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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식의 콜드브루
이명박과 윤석열
경제와 다르게 사람은 오래 기다리지 않아
지지율 고민은 우파 정권의 숙명 같은 것
정도·원칙·상식의 정치로 정면 돌파를
홍찬식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5-10 08:35:43
▲ 홍찬식 언론인·칼럼니스트
윤석열과 이명박 대통령은 공통점이 많다. 둘 다 비()정치인 출신으로 민주당을 상대로 정권 교체를 이뤄낸 점도 그렇지만 최악의 경제 상황을 물려받아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것도 비슷하다. 정권 초기에 야당 편향의 공영방송을 필두로 반대 세력들이 총력으로 정권을 흔들어대고 있는 점도 다르지 않다.
 
우파 정부를 선택한 유권자들은 새 정부가 경제를 좋게 해줄 것이라는 기대치가 높다. 내 형편이 어려울수록 불만의 소리는 그만큼 커지고 지지율은 떨어지게 되어 있다. 경제 상황을 반전시키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사람들은 오래 기다려주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오늘로 취임 1년을 맞는다. 지난 1년간 윤 대통령의 지지율 부진은 본인 책임도 무시할 수 없으나 이처럼 구조적인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다.
 
물론 여론조사의 편향성도 존재한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앞서 이번 방문이 경제와 안보에 도움이 될 것인가를 묻는 황당한 여론조사도 보았다. 54.5%도움이 안 된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아직 미국에 가지도 않았는데 도움이 될지, 안 될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나.
 
반대 세력들은 전부터 이번 미국 방문이 탐탁지 않았다. 결국 윤 대통령을 지지하느냐, 안 하느냐에 대한 조사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왜곡되고 악의적인 여론조사가 쌓여갈수록, 또 지지율이 부진하다는 결과가 연일 중계방송처럼 이어질수록, 사람들은 윤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쪽에 서기를 꺼리게 될 것이다.
 
또한 윤 대통령의 지지층인 우파 성향의 유권자들은 여론조사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여론조사 기관에서 전화가 오더라도 응답을 회피하는 것이다. 좌파 지지자들과는 적극성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지지를 철회하기도 하는 등 비판적 지지를 보내는 것도 이들의 특성 중 하나다.
 
이전 문재인 대통령과 비교해 보자. 그의 임기 마지막 주의 지지율은 45%에 달했다(한국갤럽 조사). 이전에도 40% 전후의 지지율을 유지했다. 그의 수많은 실정(失政)을 생각하면 미스터리 같은 수치이지만 필자는 좌파 진영의 결집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하고 싶다. 그러니 지지율이 높았다고 해서 그것이 바로 대통령 업무수행에 대한 실질적인 평가 수치가 될 수는 없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잘했던 일을 기억하는 국민들은 그리 많지 않고 칭찬하는 사람은 더욱 찾기 어렵다. 이명박정부를 역사적으로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이지만 지금도 이론의 여지가 없는 업적이 한 가지 있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한 일이다.
  
한국인에게는 1997년 외환위기가 뼈에 사무쳐 있다. 그러나 세계 경제학 교과서는 2008년 위기를 1929년 대공황과 함께 지난 100년간 가장 컸던 경제위기로 꼽는다. 당시 우리의 상황도 급박했다. 위기가 본격적으로 덮쳐온 것은 취임 첫해인 200810월 초로 파이낸셜타임스(FT)를 비롯한 세계 주요 언론들은 한국이 첫 희생자가 될 것이라고 지목했다. ‘희생자라는 말은 곧 국가 부도를 의미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듬해인 2009년 대다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는데도 한국은 예외적으로 0.3%의 성장을 기록했다. 위기설을 보도한 FT는 20104한국은 위기 통제에 만점을 받았다고 말을 바꿨다. 무엇보다 한국인들이 2008년 위기를 실제보다 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게 업적의 증표.
 
이 한 가지만으로도 이명박 정권은 지지율을 높일 자격이 있었지만 취임 초에 한번 52%를 기록했을 뿐 임기 내내 50% 이상을 넘지 못했다. 최저 17%에서 최고 49% 사이를 오가다가 끝났다(한국갤럽 조사).
 
야속해 할 일은 아니다. 민심은 원래 그런 것이다. 나쁜 일은 오래 기억하지만 좋은 일은 쉽게 잊는다. 사실 우파 정권이 좋은 말 들을 일은 별로 없다. 정권을 잡으면 방만한 나라 살림을 줄여야 하고 경제의 효율성도 높여야 한다. 외교 안보에선 자존심보다는 국익을 챙기는 쪽에 서야 한다. 공무원 조직의 살을 빼고 아이들 교육도 철저히 시켜야 한다.
 
우선 개혁 대상들이 가만히 있지 않으며 일반 국민들도 나중에 고맙게 느낄지언정 당장은 뚱한 표정을 짓는다. 지지율 고민은 우파 정권에게 숙명과 같은 것이다.
 
현 정권은 이명박 정권 때보다 더 나쁜 여건에 놓여 있다. 야당이 장악한 국회는 정권 위에 군림한다. 좌파 언론들의 집중포화 능력은 역대 최강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통령들과는 달리 지역 기반도 사실상 없는 상태고, 그의 스타일로 볼 때 팬덤 효과도 욕심내기 어렵다.
 
눈앞의 지지율에 조급해하거나 연연해서는 안 된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아도 그의 진정성을 부인하는 사람들은 아직 많지 않다. 정도(正道)와 원칙, 상식의 정치를 그답게 밀고 나갈 때 인정받는 순간은 오히려 더 빨리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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