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도층의 처신은 중요하다. 국가 존망을 좌우한다. 정치인을 비롯한 지도층이 존경받고, 그들의 말에 힘이 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솔선수범이다. “나는 ‘바담 풍’ 해도 너는 ‘바람 풍’ 해라”고 하면 따르는 이가 없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이중인격’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10일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K이니셔티브’라는 국가 비전을 앞세우며 “먹고사는 것조차 해결하지 못하던 시대에 김구 선생이 ‘문화 강국’을 얘기했다”면서 K컬처를 강조하고 이어 K민주주의를 거론했다.
아전인수격 ‘말의 잔치’에 불과하다. 이 전 대표는 공직선거법 사건 2심 무죄 선고로 ‘떳떳한 자유인’이 된 것처럼 의기양양하지만 사법적 단죄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그는 8개 사건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 다중범죄 혐의자다.
그러면서 재판 절차를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는 이 전 대표는 실정법을 피해 다니는 ‘법꾸라지’ 행태를 보인 지 오래다. 그런 그가 ‘문화강국론’으로 짐짓 자신을 포장하고 있는 모습에 ‘문화인’과는 거리가 멀다는 조소가 나오고 있다. 우리 사회 질서를 지키는 데 우선순위가 되는 법을 우롱하면서 문화 운운 하는 그의 말에 공감할 국민이 얼마나 될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대장동 재판 증인으로 채택된 이 전 대표가 7일 법원의 다섯 번 소환을 끝내 거부하고 증언대에 서지 않았다. 3월 21‧24‧28‧31일에 이어 다섯 번째 불출석이다. 자신이 시장으로 재직하던 기간에 벌어진 사건을 두고 다투는 재판임에도 이 대표는 임기 중 정책 경위를 소상히 밝혀야 할 선출직 공직자로서의 책무,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 협조해야 할 시민으로서의 의무를 모두 저버렸다.
어디 이뿐인가. 이 전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은 정치의 금도를 몰각하고 입법 독재와 무작정 탄핵을 이끌었다. 헌법재판소는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 대한 탄핵안을 10일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한 바 있다. 윤석열정부 들어 민주당 주도로 30명의 탄핵안을 발의해 13명을 탄핵소추 해 헌재 심판대에 넘겼다. 이 가운데 한덕수 대통령권한대행 총리 탄핵소추를 비롯해 11건 중 10건이 기각됐다.
이런 헌재 결정으로 줄 탄핵을 단행한 민주당의 입장이 궁색해졌다. 탄핵은 정부에 대한 국회 견제 권한의 최종 수단이다. 그만큼 신중하게 행사해야 하고 역대 정권에선 그렇게 했다. 다수 의석 민주당이 얼마나 탄핵을 정략의 도구로 사용했는지 헌재마저 따끔한 충고를 주저하지 않았다.
헌재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인용 선고문에서 “국회는 소수 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와의 관계에서 관용, 그리고 자제를 전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했어야 한다”고 꾸짖지 않았던가.
헌재의 잇따른 탄핵소추 기각에도 민주당은 사과 논평 하나 내놓지 않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유튜브 채널에서 잇단 탄핵 발의에 “많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좋다고 했겠나”고 말했다. ‘묻지마 탄핵’으로 국정 공백을 초래한 장본인이 할 얘기는 아니다. 명색이 차기 대권을 꿈꾸는 지도자가 자성의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국정을 이끌 자격이 없다.
대법원은 이재명 전 대표의 각종 혐의에 신속한 재판을 진행토록 일선 법관들을 독려해야 한다. 이 전 대표의 반민주주의적 작태를 방관해선 안 된다. “재판부는 경우에 따라 이재명 전 대표에 대한 강제 구인이나 감치, 법정구속을 하는 게 마땅하다”는 여론이 거세지 않은가. 사법부가 정계의 눈치를 보고 재판을 주저한다면 파사현정의 사회질서가 깨지는 건 불 보듯 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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