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당 주지사들 “트럼프에 NO할 준비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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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 리버럴 “낙태·性소수·친환경 권리 지킬 것”
일부 온건파 “이제 통합의 시기… 타협하며 일할 때”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1-10 16:35:51

▲ 2018년 11월17일 당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대통령이 캘리포니아주를 방문해 개빈 뉴섬 주지사를 만나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뉴욕주와 함께 미국 내 최대 강성 민주당 리버럴 정책이 지배하는 곳이다. 연합뉴스

▲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 (왼쪽부터)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2024년 7월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면담한 뒤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와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로이터=연합뉴스

▲ 지난해 1월10일 미국 일리노이주의 J.B. 프리츠커 주지사가 총기규제(군수형 화기 소지 금지) 법안에 서명한 후 뜻을 같이 해 온 사람들과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이 제2기 도널드 트럼프정부가 펼칠 보수적 정책에 벌써부터 저항 의지를 다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CNN 9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 강세 지역의 수장들이 공화당의 낙태권·환경·총기·이민 등 분야 보수 정책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이 2024 대선 패배와 상원 다수당 지위까지 잃어 뚜렷한 지도자가 없는 상황에서 트럼프2기란 2028년 대선을 염두에 둔 당내 야망가들에게 존재감을 부각시킬 기회가 될 것으로 CNN은 내다봤다. 가장 강고한 민주당 지역인 캘리포니아와 뉴욕주마저 트럼프 득표율이 각각 약 40%·44%를 넘어 놀라움을 안긴 가운데 이들 민주당 주지사의 행보가 주목된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7일 주의회에 12월 임시회 소집을 요구하면서 “우리의 소중한 자유가 공격받고 있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성명을 냈다. 이런 뉴섬 주지사를 두고 이튿날 트럼프 당선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우리나라 아름다운 캘리포니아를 죽이려 한다”며 현지의 투표법·차량배출가스 규제·고물가·노숙자 문제 등을 비판했다.

투표 시 시민권자 여부를 확인 못하게 할 만큼 이민자 내지 유색인종 친화적인 캘리포니아는 지상낙원으로 불려 왔으나 지난 몇년 삶의 질 저하가 충격을 주고 있다. 20년 넘게 민주당 세상인 이 지역의 현실을 NDTTV 2부작 다큐 ‘낙원 캘리포니아를 떠나는 이유’가 팩트에 기반해 짚어 낸 바 있다. 천혜의 기후·자연, 할리우드·실리콘밸리, 세계적 명문 대학을 가진 곳, 부유하고 살기 좋던 곳이 범죄 및 노숙자 천지로 변해가는 상황이다. 일론 머스크가 사업근거지를 텍사스주로 옮긴 배경이기도 하다.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의 발언이 유난히 강경했다. 그는 낙태 시술 받으러 일리노이를 방문한 여성 보호, 환경규제 수호를 내세우며 트럼프정부가 불법이민자 추방 노력에 협조하지 않는 주에 연방 보조금 집행을 보류시키지 못하도록 소송도 불사할 것을 공언했다. 더구나 7일 기자들과 만났을 때 “내 사람들을 노린다면 나를 먼저 통과해야 할 것” 즉 불법이민자들을 ‘내 사람’으로 지칭해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였던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전날 “이곳에서 살아 온 방식을 지키기 위해 맞설 준비가 돼 있다”고 목소리 높였다. 구체적으로 낙태권·기후변화·총기규제·노동권을 지목하면서 “미네소타가 항상 폭풍에서 안식처를 마련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즈 주지사는 1990년대부터 성소수자를 위한 입법을 할 만큼 민주당 내에서도 급진 리버럴에 속한다.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 역시 7일 기자들에게 “뉴욕시민들이 오랫동안 누려온 권리들을 빼앗아 가려는 워싱턴(미 연방정부)의 의제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했으며 러티샤 제임스 뉴욕 주법무장관은 성명에서 그간 트럼프 2기에 대비해 왔다면서 “다시 저항할 준비가 됐다”고 선언했다. 마우라 힐리 매사추세츠 주지사 또한 7일 MSNBC 인터뷰 때 매사추세츠의 경찰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추방을 절대 돕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고를 날리면서도 협력 의사를 표명하는 등 덜 전투적인 태도의 민주당 주지사들도 있다.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는 전날 주정부 회의에서 “필요한 경우 차기 백악관에 저항할 준비가 됐다. 하지만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 지점에선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메릴랜드가 수도 워싱턴DC 및 연방정부와 밀접한 관계이고 연방정부가 메릴랜드의 최대 고용주인 것을 의식한 모양새다.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는 6일 성명에서 “그(트럼프)가 자기에게 투표하지 않았거나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통합해 이끌기를 바란다”며 “새 행정부의 성공을 응원하고 결과를 내기 위해 계속 함께 노력하자. 우리는 미국인이며 그게 우리 할 일이기 때문”이라고 당부했다. 민주당 부통령 물망에 올랐던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의 경우 성명에서 “(주지사가 보호해야 할 자유를 위해서는) 절대 주저하지 않겠다”면서도 “선거가 끝났으니 이제 타협하며 일을 할 때”라고 호소했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