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체를 지속하고 있는 한국 경제가 회복은커녕 경고등이 잇달아 켜지고 있어 우려가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강력한 대중(對中) 봉쇄 정책으로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감소세를 지속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국의 대중수출은 2021년 1629억 달러를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2023년에는 1248억 달러로 하락하고 2024년에도 1~9월 중 979억 달러를 수출해 비슷한 추세가 유지되고 있다. 반도체를 제외한 대중국 수출은 이미 2013년 1238억 달러를 정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800억 달러까지 감소해 반도체 제외 무역수지는 2018년 이후 적자를 기록해 오고 있다.
한편 한·미 가치동맹에 기반해 증가해 오던 대미국 수출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인상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대중국 수출 감소분을 상쇄할 정도로 개선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되어 한국의 수출 전선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2일 내놓은 ‘2024년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는 한국의 수출이 통관 기준으로 전년도 –7.1%의 하락에서 금년에는 8.8% 증가해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소폭 반등에 그치고 내년에도 1.8% 증가에 그쳐 한국 경제의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설비투자 증가율은 금년 1.6%·내년 2.1% 증가로 저조한 추세를 이어 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가 덮친 건설투자는 금년 –1.8%에 이어 내년에는 –0.7%의 마이너스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돼 부진한 수출에 이어 한국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고 있다. 설비투자·건설투자에서 일자리가 위축되면서 가계부채까지 많은 민간의 소비는 금년에는 1.3%로 크게 위축된 후 내년에도 1.8%로 소폭 회복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내수·수출·투자 등 무엇 하나 기대에 미치는 지표가 없다.
이러한 경제 실정을 반영해 증권시장 상황 역시 여의치 않다. 미국은 주가가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는 ‘트럼프 랠리’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8월5일 세계 증시가 갑자기 급락한 이후 코스피지수는 지난주까지 7.8% 하락해 전쟁 중인 러시아(-19.8%), 물가상승률이 50%에 이르는 튀르키예(-17.1%)에 이어 G20 국가 중 하락률이 세 번째로 높았다. 이번 주 들어서도 속절없이 떨어져 심리적 마지노선인 2500선마저 무너지며 ‘트럼프 발작’이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내년 1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 무역장벽을 세우면 중국 다음으로 한국에 타격이 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정부가 연초부터 밸류업을 외치고 있지만 벌써부터 밸류다운 분석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대미무역 흑자국가인 한국·대만 등이 트럼프 무역정책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외국인들은 아시아 증시에서 자금을 회수해 가는 모양새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 환율도 1400원을 돌파한 1403.50원으로 마감되며 2022년 11월7일(1401.20원) 이후 2년 만에 원화가치는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침체 위기에 빠진 경제를 정상궤도로 되돌려 놓을 주체는 기업이다. 기업이 혁신을 통해 기술력을 높이고 생산성을 올리면 경제가 성장하고 주가도 오른다. 이를 위한 제도 정비와 규제 혁파를 서둘러야 한다. 그런데도 여소야대 국회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에 열을 올리고 규제 혁파는커녕 규제 법안들만 제출되고 있어 답답한 실정이다.
미국 주요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트럼프 랠리’의 배경에는 법인세를 낮추고 각종 규제를 없애겠다는 트럼프의 친(親)기업 정책이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에서는 경제가 추락하는 데도 말로만 민생을 외칠 뿐 법인세 인하는 언감생심 얘기도 나오지 않고 반기업 법안들과 규제 법안들만 산을 이루고 있으니 한심하지 않을 수 없다.
성장이 둔화되면서 소비자물가상승률은 금년 2.3% 내년에는 1.5%로 추락해 한은의 물가안정목표 2.5%를 크게 하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가상승의 둔화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여,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인하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KDI는 권고하고 있다. 통화정책의 1차적 목표가 물가안정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기조적 물가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 목표(2%)를 하회하기 시작한 최근 상황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을 위해서는 거시건전성정책 강화 등 금융당국과의 공조를 통한 대응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 상충될 경우 통화정책이라는 하나의 정책 수단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우므로, 통화 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을 조화롭게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KDI의 권고에 한은은 유의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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