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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부처 업무보고 과정에서 ‘환단고기’를 언급한 것을 두고 역사 인식 논란이 확산되자 대통령실이 “해당 주장에 동의하거나 연구·검토를 지시한 것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야권은 “이미 위서로 결론 난 사안을 대통령이 공론장에 올렸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14일 공식 브리핑을 통해 선을 그었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대통령의 환단고기 관련 발언은 해당 주장에 동의하거나 연구·검토를 지시한 것이 아니다”라며 “역사학계와 사회 일각에서 실제로 존재하는 논쟁을 재단이 인지하고 있는지, 그리고 국가 역사관을 수립하는 기관으로서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를 묻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특히 일본·중국의 역사 왜곡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된 동북아역사재단의 역할을 점검하는 맥락이었다고 강조했다. 일부 재단 인사들이 친일·뉴라이트 성향 논란에 휩싸였던 점을 감안해, “분명한 역사관 아래에서 국가의 역사관을 책임지는 기관들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묻는 문제의식”이었다는 설명이다.
환단고기는 1911년 계연수가 썼다고 알려진 상고사 서적으로, 고대 한민족이 시베리아와 중앙아시아를 포함한 광범위한 지역을 지배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류 역사학계는 사료적 신뢰성이 부족하다며 위서로 판단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엽적인 발언을 과도하게 확대 해석하고 있다”며 “업무보고 생중계 과정에서 개선할 점은 있지만,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운영 과정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알리겠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은 역사 해석의 경계를 넘어, 대통령의 즉흥적 발언이 생중계되는 국정 운영 방식과 국가 역사관을 다루는 공적 발언의 무게를 다시 묻는 계기가 되고 있다.
논란은 지난 12일 생중계된 동북아역사재단 업무보고에서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게 “역사 교육과 관련해 이른바 ‘환빠’ 논쟁이 있지 않느냐”며 “환단고기를 주장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을 비하해 ‘환빠’라고 부르는데, 동북아역사재단은 이런 논쟁에 특별히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전문 연구자들의 이론과 주장이 훨씬 더 설득력이 있다”며 환단고기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했고, 이 대통령은 “결국 역사를 어떤 시각과 입장에서 보느냐의 근본적인 차이 문제인 것 같다”며 “고민거리”라고 언급했다. 이후 이 대통령이 “환단고기는 문헌이 아니냐”고 되묻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대통령이 주류 역사학계가 위서로 판단한 환단고기에 문제의식을 공유하거나 일정 부분 동조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야권은 즉각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반지의 제왕도 문헌이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며 “대통령 개인의 역사관을 국가 정책 영역에 끌어들이는 것은 위험하다”고 공세를 폈다. 김은혜 국민의힘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진짜와 사이비의 경계에서 대통령이 자신의 소신을 강조하거나 강요한다면 국정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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