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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과 아픔이 지속되는 한국 사회에 따뜻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대규모 연등 행렬이 부처님오신날(5월5일)을 아흐레 앞둔 26일, 서울의 중심부를 환하게 밝혔다.
오방색의 연등 물결은 종로 거리를 가득 메우며, 최근 사회적으로 겪었던 여러 어려움과 아픔을 치유하고 다시 한번 희망을 향해 나아가자는 염원이 더욱 강하게 빛을 발했다.
대한불교조계종 등 불교 종단들로 구성된 연등회보존위원회는 이날 오후 서울 동대문(흥인지문)을 출발해 보신각 사거리를 거쳐 조계사까지 가는 ‘불기 2569년(2025년) 부처님오신날 연등 행렬’을 개최했다. 연등회는 통일신라시대부터 약 1200년간 이어져 온 전통문화축제로 2012년 국가무형유산 제122호로 지정됐으며 2020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됐다.
이에 앞서 동국대학교 대운동장에서 연등회 본행사 전 ‘어울림마당’이 성대하게 개최됐다. ‘어울림마당’에서는 연등법회와 전통 연희 공연이 펼쳐졌고, 참가자들은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세상의 평안과 자비를 기원하는 의미를 되새겼다.
특히 동국대 대운동장에는 다양한 전통등과 장엄등(부처에게 올리기 위하여 아름답게 꾸민 각종 모양의 등)이 전시돼 참가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어울림마당이 끝난 뒤에는 참가자들이 흥인지문에서 시작되는 연등 행렬에 합류해 종로 일대를 밝히며 본격적인 연등축제의 막을 올렸다.
서울 도심에서 열린 연등행렬 행사에 참여한 이들은 오후 4시 30분부터 시작된 행사 일정으로 인해 별도의 식사 시간을 갖지 못했다. 이에 따라 참가자들은 주먹밥이나 햄버거 등 간편식을 통해 끼니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행진에 사용된 연등의 무게는 소형 등이 약 3kg에 달했으며, 대형 등은 수백kg에 달했다. 참가자들은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약 4시간 동안 무거운 연등을 들고 행진을 이어갔다. 이들의 깊은 불심과 정성은 밤하늘을 밝히며 감동을 자아냈다.
이어진 연등회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비롯한 불교계 주요 인사와 용호성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등 정부 관계자, 그리고 불교 신자와 시민 등 약 5만 명이 행렬 등을 들고 서울 종로 일대를 행진했다.
올해는 부처님오신날과 어린이날이 같은 5월 5일로 겹친 점을 반영해, 미래 사회의 주역인 어린이들이 연등 행렬의 선두에 서는 특별한 의미를 더했다. 연등 행렬은 흥인지문(동대문)에서 시작해 종각 사거리와 조계사까지 이어졌으며, 참가자들은 각양각색의 연등과 불교 상징물이 담긴 대형 장엄등을 들고 종로의 밤거리를 밝히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서울·경기·인천 27개 대학 불교 동아리 학생들은 각 학교를 상징하는 독특한 장엄등과 전통 연꽃 등을 직접 제작해 행렬에 참여했다. 동국대를 필두로 한양대·홍익대·단국대 대 등 다양한 대학이 자신들만의 상징과 개성을 담은 연등을 선보이며 젊은 에너지와 화합의 마음을 담아 행렬에 참여했다.
불교 기후행동 연합이 제작한 대형 ‘지구등’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 등은 기후 위기와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불교의 연기법을 바탕으로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상징했다.
대한불교 천태종·태고종·마음선원 등 주요 종단에서는 법고등·사자등·범종등 등 불교 전통을 살린 대형 장엄등을 선보였다. 각 종단의 수행 전통과 교리를 상징하는 이 연등들은 화려한 색채와 섬세한 조형미로 관람객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법고등과 범종등은 불교 사찰에서 예불이나 의식 때 사용하는 불전사물(佛殿四物) 중 일부다. 각각 부처님의 진리를 널리 알리고(법고), 중생을 깨우치며(범종), 불교의 가르침이 세상에 퍼지기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자등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사자후(獅子吼)처럼 힘차고 널리 울려 퍼지기를 바라는 뜻이 담겨 있다.
행렬에 참여한 모든 불자와 시민들은 형형색색의 연꽃등·전통등·현대적 조명이 어우러진 연등을 손에 들고 서울 종로 일대를 환하게 밝혔다. 탐욕과 성냄, 어리석음을 부처님의 지혜로 비추고자 하는 마음이 담긴 연등들은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며 서울의 밤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시민들은 저마다 연등회의 밝은 빛을 보며 일상에서 느끼지 못한 평온함을 경험했다고 스카이데일리에 밝혔다.
서울 구로구에서 가족들과 함께 나온 온 시민(남, 42세)은 “격무에 지쳐있다가 나와서 연등을 보니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했다. 경기 안산에서 온 시민(남, 25세)은 “처음 참여해 봤는데, 사람들이 함께 모여 연등을 들고 행진하는 모습이 정겨웠다”며 “각박한 서울에서 이런 소소한 평화와 기쁨을 얻을 수 있다니 정말 꿈만 같다”고 밝혔다.
서울 은평구에서 온 시민(여, 56세)는 직접 공방에서 만든 연불을 들고 종각에서 연등 행렬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는 “서울 살며 1년 동안 가장 기다리는 날”이라며 “이 시간이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는 벅찬 소감을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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