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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간첩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며 현행 간첩 관련 법제의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적국 개념의 협소함과 약화된 대공수사 역량은 대한민국을 간첩들의 활동 무대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최근 발생한 탈북민 간첩 사건과 현역 병사의 중국군 간첩 활동 사례는 간첩 활동의 복잡성과 치밀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현행 법규와 시스템의 전면적인 재정비를 촉구있다.
28일 외교 안보가에 따르면 최근 조선일보 단독 보도 등을 통해 드러난 ‘탈북민 간첩 사건’이 주목을 받고 있다. 회유·협박으로 이어진 간첩 활동의 실체는 함경북도 출신 최모(59) 씨의 사례는 간첩 활동이 얼마나 교묘하고 끈질기게 이루어지는지 보여주기 때문이 다.
2009년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의 정보원으로 임명된 최 씨는 탈북 후 남한에 귀순했음에도 불구하고, 2015년 북한에 남아있는 동생의 안전을 빌미로 한 보위부의 회유에 넘어가 간첩 활동을 재개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최 씨는 서귀포시 모슬포읍 모슬봉에 건설된 레이더 기지의 반경, 높이, 검문소에서 봉우리까지의 거리 등 군사시설의 핵심 기밀을 상세히 파악하여 북측에 보고했다.
또한, 한국 내 다른 탈북민 4명의 동향을 보고하고, 심지어 탈북민 운영 식당에 위장 취업하거나 한라봉을 미끼로 접근하여 정보 대상의 집과 직업 등을 파악하는 등 치밀한 공작 활동을 펼쳤다.
최 씨의 이러한 수상한 행적은 결국 경찰과 검찰에 의해 덜미를 잡혔으나, 이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이 사건을 "군사시설 보안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간첩 사범에 대한 철저한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최근 현역 육군 병사가 중국군 간첩 조직에 포섭되어 군사 기밀을 유출한 사건이다. KBS 단독 보도에 따르면 최근 구속 기소된 A 병장은 중국군 군사정보국 천진공작처 공작팀에 포섭되어 지난해 8월부터 소속 부대에서 국방망에 접속했다.
이후 주한미군 주둔지 명칭과 위치, 유사시 적의 정밀 타격 대상이 될 수 있는 표적 위치를 빼돌렸다. 이는 미군이 작성하여 한국군과 공유하는 1급 군사 기밀이다. 아울러 한미 연합연습 업무 담당자의 소속, 계급, 이름, 연락처는 물론, 경계 작전 및 출퇴근 내용까지 넘겨 훈련 취약 시간대를 파악하거나 포섭 대상자를 확보하는 데 악용될 수 있는 정보를 유출했다.
국가 중요시설 위치, 보유 무기 세부 정보, 아군 대응 계획 등 적에게 넘어가면 기존 작전 계획을 전면 폐기해야 하는 핵심 기밀까지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A 병장은 총 8차례에 걸쳐 군사 기밀을 빼돌리고 그 대가로 1700여만 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A 병장이 중국에서 태어나 성장한 한국 국적자이며, 어머니가 중국인이고 외조부는 과거 중국군 고위 간부를 지냈다는 사실은 다문화 가정 출신 군인에 대한 더욱 철저한 인사 검증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군은 유출된 기밀 목록을 주한미군과 공유하고, 추가적인 중국 포섭 군인 여부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한민국, 간첩 천국 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간첩 법제 개정과 대공수사 역량 강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일련의 간첩 사건들은 현행 대한민국 간첩 관련 법제와 대공수사 시스템의 심각한 허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어서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중국에 군사기밀을 수집해 넘겨도 현행 형법이나 군형법상 간첩죄 적용이 안 되고,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으로 처벌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한국의 간첩 법제가 ‘적국을 위해 간첩행위를 해야 처벌이 가능’하다는 맹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 원장은 “형법과 군형법상 간첩죄의 개정이 절실하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은 중국을 비롯한 각국 간첩들의 천국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단순히 북한만을 적국으로 상정하는 법적 개념을 확대하여, 실질적인 국가 안보 위협 행위를 포괄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유 원장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고 경찰과 방첩사의 대공수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며 “간첩 및 안보 위해 세력의 활동을 억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보 수사 역량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관에 따른 공백을 메우고, 변화하는 간첩 활동 양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방위적인 대공수사 역량 강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그는 “대한민국은 지금 복잡하고 다변화하는 간첩 활동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국가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간첩 관련 법제의 전면적인 개정과 대공수사 역량의 획기적인 강화가 시급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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