강 건너까지 들려오는 듯했다. 아버지의 주름진 얼굴은 더욱 일그러졌고, 무엇을 그리도 무겁게 싣고 가는지 궁금했다. 이 모든 것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들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또 다른 이의 표정에선 고단한 삶의 무게가 오롯이 전해진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눈으로 저곳을 바라보면 그저 한숨이 앞선다. 혹자는 경제적으로 잘사는 게 꼭 행복한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렇게 말하는 이들에게 실제 북한에서 생활하라고 하면 과연 기꺼이 가겠다고 할지 궁금해진다.
물론 물질문명이 꼭 절대적인 선은 아니다. 북녘 사람들이 가난하고, 우리가 경제적으로 부유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사람이라면 사람답게 살 수 있어야 한다는 그 단순한 진리를 말하는 것이다. 수레에 가득 실은 것이 제발 저 가족이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식량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지금의 북한을 그대로 말해 준다.
의식주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지상낙원이라 선전하는 그곳이 결코 정상일 수는 없는 것이다. 사진 앵글에 담겨온 그들의 고달픈 일상이 마음을 아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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