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칼럼] 한동훈 장관, 제주4·3 인식에 왜 구멍 뚫렸나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연재기획

조우석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8-30 08:40:25

얼마 전 법무부 청사 앞을 장식했던 꽃다발 더미는 멋졌다. 한동훈 장관의 취임 100일을 축하해 국민이 연출한 소중한 꽃다발 이벤트다. 거기엔 많은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 땅에 자유와 법치를 구현해 달라는 여망, 윤석열정부 성공에 대한 기대감이 그것이다. 더욱이 한 장관은 스타급이다.

소설 ‘모비딕’에 나오는 “고래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 내 배에 태우지 않겠다”라는 구절을 좋아한다니 진정한 용기도 갖춘 멋쟁이라고 믿고 싶다. 덕담은 여기까지다. 그런 그에게 뜻밖에도 두 얼굴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요즘 품게 됐다. 얼마 전 그가 제주4·3사건과 관련해 군사재판뿐 아니라 일반재판을 통해 형을 선고받은 수형인에 대해서도 직권재심 청구를 확대하라고 지시한 게 논란이다.

언론은 ‘통 큰 결정’이라고 눈먼 찬사를 보냈다. 제주4·3평화재단 등도 그러하다. 명색이 우파 정부가 4·3문제에 저렇게까지 적극적이니 저들은 신난 것이다. 반면 자유우파 시민단체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대한민국 건국을 저지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김달삼·이덕구 등 남조선로동당(남로당) 총책을 제외한 대부분의 폭도에게 그들을 국가폭력에 의한 희생자로 포장해 준다? 거기에 더해 국민 혈세로 거액의 보상까지?

결정적으로 그걸 왜 법무부가 나서는가. 법무부와 검사 조직은 대한민국을 방어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왜 거꾸로 가는 걸까? 결과적으로 검사가 수형자(가해자)와 같은 편이 되어 국가를 공격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닐까. 다음은 시민단체인 제주4·3사건재정립시민연대 전민정 대표의 말이다. 울분이 느껴진다.

“법무부가 그렇게 재심을 직권 청구하면 제주도의 법원은 거의 100% 무죄를 펑펑 선고한다. 이게 뭐냐? 인공(人共) 치하에서 취할 법한 조치가 지금 대한민국 땅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한 장관이 재심을 청구해 돕겠다고 한 군법회의 수형자들은 2530명 정도다. 그들 대부분을 그동안 대한민국은 반역행위자로 분류해 왔다. 그들에게 덮어놓고 보상해 주는 게 과연 국민적 합의인가?”

그래서 윤 정부에 묻는다. 자유의 적에게 관용을 베푸는 게 당신들이 아는 법치인가. 정치학 교과서 첫 장을 읽어 보라. 방어적 민주주의가 지구상에서 가장 절실한 게 이 나라 대한민국 상황이다. 그런데도 당신들은 말도 아닌 자책골을 넣고 있다. 과연 그걸 기대해서 국민이 취임 100일 축하 꽃다발을 보냈을까?

그렇다면 한 장관은 왜 그런 조치를 취한 걸까? 추정컨대 윤 대통령에 코드를 맞추려는 노력이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4·3 추념식이 열린 제주도에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양민이 무고하게 희생된 것이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게 문제였다. 폭동을 일으켰던 남로당 세력에 대해 공산폭도라고 한마디 하지 않은 채 덮어놓고 그것부터 말한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건 정치지도자의 올바른 현대사 인식에서 멀어도 한참 멀다. 어쨌거나 상황이 그러하니 한동훈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거기에 동조하는 게 정의와 형평에 부합한다고 본 것 같다. 더구나 검찰총장 이원석도 문제다. 당초 직권 재심청구 확대를 먼저 건의한 건 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 집권세력 핵심인사들의 현대사 인식에 큰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이다.

사실 법무부의 직권 재심청구 확대 조치는 더불어민주당이 만들었던, 위헌 소지가 충분한 4·3특별법에서 몇 걸음 더 나갔다는 점에서 걱정이다. 바로 이러저런 이유로 요즘 우린 정권 교체를 실감 못한다. 이 모든 문제의 화근은 문재인이다. 2년 전 제주4·3 추념사에서 그는 “누구보다 먼저 꿈을 꾸었다는 이유로 제주는 죽음과 마주했다”고 언급했다. 그건 남로당이 품었던 반(反)대한민국의 꿈, 공산통일의 꿈에 대한 노골적 찬양이었다.

그렇다. 그런 황당한 꿈이 정권이 바뀐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니 새삼 환멸이다. 정말 대한민국 위기가 맞다. 우린 지금 이념의 낙동강 전선에 서 있다. 이쯤에서 물어보자. 이걸 거듭 방치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제주4·3이 곧 광주5·18처럼 좌익해방구, 반대한민국의 무법천지가 될 수 있다. 제주4·3을 저들에게 양보하면 끝내 대한민국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한 장관은 최근 멋진 말을 남겼다. 모든 사태를 세 줄로 요약하는 게 검사 능력의 하나라고 한 것이다. 오늘 칼럼을 세 줄로 요약한다. 첫째, 70여년 전 제주4·3은 대한민국 건국을 저지할 목적으로 일으킨 남로당 폭동이었다. 둘째, 그걸 문재인이 뒤집었고 윤석열 대통령도 동조했다. 셋째, 지금 법무부는 대한민국 부정 세력에 절차상 특혜를 제공해 주려고 서두른다. 차제에 ‘모비딕’을 다시 읽을 것을 한 장관에게 권유한다.

조우석 필진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