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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원장이자 록 밴드 리겔의 보컬인 이재준이 시집 ‘그래서 어쨌단 말이냐’를 출간했다.
허연 시인은 “삶의 현장은 늘 위태롭다. 삶의 현장은 항상 비의(悲意)를 품고 있다”며 “이재준 시인은 삶의 비의를 포착하는데 누구보다 뛰어나다”고 평했다.
이재준은 리겔 1집 ‘하루’ 등 여러 장의 앨범을 발매했고 음악 에세이 ‘시간에 음악이 흐르면’(2021)을 낸 바 있다.
병원 원장이 록 밴드 보컬을 하고 시집을 내는 사례는 흔치 않다. 이재준은 왜 ‘시까지’ 쓰는 걸까? 작가는 서문에서 시 쓰는 이유를 이렇게 밝힌다.
“사람은 저마다의 언어를 가지고 있다. (…) 결국 각자의 언어로 말하고 이해하고 살아간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시인이다. (…) 나만의 언어로 나만의 시를 읽고 쓰는 일은 이 광활한 우주에 오직 자신만의 파동을 새겨 넣는 일일 것이다.”
요컨대 “우리는 모두 시인”이며 “광활한 우주에 오직 자신만의 파동을 새겨 넣는 일”을 하기 위해 시집을 엮은 것이다.
산모가 가득 찬 분만실을 머리를 싸매며 뛰어다닌다./초음파로 본 산모 뱃속에는 세 명의 쌍둥이가 보이고/밑으로 피를 뿜어내는 산모는 얼굴이 백지장처럼/싸늘해져 갔다.//악몽이었으면 했지만 현실이었다./산통에 소리를 지르는 산모는 힘을 주기 시작했다./마침내 아기가 하나둘 튀어나오고//모든 아기가 나왔을 때 엄마의 생명은 스러져갔다. (‘악몽’ 부분)
시에서는 특히 긴박한 의료 현장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65편의 시를 통해 그는 삶의 위태로움을 담담하고 예리하게 그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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