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출생률 반등에 더해 인구 관리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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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 중시로 인재(人災) 막고 유입 인구 많아져야
인력·인재 관리 등 종합적 인구정책 청사진 필요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6-27 06:31:30

배터리 공장 화재가 또 귀중한 목숨을 앗아갔다. 잊을 만하면 벌어지는 우리 내부의 참극이다. 사고 원인은 곧 규명이 되겠지만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로 결론 날 공산이 크다. 희생자 대부분이 외국인이라고 하지만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인명이 소중한 것은 그 무엇에도 견줄 수 없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근본적 차이는 무엇인가. 그 차이를 논할 때 여러 경제적 잣대를 갖다 대지만 근본적으로 확연히 다른 점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이해와 여기서 비롯되는 도덕적 책임이다. 크고 작은 안전사고로 상당수의 귀중한 인명이 희생당하고 있지만 근절되지 않는 이유가 시스템의 부재보다는 접근 방식에 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만시지탄이지만 정부가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여 인구 소멸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밝힌 것은 다행스럽다. 지속 가능성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면 더 늦출 수 없는 국가적 명운이 걸린 과제다. 출생률 반등을 위한 저출생 종합대책도 수긍이 간다. 다만 어떤 대책도 국민적 협조와 공감대, 그리고 사회문화적 정서의 획기적 전환이 있어야 성과가 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여야의 정치적 계산이나 정부 부처의 이기주의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정부에서 내놓은 저출생 종합대책에서 아쉬운 점은 상당수 대책이 결혼 이후의 지원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저출생 원인의 시발점인 청년 실업 해결이나 좋은 일자리 창출이 소홀하게 다루어진 것 같아서 다소 썰렁하다. 청년 실업 해결과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기업의 협력이 필연적으로 따라야 하고, 이에 대한 정부의 더 큰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인구 관리 측면에서 중요한 것이 또 있다. 흥하는 집은 들어오는 것이 많지만 망하는 집은 나가는 것이 더 많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흥하는 국가는 돈이나 기업에 더해 인구나 인재가 자꾸 들어오지만 망해 가는 국가에서는 계속 빠져나가기만 한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런저런 이유로 해외에 나가 공부하거나 일하는 사람들이 때가 되면 본국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여러 사정으로 현지에 주저앉거나 다른 둥지를 찾는 경우를 쉽게 목격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에 들어와 버틸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환영하는 분위기도 아니고 좋은 자리를 터줏대감들이 꿰차고 앉아 있어 전혀 순환되지 않는다. 실제로 미국이나 유럽에 거주하는 많은 한국 국적의 인재들이 한국과는 무관한 일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세계는 지금 인재 전쟁 중이다. 인공지능(AI)이 미래 경쟁의 핵심으로 부상하면서 각국이 인력 양성이나 조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이나 미국은 인재의 블랙홀이라고 할 정도로 세계 유수의 AI 인재를 끌어들인다. 한국 정부에서도 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두뇌 유출 현실은 갈수록 악화 일로다.

이쯤 되면 국가 인재 관리 정책의 허점이나 정책의 효율성을 재점검해야 한다. 경쟁국이 어떻게 하는지도 세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중국의 ‘과학 굴기’ 현장을 보면 미국을 제치겠다는 집념이 곳곳에 배어 있어 소름이 끼칠 정도다. 미국 대학의 종신교수제·대만의 각종 세제 혜택·일본의 배우자 취업 지원 등 다른 나라들에선 해외 인재를 모셔 오기 위해 지극정성을 다하고 있다. 정책의 강도가 우리와 크게 차이가 난다.

최근 국내 AI 고급 인재의 40%가 한국을 떠나고 있다고 한다. 석·박사급 인재에 대한 해외 국가들의 예우나 조건이 국내와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이 원인이다. 미국의 빅테크에 가면 연봉 5억을 거뜬히 받지만, 한국에서는 이들이 요구하는 1.5억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AI 인력이 부족하다고 야단이다. 사람도 인프라도 없는 AI 빈곤 현상이 심화되면서 한국의 경쟁력은 계속 후퇴하는 중이다. 데이터·컴퓨팅파워·클라우드 등 AI 관련 기술 인프라 부족으로 경쟁력의 뿌리가 흔들린다.

출생률 제고 정책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내국인이 해외에 나가지 않고, 해외에 있는 한국 국적(혹은 한국계) 인력이나 인재가 국내에 들어올 수 있도록 여건을 정비하는 것이야말로 또 다른 필연적 인구 대책이다.

고액자산가들의 엑소더스 부문에서 한국이 세계에서 네 번째라고 한다. 올해에만 1200명이 한국을 떠났다. 이유는 상속세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중국은 1만5000명이 유출돼 압도적 세계 1위다. 정치적 탄압이 배경이다. 노동 현장 인력 부족으로 한·중·일 3국의 외국인 근로자 모셔 오기 쟁탈전이 치열하다. 투자와 소비도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더 활발하다.

‘반도체 유학’을 떠나는 청년까지 나오고 있다. 노인 인구가 400만을 넘어서면서 43년 된 노인 기준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분출한다. 고령화와 건강수명 확장 추세로 보면 자연스러운 요구이다. 국가의 인구 전략과 기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접근과 정교함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에 따른 재원 확보를 위해서라도 국가 현안과 거리가 먼 예산을 과감하게 줄여 나가야 국가의 경쟁력과 지속 가능성이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