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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일론 머스크 소유 X(엑스·옛 트위터)가 공화당 측 승리에 기여한 바는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만큼 뚜렷하다. 상원(일부)·하원·주지사 등 선거와 함께 치러진 이번 대선이 반(反)도널드 트럼프 기조 선명한 기성 언론 속에서만 치러졌다면 트럼프 및 공화당 승리와 득표수는 기대에 못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가 6일(현지시간) 새벽 승리선언을 하면서 머스크를 “스타 탄생” “수퍼 천재”로 소개하며 치하한 게 단순한 인사말이 아니었다. 이제 머스크는 트럼프2기 홍보에 나선 모습이다. 본투표 날인 5일(현지시간)부터 8일까지 하루 평균 100여 건씩 정치 게시물을 올리며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이끌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전망을 적극 말하고 있다.
또 머스크는 X이용자들이 뉴스매체들을 대신해 트럼프 재집권에 관한 ‘보도’를 해달라면서 X를 ‘보수적 대화를 지속할 플랫폼’으로 만들고자 하는 의지를 선명히 드러냈다. 보수적 세계관·가치관에 기반한 내용이 배제돼 온 온라인 지형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보수 논객의 유튜브 계정에 대한 폭파 내지 수익정지(노딱) 처분은 일상적인 일이었다.
국내외 주류 언론 예측과 상반된 대선 결과의 충격이 여전한 가운데 유서 깊은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머스크 소식을 전했다. NYT는 9일(현지시간) 머스크를 “트럼프2기 홍보에 전념하는 모습”으로 거론했다. 수십년간 민주당만 지지해 온 NYT답게 다른 몇몇 주요 언론, 심지어 주요 노조들마저 지지후보 발표를 거른 이례적 분위기 속에서도 “유일한 애국적 선택”이라며 카멀라 해리스 지지를 선언했었다.
CNN과 함께 강성 민주당 지지 매체인 NYT를 저널리즘의 전범으로 여긴다면 주류 언론만 접하고 살았음을 의미한다. CNN은 10여 개 미국 방송사들 중 시청률 거의 꼴찌, 주요 방송사 유튜브 채널의 경우 유명 팟캐스트 ‘조 로건 익스피리언스’(구독자 1840만)에 한참 못 미친다. 이들 주류 매체의 문제점이 이번 선거 결과 만천하에 드러나 그에 따른 신뢰도 추락을 향후 어떻게 수습할지 주목된다.
미 학계 상황 역시 언론계와 비슷하며 이들의 영향 아래 있는 미 유학생 출신 국내 학자·언론 또한 마찬가지다. 머스크의 행보에 대해 조지워싱턴대 데이터·민주주의·정치연구소 초대 소장인 스티븐 리빙스턴은 “X를 보수운동의 교회로 만들었다”며 “공론의 장이 메가폰으로 변질됐다”고 꼬집었다. 다만 주류 언론의 기존 편향성을 언급하지 않으면서 이렇게 비판한다면 평가의 공정성을 인정받기 힘들어 보인다.
지난 두 세기 동안 저널리즘은 인류 발전사 그 자체라 할 만큼 근대문명의 발전과 확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나 소련 해체로 인한 냉전 종식 이래, 특히 최근 20여 년간의 변화는 비판적 인종이론·젠더 이데올로기 등을 통한 보수적 가치의 부정·해체 쪽으로 기울어졌다. 특히 민주당 정부를 거치며 혐오발언·인종차별 혐의를 씌워 사실상 ‘표현의 자유’가 점점 심하게 억압됐다.
여기엔 성별이 LGBTQX를 넘어 50개이므로 타인을 ‘그’ ‘그녀’라고 지칭해선 안된다는 주장, 성전환자 내지 ‘남성호소인’의 여성스포츠 참가 및 여성전용시설(샤워실·화장실 등) 출입, 미성년 자녀의 성전환을 반대하면 양육권을 박탈 당하는 현실 등이 포함된다. 이번 대선에 앞서 이뤄진 여론조사에서 70~77% 미국인들이 ‘나라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응답을 하게 만든 배경이다.
작년 5월 X 최고경영자(CEO)에 임명된 린다 야카리노도 머스크 주도의 움직임에 동조를 표명했다. 예를 들어 이번 대선 관련해 기성 매체들의 인기 폭락 속에서 ‘진실’을 전하는 X의 초고속 성장을 내다본 게시물에 “근무를 명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라고 답글을 달았다. 대선판에서 머스크가 트럼프에 ‘올인’한 것은 비즈니스적 ‘베팅’이 아니라 민주당 리버럴에 주도된 세상의 변화를 향한 반감과 위기감 때문임을 여러 번 밝혔다.
서방세계의 언론 지형을 바라보는 머스크의 시각이 X의 탄생으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2021년 1월6일 사태 책임을 물어 트럼프를 영구 퇴출시킨 트위터를 2022년 10월 사들여 X로 부활시킨 것이다. 선거운동 막판 경합주 유권자 등록을 마친 사람들에게 제47대 대선에 빗댄 47달러씩을 뿌렸고 수정헌법1조(표현의 자유) 지지 청원자들에게 추첨으로 매일 100만 달러(약 14억 원)씩 지급하기까지 했다. 트럼프 당선이 표현의 자유 회복에 도움된다고 믿은 결과다.
머스크의 X인수 다음달 트럼프 계정이 복구됐으나 한동안 트럼프는 자신의 쇼셜미디어(트루스 소셜)를 주로 이용했다. 8월 머스크와의 X 오디오쇼 즈음해 트럼프가 다시 게시물을 올리기 시작했으며 적대적 언론 지형 속에 유권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었다. 머스크는 대선 당일인 5일 오디오 타운홀(유권자들과의 자유로운 소통 모임) 미팅을 열어 2억300만 명 팔로워들에게 트럼프 투표를 호소했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한 지 몇 주 만에 ‘콘텐츠 조정 가이드라인’을 폐지했다. 가짜뉴스를 걸러낸다는 명분이지만 실질적인 ‘검열’ 기제였다고 본 것이다. 작년 7월 플랫폼 이름을 X로 바꿨으며 그해 10월 X 기본 기능에 연1달러(1350원) 사용료를 부과하는 구독 모델을 시도할 생각을 알린 바 있다. ‘좋아요’ ‘게시·공유’ 등 기본 기능에 ‘봇(자동 정보검색프로그램)이 아님’을 밝히게 함으로써 스팸 발송업자들을 막고자 한 것이다.
작년 9월 머스크는 엑스 수익 침체 배경에 미 비영리 유대인단체인 반명예훼손연맹(ADL)의 부당한 행위가 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 당시 머스크는 본인 X를 통해 “미국 내 광고 수익이 60% 줄어들었다. 광고주들 말로는 ADL 광고 압박 때문”이라고 말했다. ADL은 머스크가 정지된 계정들을 되살린 뒤 혐오발언과 반유대주의 관련 게시물이 늘어났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머스크가 민주당과 거리를 두기 시작한 시기와도 겹친다.
민주·공화 할 것 없이 초당적이며 광범위한 영향력을 자랑하는 유대인 그룹이지만 조지 소로스에서 보듯 민주당 극좌 및 초국가적(글로벌리즘) 성향이 강하다. 소로스는 민주당에 엄청난 금전적 지원을 했으며 200여 개 라디오 방송국 인수로 눈길을 끌었다. 미국에선 라디오 방송이 여론을 좌우한다. 사무직보다 근로 대중일수록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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