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호의 법으로 세상읽기] 軍은 애초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관할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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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진상 규명과 대책 수립은 관심 밖으로 사라져
민주당 특검법 발의, 공수처 기밀 누설로 정쟁만 남아

이동호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3-19 18:17:35

그동안 잠잠했던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해병대 조사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작년 9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당했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주(駐)호주 대사로 임명된 것이 계기가 됐다.

민주당은 피의자를 대사로 임명한 것은 범인 빼돌리기라며 대통령을 겨냥하고 이종섭 특검법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은 필자가 작년 9월20일 본지 칼럼(‘해병대 수사단장의 법리 무시한 항명’)에서 다뤘는데, 이 시점에서 되짚어 볼 필요가 생겼다.

본래 군대에서 발생한 사건의 관할권은 군사법원에 있고 그래서 군경찰과 군검찰이 수사권을 갖는다. 그런데 성추행 피해 여군 자살 사건을 계기로 국회가 2021년 군사법원법을 개정해 사망사건과 성범죄의 관할권을 민간 법원으로 이관시켰다.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은 그 후에 발생한 사건이라서 이제 군에는 수사권이 없다. 그래서 이 사건을 해병대가 조사해도 이는 ‘수사’가 아니라 내부 감사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 해병대 박정훈 수사단장은 법이 바뀌었는데도 자신의 조사 행위를 여전히 수사로 인식한 것 같다. 그래서 경찰에 통보할 수사 대상자에 해병대 사령관을 포함시키는 것을 보류하라는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수사에 대한 외압으로 단정해 버렸다. 수사단장은 거침 없었고 상부 허가도 없이 KBS에 출연해 외압이라고 폭로했다.

이쯤 되면 정치적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닌가 의심 가기도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기무사 계엄 문건 사건에서 맹활약했던 군법무관 출신 변호사가 변호를 맡았다. 기무사 사건은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을 자살로 몰고 갔지만 간부 몇 명이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벌금형을 받고 말았다.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에 대한 내란 혐의도 지난 2월 무혐의 종결됐다. 그런데도 그 변호인은 이번 사건의 배후에 대통령이 있다며 서슴없이 정권의 심장을 겨냥했다.

기무사 사건을 최초 폭로했던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 역시 해병대 사건에서 맹활약 중이다. 최근에 민주당 비례대표로 출마했는데 출마의 변이 박정훈 대령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물론 채 상병의 억울함을 풀겠다는 말도 했지만 그가 국회의원이 되는 것과 진실 규명이 무슨 상관이 있는 건지 모르겠다. 민주당이 이종섭 특검법을 당론으로 채택했듯이 이 사건을 어떻게든 정치적으로 끌고 가 대통령과 정권을 타격하는 데 활용하겠다는 의도로밖에는 안 보인다.

민주당은 이종섭 전 장관이 경찰에 적법하게 이첩된 수사 기록을 회수하도록 지시하는 등 직권을 남용했다고 고발했다. 그런데 이 고발은 민주당의 자가당착이다. 국방부 송무팀장을 역임한 송광석 변호사(현 법무법인 율촌)는 ‘해병대 채 상병 수사논란의 원인은 군사법원법의 불명확성 때문’이라는 제목의 2023년 10월22일자 법률신문 칼럼에서 중요한 사실을 밝혔다. 국회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간사이자 제1소위 위원장이었던 박주민 의원이 2021년 8월21일 법사위 현안 질의와 9월7일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국방부를 상대로 군사법원법 개정안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범죄 사실을 알면 바로 신속하게 이첩해야 한다, 군에서 사건을 만지작거리지 말고 의심나는 정황을 발견하면 지체 없이 이첩해야 한다, 군에는 사망 사건 관할권이 없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수사를 방해했다는 민주당의 고발 내용은 성립이 될 수 없다. 있지도 않은 수사 권한을 어떻게 방해한다는 말인가?

그런데 이종섭 전 장관에 대한 출국금지 해제가 알려지자 이젠 이종섭 특검법까지 발의하고 당론으로 채택했다. ‘순직 해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도피성 출국 과정 위법행위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라는 긴 이름인데 대표발의자가 바로 박주민 의원이다. 군은 사망사건 수사권이 없으니 신속하게 경찰에 이첩하라고 못 박았던 박 의원이 이제는 국방부 장관이 수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하는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이종섭 전 장관에 대한 법무부의 출국금지는 작년 12월 공수처의 요청에 따른 것인데 이 사실을 당사자도 몰랐다고 한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법무부는 출국금지 사실을 당사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 그러나 예외 사유가 넓게 규정돼 있어 실무부서에서는 대부분 통지를 안 한다. 필자가 맡았던 공수처 사건의 참고인도 단체 해외여행을 나가려다 인천공항에서 출국을 거부당해 비로소 출국금지된 사실을 알았을 정도였다. 이의신청을 할 수 있지만 실무부서에서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지난 5년간 출국금지에 대한 이의신청이 고작 6건 인용됐다고 하는 정도이다. 그래서 대통령실도 출국금지 사실을 모르는 채 이종섭 전 장관을 주 호주 대사로 임명했고 그 후 법무부 협조하에 출국금지가 풀렸다고 한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공수처다. 민주당이 이종섭 전 장관을 고발한 때가 작년 9월인데 그동안 단 한 차례 소환 조사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호주 대사에 임명되니 부랴부랴 1회 조사를 하고는 추가 조사가 필요한데 출국하면 어떻게 하느냐면서 이 전 장관이 출국금지됐던 사실을 MBC에 누설한 의혹으로 고발을 당했다. 지난 3년간 아무 성과도 내지 못해서 존폐 기로에 처한 공수처가 생존의 방편으로 민주당 기관언론 취급을 받고 있는 MBC와 결탁해 정권 공격에 나선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해병대 병사의 죽음의 원인을 밝혀 재발을 방지하자는 핵심은 온데간데 없다. 대통령이 전 국방부 장관을 도피시키려고 호주 대사에 임명했는가 하는 정쟁거리만 남았다. 민주당과 공수처는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보다 정쟁을 더 원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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