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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우리는 지금 나라가 좌·우로 갈려 대립하는 가운데 사상적으로 양분된 혼돈의 시기를 살고 있다. 대한민국 내 사상의 지도를 펼쳐 우익과 좌익의 실체를 규명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이에 소모적 논쟁의 소지가 있는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 대신 ‘대세(大勢·대한민국 세력)’와 ‘반대세(反大勢·반대한민국 세력)’의 개념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는 사상의 스펙트럼을 분석한다. 나아가 이로써 우리 앞에 놓인 나침반이 가리켜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지지도 폭등과 폭락의 원인
국민의힘이 4.10총선에서 진 것은 결코 이념 과잉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이념공세를 열심히 했을 때 지지율이 폭등했다. 한동훈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 가장 적극적으로 사상전을 전개한 것은 2월 말이었다. 기자들 앞에서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가 자기가 살기 위해 종북 위헌 정당인 통합진보당 세력을 부활시키고 전통 정당인 민주당을 통진당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갑자기 왜 그랬을까. 2월22일 아침, 유튜버 BJ톨이 필자가 쓴 소책자 ‘국민들 모르는 사이 공산화로 가는 대한민국’을 출근하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 전달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그날 비대위원회 회의 때 그 책에 있는 핵심 내용을 소화해 속사포처럼 쏟아낸 것이다.
한동훈의 사상전 전개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2월26·28일에도 ‘민주당의 통진당화’에 대한 강력한 사상공세를 퍼부어댔다. 그는 2월 26일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은 명백히 통진당화되고 있다. 이것은 색깔론이 아니라 사실론이다” “국민께서 우리를 지지하는 것은 우리가 잘하고 이뻐서가 아니다. 바로 이런 일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이기 때문이다”고 공세의 고삐를 더욱 조였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이렇게 강력한 사상전을 전개하자 국민의힘 지지도는 폭등했다. 반면 민주당 지지도는 낮아지고 탈당 러시도 일어났다.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은 2월 4·5주차였다. 당시 한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힘(46.7%)이 민주당(39.1%)을 크게 앞섰고 양당 간 격차가 오차범위 밖으로 크게 벌어졌다. 국민의힘이 1년 만에 가장 우세를 보인 시기가 바로 이때였다.
만약 이념 과잉이 총선 패배의 원인이라면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이재명 대표를 향해 “통진당 세력을 부활시키고 민주당을 통진당화하고 있다”는 이념 공세를 할 때 당 지지율이 폭락했어야 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반대였다.
국민의힘 지지율 하락의 계기
국민의힘의 지지율 고공행진이 언제 급락했을까. 3월 1주차였다.
국민의힘의 지지율 폭락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잘나가던 국민의힘이 폭락으로 역전한 분기점은 3월4일인데,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호주대사로 임명된 날이다. 그때부터 민주당과 좌파 세력은 호재를 만난 듯 집중적으로 채상병 문제를 이슈화하며 이종섭을 호주대사로 임명한 윤석열 대통령을 공격했고, 언론들이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좌파의 공세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했고 ‘정권 심판론’이 국민의 눈과 귀를 장악했다. 이로써 한동훈 위원장의 ‘운동권 심판론’ ‘민주당의 통진당화’ 등 사상공세는 국민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났고 타격력을 상실했다. 반대로 야당 등 좌파 진영이 여론 공세의 주도권을 장악했다. 이제 전세는 역전되어 국민의힘의 지지도는 폭락하고 민주당의 지지도가 올라 동률을 이루었다.
전세 역전은 사상 전쟁 역량 차이 때문
그런 가운데, 3월10일 이종섭 대사가 호주로 출국한 사실이 드러나자 민주당 은 물론 전국의 좌파 세력, 호주 시드니의 좌파 세력까지도 윤석열정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러한 야당과 좌파 세력의 공세는 이종섭이 귀국하고 사퇴할 때까지 20여 일간 지속되었다.
이로써 ‘정권심판론’이 총선 정국을 뒤덮어 버렸다. 승리할 것이란 기대감에 충만해 있던 국민의힘과 우파는 패배의 공포감에 휩싸이고 말았다. 좌파 야당이 공세를 편지 10여 일 만에 일어난 급변 사태였다. 이러한 역전 현상은 다름 아닌 사상 전쟁의 역량 차이 때문이었다. 윤석열정부를 공격할 소재가 나타나자 놓치지 않고 하이에나처럼 물고 늘어져 뒤집기 하는 민주당 등 좌파 진영의 압도적 역량과 이에 대한 방어 능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국민의힘 등 우파의 전투력 차이를 여실히 드러낸 총선 전투였다.
그러므로 국민의힘의 총선 패배는 사상전 능력을 보강해야 할 이유이지 사상
전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결코 아니었다.
총선 판세의 분기점, 이종섭 사건
우파에선 총선 패배를 놓고 이종섭 사태를 유발한 윤석열 대통령을 공격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좌파의 정치공세를 예측하지 못한 것은 잘못이다. 그러나 모든 책임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돌리는 것은 잘못이다. 근본적 책임은 이종섭 사건을 총선 전략으로 악용한 좌파 세력에 있다. 좌파 세력이 호재를 만나자 하이에나 떼처럼 달려들어 윤 정부를 물어뜯어 넘어뜨린 것이다.
좌파 언론 오마이뉴스도 3월15일자 기사에서 “실제 몇 주간 하락했던 민주당지지율이 회복된 것은 공천 파동이 마무리된 데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호주로 출국하면서 정권 심판 여론의 불을 붙인 결과다”고 보도했다.
만약 이종섭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야당은 또 다른 약점을 잡아 공세를 가해 똑같은 결과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종섭 사건을 유발한 윤석열 대통령을 공격할 게 아니라 좌파의 전략 전술을 철저히 이해하여 대응 능력을 갖추는 것이 올바른 해답이다.
아, 도태우·장예찬 사건!
이종섭 사태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폭락하는 가운데 도태우·장예찬 사건이 터졌다. 터졌다기보다는 좌파 진영에서 공격할 소재를 찾아내 이슈화한 것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처음에는 공천을 유지하려 했으나 패배주의와 불안감 때문에 굴복했다. 좌파의 전략에 또 말려든 이 사태는 열심을 내던 우파 유권자들의 마음에 찬물을 끼얹는 악영향을 끼쳤다. 악재에 악재가 덮친 격이었다. 도태우·장예찬 후보에 대한 공천 취소(3.17)는 우파 지지자들의 당에 대한 실망으로 나타났다.
우파는 상당수 낙심해 총선 독려 활동을 멈추고 자포자기하는 일이 일어났다. 우파 논객들은 한동훈 위원장을 몰아세우기도 했다. 우파 내분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이런 연유로 3월 3주차 국민의힘 지지도는 더욱 추락했다. 그리고 이것은 투표 불참으로 이어졌다.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투표율이 상당히 낮았다. 수도권 우파의 투표 불참은 박빙 승부에서 상당한 의석 손실로 나타났다. 상당히 뼈아픈 대목이다.
우리는 여기서 안타까운 점을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첫째, 도태우·장예찬 후보는 당의 훌륭한 자산인데 무소속 후보로 출마해 패배한 것은 심히 안타까운 일이다. 승복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우파 주요 인사들이 도태우·장예찬의 무소속 출마를 부추긴 것은 사태를 악화시킨 요인이다.
둘째, 일부 우파 정당과 논객들의 지나친 한동훈 때리기다. 전쟁 지휘관에 대한 융단폭격은 우파의 진지를 파괴하는 자해적 결과를 낳았다. 이의 영향을 받은 많은 우파 유권자들이 “한동훈은 좌파다”며 공격했으며 나아가 투표 불참 운동으로 이어졌다.
셋째, 우파 유권자들도 감정이 격앙되어 내분·투표 불참 등의 행동으로 총선 결과에 악영향을 주었다. 앞으로 우파 유권자들은 행동하기에 앞서, 나의 행동이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냉정하게 판단하고 이성적으로 행동했으면 한다.
정리= 박혜수 편집위원
프로필
△ 경북대 법과대 행정학과·동 대학원 졸업
△ 국가정보원 27년 근무(1990∼2016)
△ 국가정보대학원 정신교육 담당 교수 17년(2000∼2016)
△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치학 박사과정 수료
△ (전)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책임연구위원
△ 자유수호포럼 공동대표
△ 주민자치법반대연대 대표
△ 한국자유총연맹 정책자문위원
△ 국민의힘 중앙연수원 교수
△ 주요 저서
‘분류한국사(성민사)’ ‘한국사(박영사)’ ‘반대세의 비밀, 그 일그러진 초상(인영사)’ ‘6·25동란과 트로이목마(인영사)’ ‘교양분류한국사(인영사)’ ‘박정희 대통령 100대 치적(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종북세력과 위기의 대한민국(대추나무)’ ‘주민자치기본법, 공산화의 길목(대추나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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