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기의 건축이야기] 왜 어떤 건축물은 우리 기억에 각인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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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용기 필진페이지 + 입력 2024-11-07 06:30:28

인도계 미국 건축가 루이스 칸은 어느날 건축 설계 도면 작업을 하다가 뛰쳐 나가 건물에 대고 물었다. “건물아 건물아 네가 원하는 게 뭐니?” 이 건축가는 이 전에 벽돌한테도 물어본 적이 있다. “벽돌아 네가 원하는 게 뭐니?” 벽돌은 자신이 아치가 되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아치는 벽돌로 만들어야 제 맛이라는 의미이다. 이렇게 루이스 칸은 모든 작업에 그 의미를 부여하기를 원했다. 그는 브루탈리즘(Brutalism)의 대명사이기도 하며 포스트모던의 이미지도 갖고 있는 건축가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는 공간에 빛을 어떻게 들여올 수 있는지 보여 주려 한 건축가로 알려져 있다.

건축 역사에 영향을 끼친 훌륭한 건축가가 참 많다. 이들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멋있고 보기 좋은 건축물만이 아니다. 이들은 새로운 것이 무엇인지 알려 주었다. 그렇다면 우린 왜 늘 새로운 것을 필요로 하는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새로운 것이 언제나 필요한 것은 아니다. 새로운 것은 이전 것과 달라야 한다. 그리고 이전 것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갖고 오면 안 된다. 역사를 통털어 다양한 건축 양식이 등장했지만 그것이 모두 우리에게 선택된 것은 아니다. 선택받는 양식이 되기 위해선 다음 세대에게 좋은 영향을 주어야 하고 그것이 지속 가능한 특징을 담고 있어야 한다.

▲ 무엇인가 우리의 기억에 강하게 남는 것은 새로운 것이기 때문이 아니고 다르기 때문이다. 건축도 마찬가지다. 건축물은 필자가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인 미드저니를 통해 합성한 이미지다. 필자 제공

우리는 생활하면서 정말 많은 건축물을 보게 된다. 그것이 의도적이든 아니든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건축물이 존재한다. 그런데 얼마나 많은 건축물이 우리의 기억에 남아 있나. 우리가 무엇인가를 기억하는 이유는 분명히 존재한다. 새로운 것이기 때문에 기억하는 것이 아니고 다르기 때문에 기억하는 것이다.

건축가는 3가지로 분류된다. 하나는 건축물의 지속되는 형식을 이어 나가는 건축가, 두 번째는 이에 반항하여 새로운 것을 선보이는 건축가, 그리고 세 번째는 단지 돈 벌기 위해 설계하는 건축가이다. 여기서 우리를 긴장시키는 건축가는 기존의 것에 반항하여 새로운 것을 선보이려는 건축가이다.

피터 아이젠만은 “건축은 표준성에 흡수되지 않으며 흡수에 대한 저항이 바로 현재성이다”는 표현을 했다. 그의 말을 근거로 우리 주변에 있는 건축물을 3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하나는 표준에 속해 있는 것, 두 번째는 표준을 위반한 것, 그리고 세 번째는 새로운 표준에 흡수된 것이다. 아일랜드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는 이렇게 말했다. “지나치게 새로운 것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그만큼 빨리 구식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다양한 주장들이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우리는 새로운 것이 등장하면 관심을 갖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익숙해진다. 모던의 등장이 그렇다. 이전의 클래식한 형태들은 대칭·장식·형태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러나 모던은 이에 반하여 비대칭·무장식을 지향하고 기능을 우선시했다.

모던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은 것은 맞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이에 무뎌지고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또다시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이 싹튼 것이다. 이제 역사 속에서 형태에 대한 해결을 보았고 모던의 등장으로 기능도 해결되었다. 그렇다면 새로운 것은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 이것이 루이스 칸을 밖으로 뛰쳐나가도록 한 것이다. 건축은 사람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사람에게 그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그러나 루이스 칸은 이제 사람을 위한 초점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고 느낀 것이다. 그래서 건물에게 물어본 것이다. “건물아 건물아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니?”

우리가 기억하는 건축물 대부분은 피터 아이젠만의 기준에 적합한 것이 많다. 그 건축물은 평가는 뒤로하더라도, 일단은 표준성을 벗어나려는 의도가 있기에 우리의 관심을 끌기도 하는 것이다. 이들 중 프랭크 게리·자하 하디드·베르나르 추미·다니엘 리베스킨트·렘 콜하스·피터 아이젠만 등의 건축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형태에서 수직과 수평이 드물게 보인다는 것이다. 즉 수직과 수평이 표준성이었다. 이들은 이 표준성을 벗어나 다름을 보여 주어서 그 건축물 자체에 대한 평가를 받았다기보다 낯선 형태가 사람들에게 주목받은 것이다. 이것은 새로운 시도로 등장했고 아직 진행 중이기에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었다.

루이스 칸의 물음 “건물아 건물아 네가 원하는 게 무엇이니?”에 건물이 대답했다.“저는 기억되고 싶어요.” 그렇다. 기억되는 건축물을 만들자고 루이스 칸이 제안한 것이다. 건축가는 공간을 만드는 사람이지만 외부적인 디자인도 중요하다. 건축물은 도시 디자인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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