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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우리는 지금 나라가 좌·우로 갈려 대립하는 가운데 사상적으로 양분된 혼돈의 시기를 살고 있다. 대한민국 내 사상의 지도를 펼쳐 우익과 좌익의 실체를 규명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이에 소모적 논쟁의 소지가 있는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 대신 ‘대세(大勢·대한민국 세력)’와 ‘반대세(反大勢·반대한민국 세력)’의 개념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는 사상의 스펙트럼을 분석한다. 나아가 이로써 우리 앞에 놓인 나침반이 가리켜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원인을 알아야 해법도 찾는다
2000년 총선 당시 좌파 정당은 민노당 하나였다. 더구나 국회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 당시 한나라당·새천년민주당·자유민주연합 등의 정당이 있었는데 모두 보수 계열의 정당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당시 정치권에 대해 ‘보수 양당 체제’라는 명칭이 붙었다. 이 말은 민주당도 보수 정당이라는 의미이다. 2011년에도 좌파 정당으로는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있었는데 국회의원은 민노당 5명·진보신당 1명으로 합해서 6명뿐이었다.
2014년 12월에는 국회의원 13명의 소속당인 민노당 후신 통합진보당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강제 해산되었다. 이와 함께 13명의 소속 국회의원도 모두 해임당했다. 가장 강력한 좌파 정당이 정치권에서 제거된 것이다. 당시 국민들은 이제 정치권에서 종북 정당이 사라졌다며 안심하고 좋아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문재인 정권이 등장한 지 7년 만에 ‘좌파 정당 세상’으로 정치권이 급변한 것이다. 우파 정당 일색의 국회가 좌파 정당 일색으로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우리는 우선 정치권이 이처럼 전복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원인을 알아야 현재의 전세를 역전시킬 해법도 찾을 수 있다.
총선 패배가 ‘이념 과잉’ 때문이었을까
2020년 4월15일에 있었던 제21대 총선에 이어 올해 4월10일의 제22대 총선에서도 우파는 쓰디쓴 고배를 마셨다. 국민의 심판이었다지만 이해할 수 없는 좌파 압승의 결과였다. 우파 정당의 총선 패배,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원인을 정확히 알아야 올바른 해결책이 나온다. 정부·여당·우파 단체·언론 등에선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패한 주된 요인이 ‘이념 과잉’ 때문이라는 주장을 많이 하고 있다. 과연 맞는 주장일까.
국민의힘이 이념 과잉 때문에 졌다는데, 국민의힘이 자유민주주의 우파의 이념을 과다하게 주장했다는 말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국민의힘은 이념 과잉이 아니라 무이념이 문제다. 국민의힘은 당 수뇌부는 물론 국회의원·지방의원들은 물론 보좌관·당료들까지도 이념과 사상을 잘 모른다. 공산주의·사회주의·종북 사상 등 좌파 이념의 실체와 전략 전술도 잘 모를뿐더러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체제 등 우파 이념의 특징과 좌파 이념에 대한 대응책에 대해서도 별로 아는 게 없다.
국민의힘은 이제껏 좌파 정당들로부터 ‘적폐 청산’ ‘극우 세력’ 등 이념이 과잉된 공격을 받아도 꿀 먹은 벙어리였다. 이념 교육을 제대로 받은 바가 없기 때문이다. 교육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철저히 이념·사상을 배척해 왔다. 그러니 좌파 세력의 공격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음은 물론이다. 국민의힘은 또한 이념에 충실한 사람을 공천하지도 않았다. 국회에선 지금 이념 전쟁·사상전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 전쟁을 치를 전사도, 선수도 없는 형국이다.
철저한 사상전을 전개한 야당
이번 총선에서도 야당은 철저한 사상전을 전개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야당의 사상 전술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고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탄핵’ ‘윤 정권 심판’ 등 사상전을 치열하게 전개하는 동안 국민의힘은 ‘운동권 청산론’ 등 약간의 사상전을 펴다가 민생전으로 회귀하고 말았다.
대파 논쟁이 민생전이었던 것 같은가. 대파 논쟁은 사상전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파 가격도 모른다”며 몰아세운 ‘윤석열 심판론’이란 프레임 전술의 일환이었다.
결국 이번 국민의힘의 총선 패배는 이념 과잉이 아니라 이념 부족 때문이었다. 프레임 전술·선전 선동 등 철저히 공산·사회주의 전략 전술에 입각한 사상 공세를 막지 못해 대패한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사상전의 패배가 선거의 패배로 이어진 결과다.
야당 진영이야말로 이념 과잉 세력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진보당 등 좌파 노선의 야당 진영이야말로 이념 과잉 세력이다. 이들은 주체사상, 공산·사회주의 사상에 따라 대한민국을 변혁하려고 하는 철저한 이념으로 똘똘 뭉쳐 있다.
제22대 4.10 총선 공천에서도 더불어민주당·진보당 등 좌파 정당들은 종북세력 등 사상적으로 투철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공천했다. 또한 민주당은 진보당· 촛불 투쟁 세력 등 종북좌파 세력에게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해 공동전선을 펴는 통일전선 전술을 통해 완벽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통령실의 잘못된 원인 분석과 대응
총선이 패배로 끝난 후 대통령실도 멘붕(멘탈 붕괴)이 온 것 같았다. 윤 대통령은 4월19일 이재명 대표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한 직후 “정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발언을 했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작년 각종 행사의 기념사 등에서 언급한 공산 전체주의 등 이념 과잉형 표현 등을 지양하겠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28일 자유총연맹 창립 기념식에 참석해 ‘반국가세력’이란 용어를 언급했다. 그 후 8·15 광복절 행사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산·전체주의’ ‘종북 세력’ ‘반국가세력’ 등의 용어를 써 가며 이들과의 체제 전쟁 등 사상전을 강조했었다. 그렇게 해서 우파 진영으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고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대통령이 맞다”는 고백까지 받았다.
그런데 대통령실이 총선 패배감에 사로잡혀 이재명 세력과의 협치 운운하며 지난해 대통령이 했던 그 같은 발언을 다시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진성종북 세력이 대통령 강제 퇴진·헌법 개정 등을 통해 대한민국을 해체하겠다고 달려드는데 이들과 전투를 하기는커녕 사상전을 하지 않겠다고 꼬리를 내린 것이다. 이는 대통령실 내의 사상투쟁을 거부하는 중도실용론자들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대통령의 ‘반국가세력’이란 용어 사용
윤 대통령은 8·15광복절 행사를 기점으로 ‘반국가세력’이란 용어를 사용해 사상전을 전개했고, 9.10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행사 때는 ‘반대한민국 세력(반대세)’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윤 대통령이 반대한민국 세력이란 용어를 사용한 것에 대해 좌파 언론 프레시안은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반국가세력’이란 말이 민주주의 원리의 측면에서 문제적인 표현이라면 ‘반대한민국 세력’이라는 표현은 구체적이고 명확한 문맥, 즉 ‘레퍼런스(근거)’가 있는 용어다.”
이러한 평가는 맞는 말이다. 필자 또한 10여 권의 책과 소책자 10여 권·수백 편의 강의 등을 통해 반대한민국 세력의 개념과 실체에 대한 이론과 사실적 근거를 밝힌 바 있다. 나아가 필자는 ‘반국가세력’이라는 단독 용어보다는 개념 정의가 분명한 ‘대한민국 세력’ 대 ‘반대한민국 세력’이라는 용어의 프레임을 사용하는 것이 사상전을 하는 데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필자는 반대세의 실체를 밝히는 것은 물론 전세를 역전시키기 위한 ‘대세와 반대세’, 즉 ‘대한민국 세력’ 대 ‘반대한민국 세력’이라는 프레임 전파 등 대세 운동을 광범위하게 전개할 것이다. 또한 ‘대세운동중앙회’를 결성해 광범위한 우파 조직 통합을 통해 국민 깨우기 운동에 나설 것이다.
정리= 박혜수 편집위원
프로필
△ 경북대 법과대 행정학과·동 대학원 졸업
△ 국가정보원 27년 근무(1990∼2016)
△ 국가정보대학원 정신교육 담당 교수 17년(2000∼2016)
△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치학 박사과정 수료
△ (전)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책임연구위원
△ 자유수호포럼 공동대표
△ 주민자치법반대연대 대표
△ 한국자유총연맹 정책자문위원
△ 국민의힘 중앙연수원 교수
△ 주요 저서
‘분류한국사(성민사)’ ‘한국사(박영사)’ ‘반대세의 비밀, 그 일그러진 초상(인영사)’ ‘6·25동란과 트로이목마(인영사)’ ‘교양분류한국사(인영사)’ ‘박정희 대통령 100대 치적(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종북세력과 위기의 대한민국(대추나무)’ ‘주민자치기본법, 공산화의 길목(대추나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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