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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75주년을 앞두고 스카이데일리는 부산 유엔기념공원과 거제 포로수용소를 찾았다. 두 곳 모두 전쟁의 역사를 품고 있지만, 전사자들을 추모하는 마음은 한결 같았다.
평화의 붉은 매화가 가장 먼저 피는 유엔기념공원, 철조망과 감시탑이 남아 있는 거제 포로수용소는 분단된 한반도의 하늘 아래, 전쟁의 상흔이 여전히 숨 쉬는 곳들이었다. 스카이데일리는 결코 사라지지 않은 전쟁의 흔적을 따라 걸었다.
세계 유일 유엔군 묘지,부산 유엔기념공원을 가다
기자가 찾은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은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지가 자리했다. 1951년 유엔군 사령부가 조성했고, 1955년 대한민국 정부가 토지를 유엔에 영구 기증하며 유엔 총회에서 공식 성지로 지정됐다. 이후 1974년부터는 유엔기념공원 국제관리위원회가 관리하고 있다. 이곳은 11개국 2320명의 전몰 용사가 잠들어 있는 평화의 성역이기도하다.
정문을 지나면 묘역으로 향하는 길이 열린다. 유엔기념공원은 △상징 구역 △주묘역 △녹지 공간으로 나뉘며, 추모관과 기념관이 자리 잡고 있다. 먼저 찾은 삼각형 추모관은 세계적인 건축가 김중업이 설계했다. 삼각형은 다양한 종교적 배경을 상징하며, 내부를 채운 스테인드글라스는 평화와 사랑, 전쟁의 참상을 함께 담고 있다.
청량한 날씨에 22개 참전국 국기들이 펄럭였다. 이들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국군 장병과 세계인의 발걸음이 끊임없는 모습이었다. 각국의 국기가 게양된 상징 구역을 지나자, 주묘역에는 △영국 △캐나다 △호주 △미국 △프랑스 등 7개국의 묘역이 조성돼 있었다. 초록 잔디 위로 붉고 분홍색 장미가 피어 묘한 대비를 이뤘다.
묘역 중앙을 가로지르는 ‘도은트 수로’는 생과 죽음의 경계를 상징하듯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이 수로는 17세에 전사한 호주 참전 용사의 이름을 딴 것이다. 최연소 안장자인 호주 병사 도은트의 이름을 딴 이 수로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상징하며, 지금도 200여 마리의 물고기와 수생식물들이 평화롭게 서식하고 있다.
묘역 곳곳에는 각국의 기념비와 추모비가 세워져 있다. 유엔군 위령탑, 영연방 위령탑, 터키·그리스·호주 기념비 등, 세계 곳곳에서 모인 청춘들이 이 땅에서 흘린 피를 기억하는 조형물들이 묵직하게 서 있었다. 공원에는 특히 남편과 합장된 호주 허머스턴 부부, 형제를 따라 안장된 캐나다 허시 형제 등 전쟁의 비극과 사랑이 교차하는 사연들이 남아 있다.
드넓은 녹지에는 대형 분수 위로 365일 꺼지지 않는 추모의 불기둥이 피어오른다. 원형 수반, 꺼지지 않는 불꽃, 음양의 조화를 담은 조형물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주변 유엔군 전몰 장병 추모명비에는 4만896명의 전사자 이름이 새겨져 있다. 다이아몬드는 유엔기념공원 안장자를, 점은 알려진 묘소가 없는 용사를 뜻한다.
명비 입구에는 “우리의 가슴에 님들의 이름을 사랑으로 새깁니다. 우리의 조국에 님들의 이름을 감사로 새깁니다”라는 이해인 수녀의 글귀가 새겨져 있다. 그 이름들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전쟁이 남긴 무게였다. 한 중년 남성은 “70~80년대 문학계의 상징 같던 이해인 수녀의 추모 명비와 추모 시를 직접 읽을 수 있다는 건 방문객 모두의 축복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서울에서 올라왔다는 기자를 반겨 준 도슨트는 이른 봄 유엔기념공원에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홍매화가 핀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는 “붉은 꽃잎은 참전 용사들의 희생을 기리는 작은 신호처럼 매년 이곳을 찾아온다”며 “홍매화는 유엔기념공원의 평화의 꽃으로, 이곳을 찾는 발걸음들이 전쟁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매년 11월 11일, ‘턴 투워드 부산’이라는 캠페인이 열린다. 오전 11시, 부산을 향해 전 세계가 동시에 1분간 묵념하는 시간”이라며 “부산은 단순히 한 도시를 넘어, 세계 평화의 상징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7년 캐나다 참전 기자 빈스 커트니가 처음 제안했고, 2008년부터는 정부 주관으로 확대돼 지금은 세계적인 추모의 시간이 되었다는 것이다.
거제 포로수용소, 전쟁과 이념의 갈등이 남긴 상흔
1시간30여분 거리에 있는 거제도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으로 향했다. 거제포로수용소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전쟁의 아픔을 기억하고, 자유와 평화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하는 살아있는 역사 교실이다. 1950년 인천상륙작전 이후 포로 수용 시설이 부족해진 유엔군이 거제도에 대규모 포로수용소를 설치한 곳이다.
360만 평 규모였던 이곳은 북한군·중국군 등 다양한 국적의 포로가 최대 17만3000명 수용됐다. 거제도는 육지와 떨어져 있어 관리가 용이했고, 부산과 가까워 수송도 편리했다. 제주도가 1순위 후보지였으나, 피난민으로 가득 차 거제도가 선택된 것이다.
1950년 인천상륙작전 이후 포로 수용 시설이 부족해진 유엔군이 거제도에 대규모 포로수용소를 설치한 곳이다. 360만 평 규모였던 이곳은 북한군·중국군·인도군 등 다양한 국적의 포로가 수용됐다. 당시 포로들은 오히려 국군보다 나은 대우를 받았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유적공원은 △전쟁존 △포로존 △복원존 △평화존 등으로 구성돼 있었고, 규모가 꽤 컸다. 전쟁존부터 관람이 시작된다. 탱크존부터 시작하여 포로 폭동 체험관, 포로 사상 대립관, 6·25 역사관, 포로 생포관 등이 있다. 북한군이 사용한 T-34 탱크가 전시돼 있고, 디오라마관에서는 포로수용소의 전경과 피난 행렬, 포로들의 생활상이 사실적으로 재현돼 있다.
관람객들은 포로들의 일상과 포로 간의 갈등, 포로 폭동과 같은 당시의 긴박했던 분위기를 모형과 자료를 통해 간접 체험할 수 있다. 특히, 포로수용소유적박물관에는 당시 포로들이 입었던 의복, 무기, 생활 용품, 영상 자료 등이 남아 있어 전쟁의 현장을 생생히 전달한다.
특히 포로들은 제네바 협약에 따라 충분한 급식과 의료·여가·교육의 기회를 보장받았으며, 심지어 영화 관람, 연극 공연, 종교 활동도 가능했다. 여성 포로관에서는 북한군 및 중국군 여성 포로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대부분이 송환을 선택했다. 빨치산 출신 여성 포로들은 군사재판을 받고 재수감된 사례도 있었다. 여성 포로는 전체 포로 중 극히 적은 비율이지만, 그들의 생활상은 여전히 많은 부분이 베일에 싸여 있다.
포로 폭동 전시관에서는 반공 포로와 공산 포로 간의 극심한 갈등, 수용소장 납치 사건 등 포로 수용소 내 긴장과 폭력을 보여주는 전시도 이어졌다. 당시 포로들이 직접 제작한 무기들도 눈길을 끌었다.
포로수용소 내부에서 반공 포로와 친공 포로는 서로를 적대하며, 자치조직을 만들어 폭력적 충돌을 벌였는데, 각 진영은 자체적으로 무기를 제작하거나 은밀히 입수하여 상대 진영 포로를 습격하기도 했다. 친공 포로들은 북한과 중공의 지휘를 따르려 했고, 반공 포로들은 남한 편으로 귀순하거나 남한 사회 편입을 원했던 과정이 기념관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모습이었다.
이곳에 아이와 함께 방문한 관람객은 “당시 포로들은 오히려 국군보다 나은 대우를 받았다는 사실이 가장 놀라웠다”며 “PX, 무도회장 등을 보니 포로들이 서로 반공 포로와 친공 포로를 나누고 유혈 투쟁을 했다는 사실이 납득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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