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칼럼] 빨치산 찬양 조정래의 죄는 왜 안 묻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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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석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8-20 06:31:20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 독립 기구인 진실화해위원회는 얼마 전 6·25 전쟁 발발 전후 전남 영암·영광 일대에서 발생한 민간인 희생 사건에 대해 “북한 정권에 사과를 촉구한다”고 결정했다. 1949년 3월부터 1년여 사이 우익 인사 190명이 빨치산에 의해 죽임을 당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노무현정부 시절 만들어진 그 위원회가 역사의 진실을 파헤치는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하나 빠진 게 있다. 김정은에 대한 사과 촉구와 별도로 이참에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가 벌인 이적행위에 대한 별도의 경고를 이 나라의 누군가는 해야 한다. 안 그런가. 이 나라에 진정 정의로운 역사의 법정이 존재한다면 소설 전편에 걸쳐 무시무시한 빨치산 혁명 놀음을 펼친 그에게 유죄를 선고하는 게 백번 천번 맞기 때문이다.

오늘 새삼 묻자. ‘태백산맥’은 어떤 소설인가. 그 소설은 차라리 ‘좌익을 위한 동화’라고 5년 전 책에서 나는 규정했다. 공교롭게도 그 추악한 반역 소설은 진실화해위원회가 주목했던 그 시기, 즉 빨치산이 난리를 치던 무렵의 벌교 일대를 무대로 삼았다. 소설 제1부의 경우 여순사건으로 벌교를 장악했던 반란 세력이 군경에 밀려 산으로 퇴각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스토리를 풀어 가는 두 축은 군당위원장인 공산주의자 염상진과 벌교 유지인 민족주의자 김범우다. 군경이 지역 좌익을 색출하는 사이 염상진 일행은 깊은 산속의 율어(栗於)면이라는 지역을 점거해 그곳을 해방구로 선포해 버린다. 그게 오늘 다룰 문제다. 소설 속의 율어는 그야말로 좌익 유토피아다. 조정래 마음속의 공산혁명 이상향을 맘껏 펼쳐 보이고 있고, 그게 바로 ‘태백산맥’의 주제이며 숨겨진 음험한 실체다.

일테면 조정래가 작품에 등장시킨 착한 지주 서민영은 자기 소유의 전답을 소작인에게 내놓고 바로 협동농장을 만든다. 율어 사람들에게 쌀을 분배하는 행위는 소설 속에서 보이는 아름다운 일상의 하나다. 특히 빨치산이 벌교까지 치고 들어가 지주의 재산을 털어 율어의 한 지역에 쌀가마를 쌓아 놓고 나눠 주는 에피소드도 조정래는 겁없이 집어넣는다.

그러고는 제3권에서 작중 인물의 입을 통해 “당장 농지개혁을 단행해 논밭을 무상으로 분배해 봐. 벌교 지역을 예로 들더라도 이번에 입산한 90%(의 빨치산)가 아마 하산하게 될 거야”라고 독자에게 속삭인다. 물론 이승만의 농지개혁엔 대놓고 저주를 퍼붓는다. 정말 기막힌 역사 왜곡은 따로 있다.

당시 빨치산이 율어 지역을 점령했던 건 일주일 내외에 불과했다. 반란군 14연대가 벌교를 장악했던 시기와 어슷비슷한 셈이다. 그러나 조정래는 이 소설에서 빨치산들이 두 차례에 걸쳐 추수를 하는 것으로 설정한다. 좌익의 율어 점거 기간을 대담하게도 무려 2년여로 설정한 것이다. 소설이라는 허구의 공간에서 대놓고 인민공화국을 선포한 셈이다. 이건 나만의 주장이 아니다.

“벌교가 이승만 정권의 치하라면 율어는 인민공화국의 영역이다. …율어해방구를 통해 작가(조정래)는 혁명의 당위성·사회주의의 우월설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하고 있는 것이다”고 1992년 나온 책 ‘소설 태백산맥 그 현장을 찾아서’(김종오)는 쓰고 있다. 그 점에서 2005년 영화 ‘웰컴투 동막골’의 등장은 우연이 아니다. 해방구 율어가 지상낙원 동막골로 변용된 것이다.

그런데도 지식 대중과 독자는 반역소설 ‘태백산맥’을 섬겨 왔다. ‘태백산맥’은 1986년 제1부 3권이 단행본으로 첫선을 보인 뒤 1989년 완간됐다. 이후 40년이 다 되도록 문화 권력으로 군림 중이다. 민족문학을 표방했던 백낙청이 뿌린 씨앗이 조정래에게 영향을 줘 끝내 섬뜩한 악의 꽃이 핀 꼴이다. 그래서 그 소설은 ‘민족사의 허리 잇기’가 아니고 명백한 반역소설이다.

실제로 그 소설이 초래한 정치·사회적 갈등 비용은 헤아릴 수 없다. 지금 종북 주사파의 존재가 그걸 증명해 준다. 통진당의 이석기는 ‘태백산맥’을 찢고 등장한 캐릭터에 해당하고, 더불어민주당 의원 90%가 그 아류다. 무엇보다 그 소설은 사회가 용인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무려 11년 동안 이 작품의 이적성 여부를 수사하던 중 돌연 무혐의 결정을 내리고 만다.

그게 바로 2005년의 상황이었다. 검찰의 ‘태백산맥’ 무혐의 결정 순간 대한민국 국가 붕괴가 사실상 시작됐다고 나는 본다. 당연히 지금의 정치·사회적 혼란도 거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걸 전후해 제대로 된 사회적 논쟁도 하나 없었다. 백낙청·리영희·조정래 류의 좌파 문화 권력 앞에 공권력도 다 무릎을 꿇은 셈이다.

오늘 반복한다. ‘태백산맥’의 폐해는 방사능 낙진보다 심하다. 그건 이 나라 대한민국 국민 5000만 명에 가해진 정신의 테러이고, 균형 잡힌 시민의식에 대한 폭격에 다름 아니었다. 과연 어떤 게 더 중죄일까. 예전 빨치산이 우익인사 190명을 학살한 것이 더 큰 죄일까, 조정래의 반역이 더 문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