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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 옆으로 희미하게 연기가 피어올랐다.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 앉은 모습도 보였다. 한여름 북한·중국 국경을 달리다 보면 압록강변에서 빨래하는 풍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런데 물가에 앉은 게 아니라 강변 옆 나무 그늘 아래 한 무리의 사람이 있었다. 무엇을 하는지 너무도 궁금했다.
초망원렌즈로 촬영한다 해도 압록강 너머의 사람들을 담아야 하니 어떤 경우에는 잘 보이지 않아 궁금증을 풀지 못할 때도 많다. 다행히 렌즈의 초점이 맞추어졌다. 사진에 담긴 건 솥단지를 걸어 놓고 천렵(川獵·냇물에서 고기잡이하는 것)하는 사람들이었다. 잡은 물고기를 끓이고 있는지 가마솥에선 모락모락 김이 피어올랐고, 여성들은 연신 무엇인가를 솥에 넣으며 음식이 익기만을 기다리는 듯했다.
가마솥에 옆에 앉은 어린아이의 기다림은 즐거운 기대였다. 족대를 들고 강변에서 물고기를 잡는 모습도 우리의 여름 풍경과 별반 다르지 않다.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과거를 회상하는 것은 분명 남과 북이 다르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그들을 우리와 다르게 하는 단 하나는 자유가 없다는 사실이 아닐까.
우리에겐 가족이 강변에 모여 함박웃음을 지으며 한여름을 즐기는 휴식의 시간이 그들에게는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절박한 생존의 시간이다. 빨래하는 한 여성 옆에서 군인은 군복 단추를 풀었다. 한여름 압록강변에 나와 빨래를 하거나 물고기를 잡는 북녘 주민의 모습을 낭만적이라 표현하는 이들도 있으니 얼마나 미안하고 죄스러운 일인가.
우리에게는 추억일지 몰라도 그들에게는 오늘 하루를 살아 내야 하는 또 다른 고통의 시간임을 정녕 모르는 것일까. 그리 말하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저곳에 가서 단 하루만이라도 살아 보라고 말이다. 물은 한 길로 흐르고 사람은 누구나 똑같은 시간을 살아가지만 자유가 없는 곳에서의 삶이란 그저 생존을 염려해야 하는 위태로운 순간들일 뿐이다. 더구나 그곳이 세계 최악의 독재자가 군림하는 곳이라면 강변에서의 물고기잡이는 결코 추억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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