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동열 “72년 해묵은 간첩법 개정 절실”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국방·군사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 “적국은 외국 단체도 될 수 있어”
“간첩행위, 단순 군사기밀 넘엉 영향력 공작 등으로 진화”
“행위자 뿐만 아니라 간첩 행위 범위까지 미·일 정도 넓혀야”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4-17 15:17:44

▲ 서울 서초구 자유민주연구원에서 스카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 ⓒ스카이데일리

현행법이 ‘적국’, 즉 북한만을 간첩죄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우방국이나 다른 외국을 위한 간첩 행위를 처벌하지 못한다는 지적은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1953년 제정된 형법 제98조는 당시 전쟁 상황에 맞춰 ‘적국’을 대상으로 삼았으나 최근 중국인이 국가기밀시설을 무단 촬영하는 사건이 속출해도 이들을 제대로 처벌 할 법적 근거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간첩죄 적용 범위가 ‘적국’에서 ‘외국 및 이에 준하는 단체’로 확대되어 국가기밀 유출에 대한 처벌이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16일 스카이데일리 인터뷰에서 “간첩 행위가 단순한 군사기밀 유출을 넘어 가짜뉴스 유포·내정 간섭·산업기술 유출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어 이를 포괄적으로 규제하기 위해 ‘적국’에서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로 처벌 대상을 확대하는 법 개정이 절박한 때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1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 간첩죄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통과되었지만, 이후 법사위 전체 회의와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민주당 내부에서 반대와 재검토 요구가 나오면서 법 개정이 지연됐다. 당시 민주당은 국가기밀과 군사기밀 범위가 모호해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먼저 기존 산업·군사 기밀 관련 특별법부터 개정하자고 태도를 바꿨다. 결국 법사위에서 계류되면서 본회의 통과가 어려워졌다.

유 원장은 “간첩 법 개정이 시급한 이유는 현행법이 ‘적국’만 간첩죄 처벌 대상으로 한정해 중국 등 외국이나 기타 단체가 벌이는 간첩 행위를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는 법적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라며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들이 간첩죄 적용 대상을 ‘외국’으로 넓히고 산업 기밀 유출까지 강력히 처벌하는 것과 비교해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적국’에 한정한 채 법을 유지하고 있어 국제 안보환경과도 맞물리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간첩법 개정안의 핵심은 간첩죄의 처벌 대상을 기존 ‘적국’에서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로 확대했다는 점이다. 유 원장은 “현행법은 1953년 제정 당시 ‘적국’만을 간첩죄 대상으로 규정했는데, 이는 대법원 판례상 북한만을 의미해 왔다. 따라서 그동안 우방국이나 다른 외국을 위한 간첩 행위는 처벌이 어려웠다. 이번 개정으로 간첩죄 적용 범위가 넓어져 산업스파이 등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라고 설명했다.

간첩죄 적용에 한계가 있었던 대표적인 사례에 대해 유 원장은 “대표적인 사례로 1993년 일본 후지TV 서울지국장 시노하라 사건이 있다. 그는 국방부 정보요원으로부터 군사기밀을 받아 일본에 넘겼지만, 당시 일본이 ‘적국’이 아니어서 간첩죄 적용이 불가능했다. 결국 군사기밀 누설죄로만 처벌받았다. 최근에도 중국 정보기관에 군사기밀을 팔아넘긴 사건들이 있었지만, 간첩죄가 아닌 군사기밀 누설죄로 다뤄졌다”고 답했다.

해외 간첩죄의 엄중성을 논한 유 원장은 특히 미국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미국은 연방법에 따라 ‘외국 정부’를 위한 간첩 행위를 처벌하며, 산업 기밀 유출도 경제스파이방지법 등으로 강력히 다. 일본도 ‘적국’과 ‘외국’을 구분하지 않고 처벌하며, 중국은 반간첩법을 통해 간첩행위뿐 아니라 국가를 배신하도록 선동하는 행위까지 처벌하는 데, 국제적 추세에 맞게 간첩죄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로 대상을 넓혔지만, 비국가행위자 즉 개인이나 해커 등이 사이버 공간에서 벌이는 간첩 행위는 처벌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북한은 헌법상 국가가 아닌 ‘반국가 불법단체’라서 법적 해석에 혼란이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북한 간첩은 특별법으로 처벌해 왔는데, 개정안에 북한 간첩도 ‘외국과 이에 준하는 단체’에 포함된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간첩죄 적용 핵심인 ‘국가기밀’에 범위에 대해 유 원장은 “법원이 국가기밀 범위를 매우 엄격히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1982년 대법원판결은 군사뿐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국가적 기밀까지 넓게 인정했지만, 1997년 판결 이후에는 대폭 축소됐다. 이에 따라 간첩 사건에서 기소된 상당수 기밀이 법정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따라서 국가기밀 범위를 넓히는 대법원 판례 변경이나, 국가보안법에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정보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별도의 조항 신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후원하기

정기 후원
일반 후원
무통장입금: 하나은행 158-910019-39504 스카이데일리
스카이데일리는 온라인 판 스카이데일리닷컴과 32면 대판으로
매일 발행되는 일간종합신문 스카이데일리(조간)를 통해 독자 여러분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후원자 분들께는 지면광고를 하고자 하실 경우
특별 할인가격이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