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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제5회 서울 락스퍼 국제영화제(SLIFF)가 ‘자유를 그리다’라는 슬로건과 함께 30일 개막했다. ‘정의, 자유,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스크린 위에 담아내며, 영화제를 넘어 복합문화예술축제로 진화한 서울 락스퍼 국제영화제는 예술과 공동체의 힘으로 인권의 가치를 조명하는 행사로 본격 발돋움 했다.
이날 개막한 SLIFF는 2021년 북한 인권 중심의 국제영화제로 출발한 이 영화제는 시민 주도형 축제로 올해로 5회차를 맞았다. 음악·전시·포럼, 야외 상영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서울의 문화 다양성과 공동체 의식을 고양해왔다. 허은도 수석프로그래머는 올해도 락스퍼국제영화제를 총괄했다.
올해에도 예산난은 지속됐다는 후문이다. 배경에는 특정 지자체의 지정 영화제가 아니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 관계자는 “특정 지자체의 지정 영화제가 아니라면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올해는 서울시 후원이 들어올지 알았으나, 이루어지지 않아 예산난이 지속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영화제들이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처럼 지역에서 하는 데, 서울시장이 우파진영임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지자체 지원 없이 5회째 영화제를 이끌고 있는 셈이다.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은 축사에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거의 없는 영화제임에도 5회째를 이끌어오신 이장호, 허은도 감독님을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들의 노고에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올해 개막작은 캐나다의 레이먼드 장 감독이 연출한 ‘구유 장기’였다. 중국 내이 작품은 실종된 두 젊은이를 20년 동안 추적하며 중국 내 장기 적출 실태를 고발한 화제의 다큐멘터리로, 중국 정부의 개입 여부를 정면으로 다뤄 미국, 일본, 대만 등지에서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2023년 리오 국제영화제 최우수 음악상, 2024년 인디페스트 영화제 '특별 언급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메인 섹션인 ‘북한인권영화 섹션’에서는 통일부 북한인권증진사업의 지원을 받아 예년보다 다양한 작품이 상영된다. 특히 다섯 편의 월드 프리미어 작품이 관객의 이목을 끌 예정인데, 올해는 탈북 과정의 비극을 다루기보다 탈북민의 한국 사회 정착과 일상에 초점을 맞춘 작품들을 다수 포함했다.
△이용남 감독의 북한인권 3부작 중 하나인 <열한 살의 아라리> △경기하나센터에서 제작한 <명옥> △북한인권 단체 THINK에서 제작을 맡아 북송 문제를 다룬 <인질93340: 지상낙원으로 간 사람들> 등 북한 인권에 대한 다양한 시선의 영화를 접할 수 있다.
‘세계 인권 섹션’에서는 캐나다 특별전이 마련되어 6편의 작품이 소개되었으며, 한국 배우가 출연한 ‘마인드 웨이브’도 포함됐다. 영화제 측은 관객과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세계 문학 원작 영화 등 대중성 있는 콘텐츠도 함께 선보였다.
개막식에는 이장호 감독과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태영호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 사무처장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축하의 뜻을 전했다. 개회사를 한 이장호 감독은 “정부의 지원 부족 속에서도 영화제를 지켜낸 것은 관객과 시민의 힘”이라고 밝혔으며, 김동호 이사장과 태영호 사무처장도 영화제가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확산시키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올해 시네마 인권상은 중국 표현의 자유를 만화로 기록한 다슈 작가(곽경운)와, 28년간 탈북민을 구호해온 인권운동가 팀 피터스에게 돌아갔다. 다슈 작가는 “이 트로피가 모든 좋은 사람에 대한 격려가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으며, 팀 피터스는 “이 상은 북한과 중국에 숨어 있는 탈북민 모두를 위한 것”이라며 감사를 전했다.
아울러 가수 JK 김동욱과 성악가 바리톤 고성현과 소프라노 전수빈의 축하 공연은 예술의 힘으로 진실을 전하는 영화제의 메시지를 깊이 공명시켰다.
단편 영화 경쟁 부문에서는 150편 중 4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장려상: ‘향남’(신건호 감독) △우수상: ‘침묵의 사선’(정재훈 감독) △최우수상: ‘무참’(김정환 감독) △대상: ‘낮과 밤의 이야기’(중경호 감독)r가 수상했다. 대상 수상작은 탈북 남성과 한국 여성의 삶을 대화로 풀어내며 깊은 울림을 주었다.
김규나 심사위원은 제5회 서울 락스퍼 국제영화제가 단순한 문화 행사를 넘어 표현의 자유를 환기하는 중요한 장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는 공기와 같아 잃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안다”며 “자유 없이 사는 것은 결국 노예로 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영원한 봄’, ‘구유 장기’, ‘시대혁명’ 등 일부 작품의 상영 무산에 대해 “중국이나 북한의 압력이 있었는지, 우리가 스스로 기어간 것인지 모르겠다”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반면 “젊은 감독들의 가능성과 세계관에서 한국 영화의 희망을 보았다”며 “자유를 지키려는 자각이 영화제를 통해 퍼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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