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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에 맞춰 한·일 군사협력 관계 강화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서울 용산 모처에서 만난 이토 고타로 캐논글로벌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1일 스카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최근 관심을 모았던 ‘한·일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이 정치적 논란으로 당장 이행이 불가능하다면 ‘글로벌 방산 협력 체인’을 만들어 한·일 간 군사협력을 강화하자고 주장했다. 트럼프 집권 2기에 ‘캠프 데이비드 선언이 파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시점이어서 관심을 끈다.
-한·일 간 군사협력이 중요한 이유는
지난해 ‘캠프데이비드 합의’ 이후 한·미·일 간 군사협력이 제도화하면서 한·일 간 군사협력 강화 기조가 명백히 드러났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일본의 자위대와 한국군은 대만해협·인도·태평양 지역·제주 동남방 항로 등에서 북한·중국을 상대로 하므로 지정학적으로 군사 이익을 함께하는 ‘공동체’로 묶어서 봐야 한다. 일례로 대만에서 전쟁이 날 경우, 한국과 일본은 동시에 군사 대응을 해야 한다. 한국에 군사 사태는 일본의 군사 사태이며 반대로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아 올릴 때마다 미국을 중심으로 양국 간 미사일 발사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결국 같은 군사적 문제를 공통 분모로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국 간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에서 미국과 각각 군사동맹을 맺고 있어서 안보를 통해 누리는 반사이익이 99% 일치한다.
또 다른 예로 현재 한국에는 주한 일본인이 4만6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한반도 유사시 이들을 어떻게 구출할 것인가. 일본 정부는 2017년 북한에서 6차 핵실험을 하는 등 일촉즉발의 안보 위기 상황에서 한국 정부를 여러 차례 찾아 이들의 탈출 방법을 모색했다. 일본 본토로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와 협력하여 한국 영토에 들어오는 등의 방법을 구체화해야 했기 때문이다. 긴급상황에 최소한 헬리콥터나 수송기를 통해 일본 영토로 국민을 구출하는 것을 일본 정부가 바라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도 한반도 유사시 전방 기지가 주한미군과 한국이라면 후방 기지는 주일미군과 일본이다. 같은 맥락에서 한미동맹과 미일동맹 간극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상호군수지원협정을 통해 메꿔야 한다. 이는 트럼프행정부 2기에서도 마찬가지 큰 그림으로 이행되어야 할 지속성이다.
-최근 국회 국방위 국감에서 국방부 차관이 번복해 논란이 됐던 ACSA란?
한·일 군사협력에서 ‘한·일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이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보다 선행돼야 했다. ACSA 탄약과 연료 등 군수물자를 주고받을 수 있는 국가 간 약속이다. ACSA는 2013년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그해 12월23일 남수단에 주둔한 일본 육상자위대 인원이 한국 남수단 재건지원단의 탄약 지원 요청에 응하여 1만 발의 실탄을 제공했다. 5.56밀리미터 소총탄은 2500~3000달러 수준이었으나, 군인들에게 목숨 같은 총알이 일본 탄약으로 제공된 것이다. 박근혜정부와 국방부는 정치 논란에 휘말리며 거센 정치적 후폭풍에 시달렸으며 진실 공방까지 해야 했다. 윤석열 정부도 마찬가지다.
올해 9월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ACSA에 대해 김선호 국방부 차관이 찬성 의사를 밝힌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발언을 철회했다. 한국 정부에서는 ‘한·일군사동맹’ ‘일본 재무장화’ ‘일본의 군사주의’ 등의 격한 프레임을 통해 해당 문제를 정치화했다. ACSA는 필요하지만, 정치적 후폭풍이 두려운 한국 정부에서는 이를 이행하지 못한다. 또한 일본 정부도 한국 정부에서 ACSA를 체결했다가 2015년 한·일위안부합의와 같이 진보 정부가 들어섰을 때 이를 파기할 것이라는 본연적 두려움과 의심이 있다.
-한·일 간 군수물자 교환이 중요한 이유는?
그럼에도 ACSA와 같은 군수물자를 교환할 수 있는 상호 합의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한반도 유사시에 주일미군이 당연히 동원될 거고 일본과 ACSA를 맺어놓을 경우, 지리적으로 군사적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양국 간 전쟁 수행에서 군수 지원 측면에서 일본 자위대의 협조·지원이 필요하다. 일본 정부는 6·25전쟁 때 미군 요청 아래 사실상 한국의 후방에서 병참기지 역할을 했다. 당시 원산·인천 등에 소해함 46척·대형선 1척을 파견했다. 기뢰 제거 작업에서 폭발 사고로 해군 출신 민간인들의 희생도 있었다. 기뢰 제거 작전을 도왔다. 함흥·원산·포항 등에도 군사 보급선을 투입해 미군과 한국군을 지원했다. 한반도 유사시 한·일 간 유동성 있는 병참기지 역할을 나누어 ‘글로벌 방산 생산 체인’ 등을 함께 구축하는 게 필요한 이유다.
-정치 갈등으로 인한 군사협력 난항 국면, 극복 방안은?
한국인들은 부츠 온 더 그라운드(Boots on the Ground) 콤플렉스가 있다. 일본의 군사 관련해서는 본토 내에 들어오면 안 된다는 거다. 과거 식민지 제국주의시대에 대한 일본 침략주의 등에 대한 역사 사관이 한국 국민 정서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이를 정치화하여 일본과 대립 구도를 의도적으로 만들어 정치적 이익을 보는 세력이 분명히 있다. 이 때문에 필요한 게 ‘한·일 양국 간 동시에 글로벌 방산 생산 체인’으로 만드는 것이다.
최근 10조 원대 호주 신형 함정 수주전에서 한국이 탈락하고 일본과 독일로 상대국이 압축됐다. 일본 함정의 높은 단가 대비 뛰어난 기술력과 품질에서 비교우위를 얻은 것이다. 무기 시장은 비교우위가 있는 국가 간 부품을 완제품으로 조립하는 아웃소싱과 분업체계가 가장 활성화해 있다. 산업 측면으로 접근할 경우, 정치적 갈등을 피해 나갈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함정 체계와 같이 외국 부품을 조립하여 완제품 등으로 만드는 무기체계에 일본 부품과 한국 부품 등을 통합하여 운영하는 글로벌 생산 체인 개념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방산협력체인을 일본과 공유할 경우 한국이 누리게 될 잇점은?
한국은 현재 방산업체가 집중된 지역이 창원·대전·구미이다. 북한 탄도미사일 공격을 가정할 때 수도 서울 다음으로 타격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의 경우를 감안할 때 병참기지를 한·일 간 나누어 관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자국중심주의를 가진 트럼프행정부 2기가 되어 동맹국에 각국 군사 관리 비용을 더 많이 지불하게 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주한·주일미군 방위비 증액 문제 등을 공유하는 한국과 일본이 방산을 중심으로 군사협력을 하고 미국과 동맹에 균형추를 맞출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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