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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형의 만사만감(萬事萬感)]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내 인생
최문형 필진페이지 + 입력 2024-12-20 06:30:28
 
▲ 최문형 동양철학자‧작가‧성균관대 교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 in Wonderland)’는 영국의 수학자이자 작가인 찰스 루트위지 도지슨이 루이스 캐럴이라는 필명으로 1865년에 발표한 소설이다. 원제는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에서 겪은 모험(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이다. 이 이야기는 다양한 분야에서 각색되었다. 특히 디즈니가 제작한 애니메이션은 큰 인기를 얻었다.
 
주인공 앨리스가 꿈꾸는 세상은 동물들이 인간처럼 사는 세상이다. 동물도 사람처럼 모든 게 갖추어진 집에서 살고 사람처럼 잘 차려입은 세상이다. 또 동물과 사람의 대화와 교감·공감이 가능하다. 실제로 이 이야기 속의 모든 동물은 의인화되어 있다. 앨리스는 외로울 때 꽃과 이야기하고 하늘을 나는 파랑새와도 인사를 나누며 시냇물 흐르는 소리와 자연의 모든 소리를 이해하는 일을 꿈꾼다. 이 세상은 인간과 자연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인 세상이며, 인간을 다른 생명체와의 연장선에서 보는 시각이 반영되어 있다.
 
소원대로 앨리스는 하얀토끼를 따라 이상한 나라에 들어가 정원의 꽃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정원은 인간이 꾸민 곳이어서 모든 것이 조화롭고 세련되며 규격화되고 정형화되었다. 정원의 꽃들은 서로 자신의 노래를 부르려 다투다 합창을 하고는 앨리스에게 너는 어디서 왔니?” 즉 어느 종이고 어느 분과인지 국적을 묻듯이 질문한다. 자연 속에선 그러한 구분이 필요 없지만 여기는 정원이다. 앨리스가 선뜻 답을 못 하자 향기도 없는 잡초·뜨내기풀이라고 하며 앨리스를 내쫓는다. 정원에 도사린 인간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보여 주는 부분이다. 원작에는 없지만 디즈니가 꾸며 낸 장면이다.
 
앨리스는 수많은 신기한 존재들과 만나고 이상한모자미친토끼생일아닌 날축하연에 참석하게 된다. 생일아닌 날의 축하는 관점을 바꾸자는 이야기다. 왜 우리는 일년 내내 생일인 날 하루를 기대하고 살까. 평범한 이 상식을 뒤집으면 매일이 행복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둘의 파티는 차는 한 방울 못 마시면서 찻잔을 닦느라 분주하고 자리가 많은데도 안착하지 못하고 정신없이 자리를 옮겨 다닌다. 이 길고 산만하고 지루한 장면을 여러 전공의 많은 학자들이 분석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심지어는 이 안에서 수학공식도 찾아냈다. 여기에는 획일화와 기계화, 인간 문명 속 스트레스와 그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다.
 
하얀토끼가 파티에 등장하며 어처구니없는 시계 고치기가 시작된다. 하얀토끼는 늘상 시계를 들고 다니며 늦었다고 탄식하는데, 두 등장 인물은 하얀토끼의 시계를 고쳐 준다고 제안하고는 눈먼 시계공처럼 시계를 주물럭댄다. 그들은 하얀토끼의 만류를 뒤로 하고 버터와 차·설탕과 잼 등을 부어 가며 시계 고치기를 한다. 시계는 규격화된 세상을 상징하는데 그들은 결국 망가진 시계를 부숴 버린다. 시계는 지향점이 있고 정해진 과정이 있는 진보의 상징이므로 이 장면은 해방과 자유를 보여 준다.
 
이상한 파티와 결별한 앨리스는 다시 토끼를 찾아 트럼프왕국으로 향한다. 거기서 흰장미를 빨갛게 칠하는 트럼프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이 여왕의 노여움을 피하기 위해 장미를 칠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트럼프왕국은 독재자 여왕이 통치하며 여왕이 좋아하는 빨간 장미만 심어야 하는 획일화된 세상이다. 그들은 실수로 심은 흰장미를 빨갛게 칠한다. 하지만 장미를 빨갛게 칠하면 장미는 죽는다
 
우리는 이런 세상에서 산다. 정확한 기준과 가치가 정해진 세상이다. 이에 맞추어 교육을 받고 사회에 적응을 하며 살게 되어 있다. 만약 하얀 장미로 태어났다면 세상 사람들의 손으로 빨갛게 칠해져 죽어 간다. 독재자인 트럼프 여왕은 자신의 맘에 들지 않으면 누가 됐든 사형시킨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획일적으로 합의된 기준 가치가 있어서 여기서 어긋나는 사람은 어느새 제거된다.
 
앨리스의 몸 크기 변화는 작품의 시작부터 끝까지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이상한 나라로 들어가면서 탁자 위 약을 먹고 몸 크기가 작아지고, 그곳에서 모험을 하면서 버섯을 먹고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장면이 나온다. 버섯의 한쪽을 먹으면 몸이 커지고 다른 한쪽을 먹으면 작아지는데, 앨리스는 몸 크기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면서 항상 선택을 해야 한다. 하얀토끼의 장갑을 찾아 주려고 토끼네 집에 들어갔다가 몸 크기가 커져서 집이 태워져 화형을 당할 위기도 겪는다.
 
이는 열린 진화의 개념과 통한다. 열린 진화는 선택을 요구한다. 정해진 것은 없다. 순간순간 매분 매초의 선택이다. 인생도 그렇다. 앨리스처럼 누구나 이상한나라에 살면서 그 나라의 코드를 읽으려 애쓴다. 위기가 올 때 버섯 한 쪽을 떼어 먹으며 위기를 피해 기회로 삼기도 하고 어떤 때는 실패하기도 한다. 트럼프 여왕으로부터의 앨리스의 탈출(현실로의 복귀) 또한 우연이 결부되었다. 위기와 기회·의도와 우연, 이 모든 것은 자연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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