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연재기획
바리스타 이정화의 힐링 커피타임
쌓여가는 커피 찌꺼기…‘재탕’ 아닌 재활용 방법
탈취제, 고기 기름·냄새 흡수 탁월…영양제·미용팩·교육용 점토 등
이정화 필진페이지 + 입력 2018-03-19 02:35:29
▲ 이정화 바리스타
원두커피를 마시다보면 자연스럽게 커피를 추출하고 남은 커피 찌꺼기가 많아진다. 커피는 천연물질이라 커피 찌꺼기 자체가 나쁜 쓰레기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는 일단 물에 녹지 않기 때문에 흘려보낼 수도 없고, 원두 찌꺼기는 먹을 수 있는 음식물 쓰레기도 아니기 때문에 일반 쓰레기로 버려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커피 전문점에서야 워낙 많은 양의 찌꺼기가 나오기 때문에 다량의 쓰레기로 버려지는 게 대부분이다. 그러나 집에서 드립이나 머신을 사용해서 마시는 경우 추출 후 쌓여 가는 커피 찌꺼기는 그냥 한 번 추출하고 버리기 아쉽고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흔히 말하는 ‘재탕’은 결코 권하지 않는다. 커피는 처음 추출할 때 커피에 있는 모든 좋은 성분과 향과 맛이 거의 다 추출되기 때문에 재추출을 해서 마신다는 것은 커피 찌꺼기를 씻은 물에 지나지 않는다. 맛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좋지 않은 필요 없는 성분들이 추출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말씀을 드릴 때 상당히 멋쩍은 표정을 짓는 분들이 많은 것을 보면 생각보다 여전히 재추출을 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다. (고백컨대 필자도 커피를 배우기 전에는 그랬었으니 할 말은 없다.)
 
이렇다 보니 ‘커피 찌꺼기를 재활용할 방법이 없을까’ 하는 고민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이에 생활 속에서 적용할 수 있는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실천하기 나름인, 몇 가지 재활용 방법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커피 찌꺼기를 활용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탈취제로 사용하는 것이다. 커피는 냄새를 빨아들이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 찌꺼기를 활용해서 냉장고의 냄새를 없앤다든지, 신발장이나 그 밖에 탈취를 필요로 하는 곳에 활용하면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냉장고에 절대 커피를 보관하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찌꺼기조차도 탈취제로 쓰일 지경인데 일반 원두를 냉장고에 넣으면 아마도 냉장고에 있는 모든 냄새를 다 빨아들일 테다. 그렇게 되면 커피로서의 기능은 끝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커피를 추출한 후 커피 찌꺼기를 원하는 양만큼 원하는 용기에 담아서 냉장고 등에 설치해 놓으면 된다. 중요한 것은 너무 오래 두면 기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적어도 일주일 간격으로 교체해 주는 것이 좋다. 그냥 담아두면 쏟아지거나 지저분해 질 수도 있으므로 좀 더 깔끔한 설치를 원하면 시중에서 파는 티백 종이에 이를 담아 두면 보관도 용이하고 나중에 쓰고 버리기도 좋으며 활용도도 높아진다.
 
예를 들면 신발장에 둘 뿐 아니라 신발에 넣어서 탈취제로 사용하거나 옷장 등에 넣어서 사용할 수도 있다. 그리고 커피 찌꺼기는 추출 후 되도록 잘 말려서 물기를 없앤 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아무래도 젖어 있는 상태로 습하고 더운 곳에 두게 되면 곰팡이 등이 생길 수 있고 위생상 좋지 않으니 말이다.
 
빨리 마르지 않는다면 넓은 용기에 펼쳐서 전자레인지에 살짝 돌려 수분을 날린 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두 번째로 활용 용도는 기름지거나 냄새가 강한 음식을 만든 후 기름·냄새를 정리하는 것이다. 이것은 개인적으로 이렇게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서 시도해 봤었는데, 의외로 효과가 좋았던 방법이었다.
 
삼겹살처럼 기름이 많은 고기를 굽고 나면 프라이팬 등에 기름이 고이게 되는데, 이것을 치우려면 많은 양의 키친타올이나 신문지를 써야한다. 그마저도 잘 닦이지 않아 다시 세제와 물을 써서 닦아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런 경우 일단 커피 찌꺼기를 모아서 팬에 넣고 볶는다.
 
고기 기름에 계속 볶다보면 커피가루가 기름을 흡수한다. 팬에는 기름이 없어지고 열 때문에 수분이 날아가 시간이 지나며 팬에는 커피 가루만 남게 된다. 볶으면서 커피의 남은 향이 일어나 실내에 있던 고기 냄새나 기름 냄새가 없어지게 되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 볶고 난 후 남은 찌꺼기는 모아서 쓰레기로 버리면 된다.
 
생각보다 어렵고 복잡하지 않게 아주 깨끗한 팬을 만들 수 있다. 커피는 세제 같은 화학물질이 아니라서 팬에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으며, 이는 식품을 사용한 세척 방식이기 때문에 열을 가한다 해도 사용하고 난 후의 잔여물 걱정도 덜 수 있다. 고기 뿐 아니라 냄새가 남아 부담스러운 생선요리 후 활용하면 더 좋을 듯하다.
 
김치·게장 같은 냄새가 강한 음식을 담은 용기를 세척할 때도 활용해 봤는데, 커피 가루를 물에 타서 잠시 동안 둔 후 세척하니 이것도 빠른 효과가 있었다. 이외에도 커피 가루를 화분의 흙에 섞어 영양제처럼 사용하는 방법도 있는데, 실제로 해 보지는 않았지만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가 많이 있었다.
 
하지만, 꼭 주의해야 할 것은 이런 경우 반드시 바짝 말려서 수분이 없이 사용해야 할 것 같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곰팡이·날파리 등의 공격을 받기 쉽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기관에서는 커피 찌꺼기를 발효과정을 거쳐 제대로 된 퇴비로 사용하기 위한 시도도 하고 있다고 한다.
 
고운 커피찌꺼기를 사용하면 우유나 꿀을 섞어 미용팩을 만들어 사용할 수도 있고, 살짝 거친 찌꺼기는 각질을 없애는 스크럽제를 만들어 쓸 수 있다. 최근 커피 관련 전시회에서 보니 고운 갈색을 내기 위한 천연 염색제로 이를 활용하기도 하고, 말려서 가루로 만들어 교육용 점토로 개발한 곳도 있었다.
 
커피를 활용한 훌륭한 그림도 다수 전시가 됐다. 이처럼 커피 찌꺼기를 잘 활용하면 다양한 작품의 세계를 창조해 낼 수 있는 잠재력도 있는 것 같다. 커피를 활용한 숯·양초 등도 있으니 앞으로도 커피 찌꺼기를 활용한 다양한 연구와 노력이 계속돼, 커피를 위해서도 환경을 위해서도 새롭고 효과적인 활용법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후원하기
  • 정기 후원
  • 일반 후원
  • 무통장입금: 하나은행 158-910019-39504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는 온라인 판 스카이데일리닷컴과 32면 대판으로
    매일 발행되는 일간종합신문 스카이데일리(조간)를 통해 독자 여러분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후원자 분들께는 지면광고를 하고자 하실 경우
    특별 할인가격이 제공됩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1
감동이에요
0
화나요
0
슬퍼요
0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특별시 강남구 도산대로 541 세신빌딩 9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8일, 발행·편집인: 민경두, 편집국장: 박용준
사업자 번호 : 214-88-81099 후원계좌 : 158-910019-39504(하나은행)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