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헌의 스포츠 세상] K스포츠 일본에 뒤진 3위 고착될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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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이어 이번에도 3위… 엘리트스포츠 소홀히 한 결과
국민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일 생각해 봐야 할 때

박병헌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1-08 06:31:10

46억 아시안의 축제인 2022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성화가 꺼진 지 한 달 됐다. 전 세계적으로 창궐했던 코로나19 탓에 1년 연기돼 치러진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3년 뒤 일본 나고야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16일간의 드라마를 마쳤다.

대한민국 선수단 팀 코리아는 금메달 42개·은메달 59개·동메달 89개로 일본에 이어 또 3위에 그쳤다.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이어 이번에도 종합 2위 자리를 되찾지 못했다. 더구나 다음 대회는 일본에서 열리는 만큼 2위 탈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아시안게임의 개최국 중국은 역시 언터처블이었다. 무려 금메달 201개·은메달 111개 ·동메달 71개로 압도적인 종합 1위였다. 일본과 한국의 금메달 수를 더해도 중국을 따라잡지 못할 정도였다. 1982년 뉴델리 대회에서 처음으로 일본을 따돌리고 종합 1위에 오른 중국은 이후 41년 동안 11회 연속 종합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중국은 2년 전 도쿄 올림픽에서도 미국(금메달 39개·은메달 41개·은메달 33개)에 이어 종합 2위(금메달 38개·은메달 32개·동메달 18)에 올랐고,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도 3위에 오른 스포츠의 강자다. 특히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십분 활용해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작성한 역대 최다 금메달 199개의 기록을 2개 뛰어 넘으며 아시아 최강자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2년 전 올림픽을 개최한 일본은 금메달 52개·은메달 67개·동메달 69개로 종합 2위에 자리했다. 5년 전 대회에서도 금메달 75개를 따내 한국(49개)을 크게 앞지르며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 지난달 8일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폐막식이 펼쳐지고 있다. 연합뉴스

항저우 대회 한국 선수단의 당초 목표는 종합 3위였다. 사실상 최강자 중국은 물론 일본과의 실력 격차를 스스로 인정하고 한 발 물러난 셈이었다. 한국은 1986년 서울 대회 당시 금메달을 93개 따내며 중국(94개)을 위협하기도 했으나 그게 전부였다. 이후 1994년 히로시마 대회를 빼고 2014년 인천 대회까지 아시안게임 종합 2위는 한국의 자리였다. 그러나 5년 전 자카르타 팔렘방 대회에서 전세가 역전된 뒤 이번에도 그것을 뒤집지 못했다. 자칫 3위 자리가 고착화될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물론 최근에는 국제대회 성적이 가장 중요한 가치는 아니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과거 1980·90년대처럼 성적지상주의에 목매여 지나친 훈련이나 폭행·폭언 등 각종 폐해를 용납하지 않는 게 사회 분위기다.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이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 후회없는 경기를 펼쳤는지에 대해 박수를 보내는 팬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종합 국제대회인 만큼 금메달에 대한 기대나 환호가 아직까지 더 큰 것도 사실이다. 대회 기간 중 언론에서 날마다 금메달 수와 종합 순위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특히 폐막 하루 전날 밤 대표적인 단체 구기종목인 야구와 축구에 이어 배드민턴 여자 단식 안세영의 금메달 소식은 엄청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치열한 경쟁과 승리 획득이라는 과제가 숙명인 선수들에게 우승은 지상과제일 수밖에 없다.

한국 선수단은 종합 순위 외에 또 다른 목표였던 금메달 45~50개 획득도 이루지 못했다. 아마추어 체육의 총본산인 대한체육회가 인도·우즈베키스탄·이란이 한국을 추격하고 있기 때문에 3위 자리도 위태로울지 모른다고 강조한 것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일본은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에 뒤처졌던 기간 생활체육에 집중하며 저변 확대에 힘썼다. 상대적으로 엘리트 스포츠에 집중했던 한국과는 체육 정책을 달리했다.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상황이 확 바뀌었다. 일본은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성적을 내야 하는 만큼 엘리트 스포츠 부문에 대대적인 투자를 했다. 그리고 마침내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무려 27개나 따내는 엄청난 성과를 올리며 미국(39개)·중국(38개)에 이어 ‘빅3’에 올라섰다.

그렇지만 한국은 지난 문재인정부에서 생활체육을 육성하는 정책을 펼치면서 상대적으로 엘리트 스포츠가 약화된 것이 사실이다. 엘리트 체육 홀대 논란 속에 서 한국은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 6개로 종합 16위에 머물렀다. 2012년 런던올림픽 5위(금메달 13개·은메달 9개·동메달 8개)·2008년 베이징 올림픽 7위(금메달 13개·은메달 11개·동메달 8개)에 비하면 엄청난 퇴보가 아닐 수 없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과 일본의 금메달 수 격차는 5년 전보다 줄었다. 2018년엔 26개 차이로 큰 쇼크를 받았지만 이번에는 10개였다. 하지만 이걸로 위안을 삼을 수는 없는 일이다. 일본은 이번에 적지않은 종목에 2진급 선수들을 파견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내년에 있을 파리 올림픽을 대비하는 차원이었다.

일본이 2진급 선수들을 파견한 것은 남자 축구와 야구·농구가 대표적이다. 그렇지만 한국은 남녀 농구에서 모두 일본에 패했다. 특히 남자 농구의 경우 억대 연봉자들인 프로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렸음에도 2진급 일본에 패하면서 충격을 안겼다. 한국이 일본과의 금메달 수 격차를 줄였다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전반적으로 스포츠의 국제 경쟁력을 높여 국위를 선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일상에 지친 국민에게 용기와 희망을 심어 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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