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리츠화재가 MG손해보험 인수를 포기했다. 고용 승계를 요구한 MG손보 노조와의 협상이 끝내 결렬되면서 인수 의사를 철회한 것이다. MG손보는 사상 처음으로 청산 절차를 밟는 보험사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메리츠화재는 13일 “예금보험공사(예보)로부터 MG손보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각 기관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지위를 반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MG손보 노조는 고용 승계 보장 등을 요구하며 실사를 방해했고 협상이 난항을 겪었다. 예보는 지난달 노조를 상대로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며 대응했으나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예보는 공동 입장문을 통해 “매각 절차가 지연되면서 시장에서도 MG손보의 독자 생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추가 공개 매각‧청산‧가교 보험사 계약 이전 등 세 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기존에 메리츠화재 외에 다른 인수 희망자를 찾지 못했던 만큼 청산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MG손보가 청산될 경우 가입자 124만여 명이 영향을 받게 된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최대 5000만 원까지 보상이 이뤄지지만 이를 초과하는 금액은 고객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1만1470명의 계약자가 총 1756억 원 규모의 보장 한도를 초과한 보험 계약을 보유하고 있으며 개인 고객 피해 예상액은 737억 원에 달한다.
가교 보험사를 통한 계약 이전이 이뤄지면 피해 규모는 줄어들 수 있지만 금융당국이 강제할 수 없는 만큼 보험사들이 선별적으로 계약을 인수할 가능성이 크다. 일부 고객들은 보험 계약이 해지되는 피해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MG손보의 청산이 현실화하면 임직원 580명도 일자리를 잃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MG손보의 재무 상태를 고려할 때 추가 인수자가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며 “이번 사태가 국내 보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주시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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