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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우리는 지금 나라가 좌·우로 갈려 대립하는 가운데 사상적으로 양분된 혼돈의 시기를 살고 있다. 대한민국 내 사상의 지도를 펼쳐 우익과 좌익의 실체를 규명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이에 소모적 논쟁의 소지가 있는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 대신 ‘대세(大勢·대한민국 세력)’와 ‘반대세(反大勢·반대한민국 세력)’의 개념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는 사상의 스펙트럼을 분석한다. 나아가 이로써 우리 앞에 놓인 나침반이 가리켜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진보-보수’ 프레임의 효용성 감퇴 중
‘진보 대 보수’라는 프레임은 2000년‧2010년대 대한민국에서 종북좌파가 주도권을 장악해 가는 과정에서 강력한 정치적 효력을 발휘했다. 그것은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잘 드러났다. 앞서 소개했듯이 2009년 한 국민 성향 조사에서 진보세력 36.7%‧중도 34.8%‧보수 24.2%로 나타났다. 그런데 그 13년 뒤인 2022년 7월 여론조사공정에서 실시한 국민 정치 성향 조사를 보면 진보 26.8%(10%p 하락)‧중도 35.5%(0.7%p 상승)‧보수 29.6%(5.4%p 상승)로 나타났다. 이것을 비교하면 13년 사이에 진보세력 지지율이 10%p나 급락한 것이다.
이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나. 필자를 비롯해 우파의 학자‧논객‧지도자 등이 오랫동안 진보세력=공산‧사회주의자, 종북주의자임을 지속적으로 알린 효과도 있고, 통합진보당 해산‧문재인 정권 등장 등을 통해 진보세력의 실체가 상당히 많이 드러났기 때문일 것이다.
중도 세력의 급증이 의미하는 것
더욱이 2019년 데일리안의 유권자 성향 조사에는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나 있다. 이 조사의 경우엔 중도를 ‘중도 보수’ ‘중도 진보’로 세분했다. 그랬더니 진보 16.3%‧보수 16.6%로 나타났고, 중도가 50.5%(중도보수 25.4%‧중도진보 25.1%)로 급증했다. 중도가 급증했다는 것은 보수도 마음에 안 들고 진보도 싫다는 기피 현상이 심각함을 나타낸다.
진보세력의 추락은 국민이 진보의 실체를 알게 된 데 기인하지만, 보수세력의 추락은 ‘보수=진보 거부‧수구꼴통’이라는 ‘진보-보수’ 프레임의 악영향이 여전히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이른바 행동하는 ‘보수세력’이 보인 과격한 언행 등 비호감 행태 때문에 자유민주를 지향하는 젊은 층이 ‘보수’를 기피하고 ‘중도’로 이탈한 현상을 낳은 측면도 있지 않을까.
이는 ‘진보-보수’ 프레임의 악성 효과가 점차 약해지고는 있으나, 아직도 국민의 뇌리에 박혀 대한민국 세력의 통합을 저해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세력은 진보의 실체를 지속적으로 알리고, ‘진보-보수’ 프레임 벗어나기 운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좌파-우파’ 프레임도 부작용 유발
우리나라에서는 ‘진보-보수’만큼은 아니지만 ‘좌파-우파’의 프레임도 많이 쓰이고 있다. 과거에는 ‘좌익-우익’이란 말이 널리 사용되었는데 언제부턴가 이것이 ‘좌파-우파’란 프레임으로 대체되었다. 좌익과 우익은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학문적 개념이다. 정치사상을 ‘좌파-우파’로 나누는 것은 정확하지도 않고 개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사상 전문가 양동안 교수의 지적이다.
그의 책 ‘정치사상 용어 바로 알기’에 따르면 ‘좌익-우익’은 사상 진영을 나타내는 용어이고 그 아래에 정당‧집단 등이 존재하며 당과 집단 내에 파벌로서 좌파‧우파가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좌익 진영 안에 민노당이 있고, 민노당 안에 좌파(PD파)와 우파(NL파)가 있다는 식이다.
이것을 집합 개념으로 정리하면 ‘익-당-파’의 순이 된다. 무게 단위로 치면 ‘익’이 킬로그램(kg)이라면 ‘당’은 그램(g), ‘파’는 밀리그램(mg)에 해당한다. 그런데 밀리그램 단위의 수치를 킬로그램 단위에 붙이면 혼란이 초래된다는 것이다. 어떤 당과 집단의 내부 정파를 구분하는 ‘좌파-우파’의 개념을 사상 진영을 나누는 ‘좌익-우익’의 개념으로 사용하면 혼란이 빚어진다는 것이다.
한동훈은 좌파다?
요즘 국민의힘 지지자들 가운데 “한동훈은 좌파”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상당수 있다. 그런데 “한동훈은 좌파다”고 하면, 그가 좌익 진영 사람이란 뜻인지, 우익 진영 내 하나의 정당인 국민의힘이라는 정당 내부의 좌파 노선의 정파라는 뜻인지 혼란이 초래된다. 그리고 이러한 용어 혼란은 자유민주 진영에 불필요한 마찰과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필자가 글에서 ‘좌파-우파’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이 표현이 너무 널리 쓰고 있기 때문에 독자의 이해 편의를 위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좌파-우파’의 개념을 ‘좌익-우익’ 개념보다 더 포괄적인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 좌익은 공산주의‧사회주의를 지향하고, 우익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체제(자본주의)를 지향한다. 그 사이에 중간파가 있다. 이른바 중도 그룹이다.
중도 좌경 세력까지 모두 ‘좌파’라 해선 안 된다
그런데 현재 사용하는 ‘좌파’라는 용어는 좌익 세력과 중도의 좌경 세력을 합해서 부르는 것이고, ‘우파’는 우익 세력과 중도의 우경 세력을 합해서 부르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용어 사용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좌파’라는 표현에 좌익 세력과 중도 좌경 세력이 포함됨으로써 공산주의‧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좌익 세력(반대한민국 세력)과 함께 좌경 세력(자유민주 세력 내의 좌측으로 기울어진 세력 : 대한민국 세력)이 함께 뒤섞이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좌파 세력을 반대한민국 세력이라고 비판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좌파-우파’의 프레임으로 국민을 구분할 경우 사실상 중도 그룹이 존재할 수 없게 된다. 중도 그룹 안의 좌경 세력과 우경 세력을 각각 좌파와 우파그룹에 귀속시켰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민을 ‘좌파-중도-우파’로 나누어 여론조사를 하고 중도를 중심 대상으로 해서 선거 전략‧대책을 수립한다면 그야말로 구름‧허상을 잡으려는 공허한 선거 대책이 되는 셈이다.
좌파-우파, 국민 중 몇 %나 될까
얼마 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특강을 하면서 많은 우파 진영 인사들에게 질문을 했다.
“여러분은 국민 중 몇 %가 우파라고 봅니까?”
그러자 오랫동안 우파 활동을 했던 사람들인데도 답은 10∼20%‧30∼40%‧50∼60%‧70∼80% 등으로 다양하게 나왔다. ‘우파’라는 하나의 용어에 대해 사람에 따라 이해하는 내용이 이렇게 다르면 서로 충돌이 일어나는 것은 필연적이다. 전체 국민 중 우파가 10∼20%라고 답한 사람들은 아마도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우파들일 것이다. 이들은 “우리만 우파다. 중도에 속한 사람들, 중도 정책을 펴는 국민의힘은 우파 정당이 아니다”며 공격하는 부류일 것이다. 그래서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국민의힘에선 “우파는 지나쳐, 과도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파가 무슨 뜻이냐?”고 물으면 대체로 “자유민주주의 세력”이라고 말한다. 그러면 “자유민주주의 세력은 우리나라 국민 중 몇%나 될까?”라고 다시 물으면 대부분의 경우 “80% 정도는 될 것”이라고 답한다.
선거 때면 우파를 기피하고 중도를 지향하는 국민의힘
우파가 자유민주주의를 긍정하는 세력이라면 적어도 국민의 80% 정도는 우파라고 답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다르다.
“우파는 전체 국민의 10∼30%밖에 안 된다” “국민의힘은 사실 우파 정당이 아니다”는 부류도 상당수 존재하고, 우파 정당인 국민의힘은 선거 때가 되면 우파를 기피하고 중도를 지향하는 정책을 펴는 경향이 강하다. 이 모든 것은 근본적으로 용어의 혼란에서 빚어지는 실책이라 할 수 있다.
정리= 박혜수 편집위원
프로필
△경북대 법과대 행정학과·동 대학원 졸업
△국가정보원 27년 근무(1990∼2016)
△국가정보대학원 정신교육 담당 교수 17년(2000∼2016)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치학 박사과정 수료
△(전)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책임연구위원
△자유수호포럼 공동대표
△주민자치법반대연대 대표
△한국자유총연맹 정책자문위원
△국민의힘 중앙연수원 교수
△주요 저서
‘분류한국사(성민사)’ ‘한국사(박영사)’ ‘반대세의 비밀, 그 일그러진 초상(인영사)’ ‘6·25동란과 트로이목마(인영사)’ ‘교양분류한국사(인영사)’ ‘박정희 대통령 100대 치적(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종북세력과 위기의 대한민국(대추나무)’ ‘주민자치기본법, 공산화의 길목(대추나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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