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칼럼] 전라남도와 강진군의 황당한 유홍준 띄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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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박물관 리모델링해서 ‘유홍준기념관’ 만들기로
국비로 운영되는 공간에 생존 인물 기리기가 웬일
대중적 명성과 달리 그는 치명적 약점 가진 사람

조우석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8-13 06:31:00

아닌 건 아니다. 도무지 납득 못 할 구상이기 때문이다. 지금 전라남도와 강진군이 혈세를 가지고 벌이는 계획에 문화계는 어안이 다 벙벙하다. 한국일보 단독 보도에 따르면 전남도는 강진군에 있는 다산박물관 공간을 리모델링해 생존 인물인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을 기리는 ‘유홍준기념관’을 별도로 만든다는 것이다. 관광 활성화라는 명분 아래 예산 10억 원을 이미 확보했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더구나 다산박물관은 국비로 운영된다. 그런 곳에 생존 인물 기념관을 만든다? 그럼 유홍준이 누구지? 1949년생 미술평론가인 그는 노무현정부 시절 문화재청장을 지냈다. 문제는 미술사 배경 지식이 짧은 탓에 그가 지난 수십 년간 수많은 약점을 노출해 왔다는 데 있다. 대중적 명성과 달리 실체는 형편없다는 뜻이다. 문화계 한 인사는 유홍준을 겨냥해 “숫제 경멸하는 인물”이라고 저격한 바 있다.

그 전에 대표적 미술사학자 강우방은 “그는 허울 좋은 답사가일 순 있어도 미술사학자가 결코 아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유홍준이 2002년에 내놓은 연구서 ‘완당 평전’(학고재)이 완전 엉터리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그 책에 수록된 추사 김정희의 그림과 글씨를 담은 도판(圖版) 수십 개 중 절반가량에 위작(僞作)의 혐의가 있을 정도다.

이게 간단치 않다. 유홍준의 안목에 문제가 있는 건 물론이고 요즘 만들어진 게 명백한 위작을 세탁해서 미술시장에 유통시키려 한다는 의도마저 의심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5년 전인 2019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던 ‘추사 김정희와 청조 문인의 대화전’ 등 국내외 전시에 위작 혐의가 있는 추사 작품 다수가 출품됐다. 그 전시회 역시 유홍준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놀라운 건 학계의 그런 비판에 유홍준은 제대로 된 반론을 편 바 없다는 사실이다. 끝내 문제의 책을 폐기 처분한 뒤 ‘추사 김정희’(창비, 2018년)라는 새 책을 펴내는 꼼수 대응에 그쳤으니 뒷맛이 개운할 리 없다. 그 책 또한 엉터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답답하다. 전라남도와 강진군은 서울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런 상황을 왜 모르는가.

실은 저들의 구상 자체가 헐겁다. 유홍준의 책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강진을 남도 답사 1번지로 꼽은 만큼 그걸 계기로 유홍준의 이름값에 묻어가겠다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강진은 다산의 유배지일 뿐이다. 태어난 곳은 엄연히 경기도 남양주다. 때문에 유홍준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개정본을 낸다면 다산 기행 1번지로 경기도 남양주부터 꼽는 게 정상이다.

실제로 팔당댐 인근에 다산의 생가가 버젓이 있고, 경기문화재단에서 세운 실학박물관도 남양주에 번듯하게 서 있다. 물론 걸출한 인물의 경우 복수의 공간과 지역에서 기념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미술사학계의 무자격자’ 유홍준의 존재가 거듭 걸린다. 그가 전해 준 다산에 관한 잘못된 정보가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일테면 베트남의 호찌민이 다산의 ‘목민심서’ 애독자였다는 게 대표적이다.

▲ 1월26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2024 반값+강진 관광의 해 선포식’에서 특강을 맡은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자신의 저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게재한 대로 “강진은 남도 답사 1번지”라고 소개하고 있다.

누가 그걸 퍼뜨렸을까. 유홍준·박석무 등이 그런 미확인 주장의 발원지다. 그걸 인용한 칼럼 등도 숱하게 등장했지만, 안재성이라는 사람이 2009년에 쓴 ‘박헌영 평전’은 이 이야기에 살을 붙였다. 1929년 모스크바에 유학 중이던 박헌영이 호찌민에게 ‘목민심서’를 선물했다는 식이다. 모두 가짜 뉴스다. 유홍준도 박석무도 자기들 주장에 대해 근거를 대지 못하고 있다.

1929년 당시 호찌민은 모스크바에 없었고 따라서 호찌민과 박헌영은 만난 적도 없다는 게 역사의 진실이다. 그걸 ‘광화문 괴담’이란 책을 쓴 박종인 조선일보 기자가 다 밝혀냈다. 더 기분 고약한 건 이른바 유홍준기념관에는 유홍준으로부터 기증받은 물품을 다수 전시한다는 구상이다. 당사자인 유홍준마저도 이런 황당한 구상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동의하고 개입했다는 뜻이다.

결국 그가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는 뜻이다. 그 못잖게 당혹스러운 건 좌파 인사들이 숟가락을 얹는 모습이다. 전라남도와 강진군은 “유홍준의 눈빛이 닿자마자 그 사물은 문화의 총체로 활짝 꽃피운다”는 얼치기 시인 고은의 말을 전시 공간에 장식한다는 뜻도 밝혔다. 정말 어이없다. 성추행범 고은이 사회 활동을 금지당한 지가 언제인데 이런 발상이 나오는 것일까.

전라남도와 강진군은 정말 세상 돌아가는 형편을 모른다는 지적을 받아 마땅하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유홍준처럼 입심 좋고 솜씨 좋고 먹성 좋고 눈썰미 사납고 꽤나 극성맞기도 한 연구자를 만난 것은 여간한 복이 아니다”는 백낙청의 발언을 기념관 어디쯤에 새기는 방안도 검토된단다.

점입가경이다. 백낙청이 누구던가. 예전 ‘창작과비평’ 발행인에 서울대 교수로 있던 얌전한 학자가 아니다. 좌파 시민사회의 좌장이며 지금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의 중심에 있다. 요즘 맹렬한 복더위도 겁나지만 유홍준을 둘러싼 일들이 내겐 너무나 초현실적이고 끔찍하다. 유홍준기념관 전면 백지화를 전라남도와 강진군에 요구한다. 정신 줄 좀 잡고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