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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진정 봄이 아니올시다”
김종우 필진페이지 + 입력 2013-03-12 01:10:29
 ▲ 김종우(자유기고가)
오늘은 먼저 ‘비익조(比翼鳥)’와 ‘연리지(連理枝)’라는 한자어로 시작해볼까 한다.
 
 ‘비익조’와 ‘연리지’라?
 
원문을 살펴보면 ‘칠월칠일장생전(七月七日長生殿)/ 야반무인사어시(夜半無人私語時)/ 재천원작비익조(在天願作比翼鳥)/ 재지원위연리지(在地願爲連理枝)/ 천장지구유시진(天長地久有時盡)/ 차한면면무절기(此恨綿綿無絶期)’라고 적혀 있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가 당나라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을 읊은 장한가(長恨歌)이다. 무슨 뜻일까?
 
직역하면 ‘7월 7일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날 장생전 궁궐에서/ 깊은 밤 아무도 모르게 한 약속이 있었지/ 죽어서 하늘에서 만난다면 비익조가 되어 함께 하늘을 날고/ 죽어서 땅에서 만난다면 연리지 나무가 되어 함께 있자고/ 하늘과 땅은 장구하건만 결국 다할 때가 있겠지만/ 우리 사랑의 한은 면면히 이어져 내려가리’라는 의미일 게다.
 
여기에서 등장하는 ‘비익조’와 ‘연리지’는 무엇일까?
 
‘비익조’는 ‘중국 전설에 나오는 눈과 날개가 하나뿐인 상상의 새’를 의미한다.
 
밝은 눈과 힘찬 날개를 갖고 있지만 제대로 볼 수도, 날 수도 없다. 그러나 암수가 한 쌍이 되어 몸을 합치면 멋지고 아름다운 온전한 새로 변신한다는 전설상의 새를 말한다.
 
또 ‘연리지’는 ‘두 그루 나무의 가지가 합쳐져 함께 자라는 아주 희귀한 나무’를 말한다.
 
두 나무가 너무 가까이 있으면 양분과 수분이 부족해 점점 시들어 죽고 마는데, 가지가 연결되면 오히려 더 잘 자란다는 역시 상상의 나무를 지칭한다.
 
한마디로 정리컨대 ‘비익조’와 ‘연리지’는 하나이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하나인 것이다.
 
다음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중국의 고사에서 비롯된 것으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서시, 초선, 양귀비와 함께 중국 역사상 4대 미녀의 한 사람이었다는 왕소군(王昭君)은 중국 한나라 원제(元帝) 때의 궁녀로 절세가인이었다.
 
그런데 원제가 수많은 후궁들을 일일이 볼 수 없자, 화공에게 초상화를 그리게 해 마음에 드는 후궁을 골라 가까이 했다.
 
이에 궁녀들은 앞을 다퉈 화공에게 뇌물을 바쳤다. 어여쁘게 그려주기를 간청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뇌물을 주지 않은 왕소군은 추녀로 그려졌다. 때문에 왕소군은 당연 황제의 눈에 띌 리가 없었다.
 
마침 그때 흉노족의 왕이 한나라의 미녀를 왕비로 삼겠다고 청해 황제는 추녀인 왕소군을 그에게 주기로 했다.
 
하지만 왕소군이 흉노로 떠나는 날, 실제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본 황제는 깜짝 놀라 격노했다. 화가 난 황제는 “저런 미인을 추녀로 그려 흉노에게 주게 하다니”라며 화공을 참살해 버렸다.
 
그러하자 낯선 땅의 흉노에게 시집을 가게 된 왕소군은 서글픈 심정으로 이렇게 탄식했다.
 
“오랑캐 땅엔들 꽃이 없으랴만, 봄이 와도 봄이 봄 같지 않네”라고.
 
이의 원문이 바로 ‘호지무화초 춘래불사춘(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이다. 여기에서 ‘춘래불사춘’이 유래되었다.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다는 뜻’으로 시기에 어울릴 만한 상황이 아닐 때 종종 사용하는 말이다.
 
11일, 박근혜 대통령이 13개 부처 장관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그리고 오후에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등 사실상 국정 정상화 행보에 돌입했다.
 
그런데? 임명장을 받은 장관 중에 아직도 향후 국회에서 야당과 적잖은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농후한 장관들이 적지 않다.
 
13개 부처 장관 중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한 ‘적격’이 7명, 겨우 턱걸이한 ‘미흡’은 2명 그리고 야당이 아예 반대한 ‘부적격’이 4명인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그야말로 ‘비익조’와 ‘연리지’가 사라진 여야, ‘춘래불사춘’인 박근혜 대통령 정국, 미로를 헤매는 내각 구성,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업무 분장 및  ‘식물 정부’, ‘식물 국회’ 등등 현 정국을 꼬집는 비아냥 단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의 형국이다.
 
심지어는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회자(膾炙)됐던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내각’처럼 요즘엔 ‘성시경(성균관대, 고시, 경기고) 내각’이라는 신조어도 각 매체에 등장하고 있다.
 
누가 2013년의 봄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내가 옳다’는 입장만 고집하면서 쌍방 간에 ‘네 탓 공방’을 일삼는 여야. 결론적으로 양자 간의 힘겨루기는 누가 승리하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이질 않겠는가.
 
모쪼록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질 말고 한시바삐 ‘일방통행(박근혜 대통령)’과 ‘무능(새누리당)’, ‘고집불통(민주통합당)’이라는 주홍글씨를 발본색원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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