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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중국은 압록강과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국경을 맞대고 있다. 그 길에 서면 참으로 다양한 사람과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사실 풍경이라고 하면 아름답고 낭만적인 것을 떠올리게 되지만 그 안에 북녘 사람들의 삶이 들어 있는 모습을 풍경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 미안할 때가 많다. 이맘때가 되면 유독 압록강에 나온 고기잡이 어선과 사람이 많이 보인다.
고기잡이 어선이라는 단어를 얼핏 들으면 제법 큰 규모의 배를 연상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이 타고 나오는 것은 배라고 말하기조차 어려운 조악한 수준의 것들이다. 심지어 모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노를 저으며 그물을 놓는 방식으로 고기잡이를 한다. 바다가 아닌 강이기 때문에 대형 고기잡이배가 없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한강 하구나 낙동강·한탄강 등에서 고기잡이를 하는 우리 어선을 떠올려 보면 쉽게 비교될 수밖에 없다.
저 조그만 배에 실린 어구며 장비가 북한의 경제 현실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여실히 보여 준다. 북한에서는 모든 게 전투라는 단어로 통한다. 고기잡이도 ‘어로전투’로 표현한다. 전사로서 나라를 위해 목숨 바쳐 충성하라는 뜻이 담겼다.
물고기를 잡는 일도 생존·투쟁·할당량·충성·외화벌이 등의 단어와 연계될 수밖에 없는 참으로 기막힌 현실이다. 압록강을 생명줄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이기에 그들도 깊이 드리운 그물 가득 만선을 기대할 것이다. 살기 위해 그물을 던지고 또 거두며 낡은 배 한 척에 위태로이 생명을 걸 수밖에 없다.
압록강 수심이 깊어 가장자리에서만도 사람의 목까지 물이 차 간당간당하게 보인다. 손에 그물 하나 쥐고 압록강 물을 휘저을 수밖에 없는 그의 몸짓에 고달픈 삶의 흔적이 켜켜이 내려앉는 듯하다. 누가 저들을 그토록 고된 생존의 현장으로 내몰리게 했을까.
인민의 낙원·무릉도원이라 외치지만 정작 인민의 낙원에 인민의 삶은 없다. 압록강 물길 따라 수십 년을 저렇게 살아왔건만 단 한 번도 그 강을 건너고자 노를 젓지는 않았으리라. 강 건너 또 다른 삶과 생명을 찾는 길이 분명 있을진대…. 압록강 너머에 자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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