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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명 폐업’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국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 사업자 수는 100만7650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율은 60년 만에 처음으로 20% 아래로 떨어졌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폐업자의 61.2%가 심각한 경제적 곤란을 겪고, 43.8%는 재기할 엄두조차 못 내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희망리턴패키지 원스톱지원’ 사업의 지원 한도를 기존 400만 원에서 600만 원으로 늘리고, 지원 대상도 4만 개 기업으로 확대했다. 추가경정예산 171억 원도 확보한 상태다. 소상공인 입장에서 점포 철거 및 원상복구 등 폐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실적인 비용을 고려하면, 정책 확대는 분명 반가운 조치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환영하면서도 폐업한 사업자들을 위한 제도적 마련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이병덕 경기도소기업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소상공인이 폐업 신청을 할 때는 전기세, 수도세, 은행 이자조차 내지 못해 가게 문을 닫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국세와 지방세를 완납해야만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전시 행정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어렵게 폐업을 선택한 이들에게 정부가 건네는 손길은 “조건을 갖춘 사람에게만 드립니다”는 말과 다를 게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또 지원금을 받기 위해선 여러 단계의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정보 접근성이 낮은 고령층 사업자는 아예 제도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실제로 현재 희망리턴패키지를 통해 지원을 받은 폐업자는 전체 폐업자의 5%에 불과하다. 95%는 여전히 제도권 밖에 방치돼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디지털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조기 위험 감지 시스템을 만들고, 폐업 후에는 원격 상담과 민간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설명한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의 디지털 이해도와 정책 방향성은 신선하다. 그러나 플랫폼은 도구일 뿐이다. 제도의 진입 장벽을 낮추지 않는 이상, 아무리 정교한 시스템도 빈 그물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폐업 이후 소상공인이 갈 수 있는 ‘질 좋은 일자리’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자영업은 중산층의 버팀목이자 고용의 완충지대였다. 지금은 과잉 경쟁과 경기 불황으로 생계형 창업이 폐업으로 되돌아오고, 그 폐업은 또 다른 사회적 위기로 전이되고 있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전직 훈련, 자격 기반의 직업 전환 교육, 프랜차이즈 불공정 구조 개선 등은 모두 병행돼야 할 과제다.
정부는 자영업을 ‘고용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 왔다. 그렇다면 지금은 그 마지막 보루가 무너지지 않도록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정책을 내놔야 할 시점이다. 폐업한 자영업자가 다시 서기 위해선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재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의미의 ‘패자 부활’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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