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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투표소 ‘투표용지 반출’, 선관위 신뢰 ‘흔들’

구신촌동주민센터전, 기표 전 투표용지 들고 식사까지
기표 전 투표용지 들고 식사까지…QR·바코드로도 본인 식별 불가
권오용 변호사 “백지수표 같은 투표지, 대리투표·조작 가능성 우려”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5-29 20:56:34

▲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종합상황실에서 한 관계자가 사전투표현황 등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이날 사전투표 1일차 최종 투표율은 역대 최고치인 19.58%로 집계됐다. 과천=연합뉴스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서울 서대문구 구신촌동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서 기표 전 투표용지가 투표소 밖으로 대거 반출되는 일이 발생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해당 투표소는 이날 오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사전투표를 하며 관심을 모은 곳이다.

매일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25분쯤 이곳 투표소에서는 관외 선거인들이 본인 확인을 마친 뒤 투표용지와 회송용 봉투를 손에 든 채 수십 미터에 걸쳐 투표소 바깥에서 줄을 서 있었다. 내부 대기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선거관리인이 유권자에게 기표 전 투표용지를 배부한 뒤 외부 대기를 유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유권자는 투표용지를 휴대전화로 촬영하거나, 기표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등 관리 부실이 드러났다. 실제로 관외 선거인 여성 2명은 “본인 확인을 마친 뒤 대기 줄이 길어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왔다”며 “다시 줄을 서자 안내원이 신분 재확인 없이 바로 기표 줄로 안내해 투표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일부 유권자가 기표도 하지 않은 투표용지를 들고 투표소 밖에서 대기하거나, 점심 식사를 한 뒤 돌아와 투표 중복 투표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당 투표소에서는 신분 재확인도 없이 유권자들이 다시 투표소로 입장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들이 동일인인지, 혹시 다른 사람이 용지를 넘겨받은 건 아닌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투표용지는 본인 확인 직후 즉시 기표소로 이동해 사용해야 하며, 투표가 끝난 뒤 퇴장하는 절차로 관리된다. 따라서 이처럼 기표 전 상태의 투표용지를 소지하고 외부로 나가는 행위는 법 위반 소지가 있다. 대리투표나 투표용지 훼손·유출 등의 부정행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제157조(투표)에 따르면 제1항은 ‘선거인은 투표용지를 받은 즉시 기표소에 들어가서 기표를 한 후 그 자리에서 투표함에 투입하여야 한다’, 제2항은 ‘선거인은 투표를 마친 후 즉시 투표소를 떠나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해당 조항들을 살펴볼 때 투표용지를 받은 선거인은 즉시 기표소에 들어가서 기표를 마치고 투표함에 넣은 후 투표소를 떠나는 것이 원칙이다.

관련해 선관위는 “오전 11시부터 낮 12시 25분까지 관외 유권자가 몰리며 신분 확인 기기(7대)와 기표소(6개) 수의 불일치로 외부 대기가 발생했다”며 “이후 외부 대기를 중단하고 투표사무원과 기표소를 추가 배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기자 통제가 완벽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전국에 유사 사례 방지를 위한 안내를 시행했고, 재발 방지에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투표 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오용 변호사는 스카이데일리와 통화에서 공직선거법이 명시한 ‘투표용지를 받은 즉시 기표소에 들어가야 한다’는 원칙을 명백히 위반한 사례라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투표용지는 받는 즉시 외부 반출 없이 기표소를 통해 투표 후 기표되는 것이 원칙이라는 것이다. 대리투표·투표용지 조작·비밀투표 침해 등 부정선거로 직결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들을 동반한다고도 했다.

권 변호사는 “투표용지가 외부로 반출될 경우, 가장 먼저 제기되는 우려는 ‘대리투표’ 가능성이다. 신분 확인을 마친 A라는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받은 뒤 투표소를 떠났다면, 그 용지를 B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들고 기표를 해도 선거관리인은 �見� 식별하거나 제지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투표용지의 외부 반출은 조작 가능성도 함께 열어둔다. 사진 촬영을 통해 기표 내용을 �見� 보여주도록 강요하거나, 용지를 고의로 훼손·위조하는 등 부정행위의 통로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기표 전의 투표용지는 그 자체로 ‘백지수표’와 같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날인이 인쇄된 투표용지에 신원 확인조차 식별이 불가능한 QR 혹은 바코드 투표지가 밖으로 유출되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번 ‘사전투표’의 관리 부실함이 총체적으로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전투표율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9일 오후 6시 기준 이날 사전투표 1일차 최종 투표율은 역대 최고치인 19.58%로 집계됐다. 20대 대선 당시 같은 시간대와 비교해 역대 최고치다. 전체 유권자 4439만1871명 중 869만1711명이 투표를 마쳤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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