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카이데일리
불타는 깃발
불타는 깃발 바람에
훨어얼 훨 나부끼며
몸을 태운다.
들과 산, 그리고 도시에서
자유의 불꽃으로 춤을 춘다.
인간이 인간을 외면하고
기계가 인간을 구속하는
회색도시의 철근들이 철거되는 것을 보았네라.
그리고 헐벗고 굶주린채 노예같은 자들이
일어나 자유룰 누리며 노래하는
꿈 같은 자유의 도시를 보았노라.
소금끼 있는 눈물이 눈을 세척 하듯
거리마다, 도시마다 오늘의
눈물나는 향기 그윽해지면
소돔과 고모라 같은 이 도시
무궁화 꽃 활짝 피어나려나.
붉은 힘줄 돋은 자들아
노동의 품 안에서
진정한 땀을 나눔으로
부리는 자 부려지는 자 없이
모두가 하나되리니.
바다를 가르며 솟아 오르는 불꽃을
밤마다, 꿈마다
베게가에 새기며
미치도록 미치도록 보았구나.
훨훨훨 타는 불길 속에서
한 줌의 재가 되어 부서지는 것을...
<深頌(심송) 안호원>
☞ 자유의 속박
권력 같지 않아 보이는 자유(공화정의 자유민주주주와는 다른 개인의 욕망 개념)의 실체는 뭔가. 자유는 아주 정확히 구속의 또 다른 이름이다. 자유로운 사회일수록 그 자유를 견제하고 억압하는 서로의 자유들이 얽히고 섥혀 자유라는 마당은 무원칙한 게임장이 되었고 룰이 없는 폭력적인 싸움터를 조장하는 권력이 되었다. 자유로움을 보장하는 것은 자유를 누리려는 인간의 본능을 이용해 권력의 구속과 강자의 구속을 사람들이 받아들이게 하는 기막힌 위장술로 잘 쓰인다.

▲ 시와 시평 ⓒ스카이데일리
자유라는 이름으로 가려져 있지만 그 속에서 그 이름으로 행해지는 지배와 피지배, 종속과 피종속 등이 만연하고 있다. 자유는 그런 것들에 명분을 실어줬다. 삶을 황폐화 시키는 나쁜 결과가 나왔는데도 사람들은 그것을 당연하게 그리고 별 생각 없이 받아들인다. 자유라는 운동장을 줬으니 거기서 싸워 이기고 지고는 저마다가 감당하고 받아들일 몫이 됐다. 자유는 정당한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풍요로운 행위들을 주는 듯 하지만 그렇게 심판도 규율도 없는 치열한 난장판을 만들었다.
자유의 본질은 서로간의 억압이다. 싸워서 이겨야 하는 운동장을 무한대로 넓혀 놓은 것이기에 무한대로 싸워야 하고 무차별적으로 싸워야 하니 감옥 중에서도 제일 큰 감옥이 자유의 본질(욕망의 확장)이다. 자유는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을 만들어 냈고 나아가 피도 눈물도 없는 싸움판을 만들었다. 그럼에도 자유는 아름다운 것인 냥 최고의 명분을 걸쳐 입고 있기에 화려한 권력이 됐다.
소돔과 고모라의 도시가 자유가 있기는 했었나. 보여지는 자유는 있었으나 그것이 오히려 구속이었다. 신은 그것을 용서하지 않았다. 시인은 자유를 가난한 자들이 대항하는 것이라고 했다.
“헐벗고 굶주린채 노예같은 자들이 일어나 자유를 누리며 노래하는 꿈 같은 자유의 도시를 보았노라”
자유란 “인간이 인간을 외면하고 기계가 인간을 구속하는” 이상한 양면성을 띠었다. 이런 삭막한 도시에서도 “눈물나는 향기 그윽해지면” 아무리 소돔과 고모라 같은 타락과 속박의 땅이라고 해도 평화와 번영의 상징이자 백색의 평화민족 국가 꽃 무궁화가 피어날 수 있을 것이다. 나만 최고라는 자유가 아니라 상대도 최고라며 함께 어우러지는 자유가 바로 눈물 나는 향기가 그윽해지는 세상이다. “진정한 땀을 나눌 때”라야만 서로가 자유라는 이름의 총부리에 신음하는 구속에서 벗어나고 “부리는 자 부려지는 자 없이 모두가 하나”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상을 향해 시인은 줄달음 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문화팀=안호원 시와 시평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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