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압록강에 몸을 반쯤 담그고 종일 허리 굽혀 일하던 여인이 잠시 강변에 앉아 숨을 고른다. 압록강과 두만강 인근에 사는 북한 주민에겐 그나마 강이 생존의 터가 된다. 이 여성도 하루 종일 강에서 무언가를 잡고 있었다. 일하는 엄마를 두고 물 밖에는 아이가 남겨졌다. 홀로 둔 아이를 잠깐이라도 안아 보고픈 어미의 마음이었을까.
한참을 일하던 여성이 그제야 강 밖으로 몸을 내민다. 누더기처럼 걸친 옷가지만 보더라도 제법 쌀쌀한 날씨임을 알 수 있다. 따스한 햇살 아래 잠시 몸을 말리며 살림살이도 널어놓았다. 아이를 안아 보는 어미의 사랑이 안쓰럽다. 여성이 입은 옷과 검게 그을린 얼굴만 보더라도 북녘 주민의 삶이 얼마나 척박한지를 알 수 있다.
그런데 더욱 놀란 건 사진을 찍을 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확대해서 보니 널린 빨래 더미 사이로 ‘요소 비료’라 쓰인 비닐포대 하나가 보인다. 비닐 한 자락도 쉬이 버리지 못하고 긴요하게 써야 하는 북녘 사람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 온다.
21세기에 모든 것이 풍족하게 넘쳐나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하면, 비료 포대 한 장을 널어서 새로 써야만 하는 현실을 이해하기조차 어렵다. 하루하루를 견뎌 내며 시리고 가녀린 삶을 이어 가는 압록강변의 사람들을 그저 바라본다.
빨갛게 상기된 아이의 두 볼과 애처로운 눈망울이 자꾸만 뇌리에 맴돈다. 분단의 서글픈 잔상이라 해야 할까. 어미의 소원은 무엇인지 물어보고 싶었다. 아니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어미 된 마음에 단 한 가지 소원만이 담겼으리라.
무엇보다 내 아이가 조금 더 따스하기를, 배불리 먹기를, 홀로 남겨지지 않기를…. 오직 하루하루를 살아 내고 있는 그들에겐 엄마로서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그 현실이 더욱 절박하게 다가왔으리라. 강변 너머로 두 모자를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필자의 현실 또한 아프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들의 손을 잡고 싶었다. 하지만 분단의 땅에 사는 사람에게는 절대 허락되지 않는 경계였다. 압록강 너머의 사람들에게 제발 따스한 온기가 전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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