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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의 성경&정치·경제
바통 터치와 수기치인
文, 임기 말까지 권한행사 하면 더한 역풍 맞이할 뿐
권력 행사에는 반드시 책임과 대가가 따른다
안호원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4-02 10:50:17
▲ 안호원 칼럼니스트‧목사‧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주임교수
“너는 진리의 말씀을 옳게 분별하며 부끄러울 것이 없는 일꾼으로 인정된 자로 자신을 하나님 앞에 드리기를 힘쓰라.” <디모데후서 2 : 15>
 
요즘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문재인정부와 정권인수위원회의 다툼을 보면서 문득 떠오르는 두 단어가 있다. ‘바통 터치(Baton Touch)와 고사 성어인 ‘수기치인(修己治人)’이다. 
 
요즘엔 볼 수 없는 풍경이지만 오래 전 학창시절 운동회에서 육상 릴레이 경주가 생각난다. ‘운동회의 하이라이트’ 로 불리는 육상 릴레이 경주는 4명의 주자가 한 팀이 되어 먼저 뛴 자가 다음 순서 주자에게 긴 막대기 모양의 바통을 넘겨주는데 대기 선에서 20m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렇게 각 주자들이 바통을 넘겨받으며 결승점까지 뛰어야 한다. 그러나 각 주자가 아무리 빨리 뛰어도 바통 패스에 따라 경기 기록이 달라질 수 있다. 
 
앞으로 38일 후면 제20대 대통령이 제19대 대통령에게 바통을 넘겨받게 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두 주자는 바통 터치 전략을 세우기는커녕, 차기 주자가 정해진 지 19일이 지나서야 겨우 대면을 했다.
 
그동안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문제’와 ‘한국은행’ ‘감사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주요 인사 임명 등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면서 많은 국민을 실망시켰다. 
 
또 하나 ‘자신의 몸과 마음부터 닦고(修己)그 뒤에 남을 다스린다(治人)’는 뜻이 담긴 수기치인 성어는 대뜸 수신제가(修身齊家) 또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濟家治國平天下)를 떠올리게 한다. 먼저 몸과 마음을 닦아 수양하고 집안을 안정시킨 후에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정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우리는 일부 유명 정치인들의 추잡한 가정생활, 부정, 비리가 온 나라 국민에게 알려져 망신을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을 지겹도록 보아왔다. 그들은 ‘수신’은 물론 ‘제가’에도 실패한 직업 정치꾼들이다. 그런데도 얼굴을 들고 나오는 뻔뻔한 정치꾼들을 우리(국민)는 후안무치(厚顔無恥) 또는 혹세무민(惑世誣民)이라고 손가락질 한다. 백성(국민)들이 이런 촌충 같은 무리를 유권자의 권리와 의무로 박멸해야 한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사욕(邪慾)에 빠져 민의의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있다.
 
과거 2007년 노무현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던 안희정은 대선 패배 직후 “우리는 폐족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에 앞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이명박 당선인에게 청와대 생활을 마무리하는 말만 장황하게 늘어놓았을 뿐, ‘바통 터치’를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 
 
지금 민주당은 무엇이 실패이고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모르고 자만에 빠져 있는 느낌이다. 대선에서 비록 1% 선에서 패배했다 해도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해 인사치례라도 자숙하는 모양새를 보여도 시원찮을 판인데 그럴 낌새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오만한 모습이다. 
 
민주당은 오로지 “반드시 문재인과 이재명을 지키겠다”고 말한다. 누가 어떻게 하겠다고 했는가. 아무래도 잘못이 많아 스스로가 불안해하는 것 같다. “곳곳에 알박기와 나눠 먹기가 성행해 모럴 해저드가 심각하다. 헌법을 월권하는 임명권 행사는 즉각 그만두어야 한다.” 
 
2017년 4월6일 윤호중 당시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황교안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이 미래창조과학부 실장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에 임명하자 날을 세우며 임시 관리자 격인 ‘권한 대행’의 인사권 행사를 문제 삼았다.
 
문 대통령은 최근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국가원수이자 행정 수반, 군 통수권자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것을 마지막 사명으로 여기겠다”던 말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를 입증해보이 듯 지난해 10월부터 공공기관장을 잇따라 새로 임명했다. 특이한 것은 청와대, 민주당, 국정원, 시민단체 출신 인사로 채워졌다는 것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알박기 정치적 임용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 말은 조직의 독립성과 자주성을 훼손해도 좋다는 말은 아니다. 기관의 특성과 전문성을 살리는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새 정부 입장에서는 새 술을 새 부대에 담고 의욕적인 국정 출발을 원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아무리 임기 끝나는 날까지 대통령의 직무를 충실히 해야겠지만, 후임자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권한 행사를 절제할 필요가 있다. 임기 마지막까지 권한 행사를 하면 할수록 5월10일 이후 더한 역풍을 맞이할 뿐이다. 무리한 알박기 인사로 윤석열정부와 2년 동안 불편한 ‘동거’를 하게 되는 어색한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현직 대통령의 존중을 받는 전직 대통령’이란 가능성마저 스스로 없애버리지는 말았으면 한다. 새 살림을 꾸리는 정부가 새 사람을 쓰도록 해야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인수위원회와 협의 없이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한국은행 총재로 임명한데 이어 문 대통령 동생과 대학동창인 박두선 씨를 대우조선해양 대표로 선출하면서 신구 정권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양측은 이미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를 두고도 충돌해왔다. 윤 당선인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드릴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말 그대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에 묻고 싶다. 전 정권 교체기에 이렇게 공개적으로 충돌한 적이 있었냐고. 전쟁은 이미 끝났는데, 아직 내전 상태로 착각하는 것 같다. 이래서는 안 된다. 역지사지(易地思之)해야 한다.
 
지금 모든 게 과거 문 정권에서 지적했던 문제들이 부메랑이 되어 현실로 되돌아오고 있지 않는가. 그러니 ‘내로남불’ 소리를 듣는 게 아닌가.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비용은 국민의 세금이고, 문 대통령이 받는 셀프 훈장은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는 게 아닌가. 특히 배우자가 뭔 한 일이 있다고 배우자까지 6000만원이 넘는 훈장을 준다는 것인가. 모두 국민의 혈세에서 나가는 게 아닌가. 바람이 있다면 문 대통령이 그 셀프 국민대훈장은 받지 않았으면 한다. 적어도 양심상 국민에게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면 말이다. 그러면 셀프 상을 탄 것보다 국민으로부터 훨씬 더 존경받을 수도 있다. 
 
윤 당선인도 마찬가지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지나친 감정적 대응은 적절치 못하다. 아쉬운 것은 양측 참모들의 언행이다. 거칠게 대응하는 것이 볼썽사납다. 실수, 실언을 줄여야 한다.
 
문 정권의 작금의 행태를 보면 지난 5년간 ‘적폐 청산’을 내세우며 복수혈전, ‘편 가르기’와 만약을 대비해 ‘내 편 심어놓기’ 등 끝없는 악순환의 수레바퀴를 돌리다 정권을 빼앗기면서 그동안 저질러진 치부들을 어떻게 하든 감추려고 안간 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자랑하던 촛불의 힘이 결코 민주당을 지지한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당시 국민을 선동하여 나름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지만 그것이 끝이 아님이 이번 선거결과로 나타났다. 말은 ‘적폐 청산’이라 했지만, 많은 국민은 ‘보복’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아직도 패배를 인식치 않고 윤 정부가 국회의원 172석을 이길 수 있겠느냐고 으름장을 놓는 것은 올바른 정치가 아니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해서 일하는 공인이다. 사사로운 감정이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런 국회의원은 국민이 뽑는다.
 
이제 6월이면 지방자치단체 선거가 있고, 2년 후엔 총선이 있다. 선거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통령 부인 옷값도 문 대통령이 감추려하지 말고 명확하게 사실을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 상식적으로도 그 많은 돈을 현금으로 계산하는 것도 의구심이 든다. 얼마 전 문 대통령이 “임기가 끝나면 잊혀진 삶,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오죽하면 지난 5년 동안의 ‘실정’에 얼마나 불안했으면 저런 말을 수없이 할까하는 생각에 측은한 마음도 든다. 20년, 30년 정권유지를 자신했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정권이 5년 만에 바뀌었으니 놀랄 만도 할 것 같다. 불법, 비리수사는 정치보복이 아니다. 이 같은 결과는 국민을 우매한 국민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권력이란 뜨거운 에너지다. 뜨겁기에 잘 다루지 않으면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그 주변에 있는 사람도 불길에 싸여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 권력의 적절한 활용은 에너지로 인해 생성되는 추진력을 가질 수 있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모두 역사를 통해 권력을 적절하게 활용 못해 불운의 삶을 산 사람들을 수없이 보았다. 권력의 행사에는 반드시 책임과 대가가 따르는 것이다. 누군가를 향해 날렸던 말들과 글들이 날을 세우며 부메랑이 되어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너희는 말씀을 행하는 자가 되고 듣기만 하여 자신을 속이는 자가 되지 말라.” <야고보서 1 :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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