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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노 아야코(93)의 ‘나는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가 재출간됐다. 오래전에 읽고 큰 감명을 받았는데 나이 들어 다시 읽으니 그때 안 보이던 게 보인다.
이 책의 일본어 제목은 ‘계로록(戒老錄)’이다. 말 그대로 늙음을 경계하는 글이다. 선생은 늙는다는 것은 모든 면에서 유아기로 돌아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노년에는 자기중심적이기 쉬운데 이는 유아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선생은 특히 ‘나의 생애는 극적’이라는 생각을 버리라고 당부한다. 선생은 “나만큼 고생한 사람도 없으니까 내 일생이야말로 텔레비전 드라마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을 자주 만났다고 한다.
나 역시 자기 인생을 소설로 쓰면 대박이 날 터이니 자기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 말하는 이를 종종 만난다. 다들 자신을 ‘파친코’나 ‘카지노’의 주인공쯤으로 생각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 같은 생각을 모두가 한다면 과연 그 삶만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타인의 인생에 대해서도 경의를 표할 줄 알아야 한다. 남의 인생이 아무리 평범해 보여도 인간의 일생은 한결같이 위대하다. 만약 내 인생은 극적이고 다른 사람의 인생은 평범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자신이 늙었다는 증거로 여겨야 한다.
최근에는 출판이 쉬워져 돈만 있으면 누구나 책을 찍을 수 있게 됐다. 오래 살면 그만큼 써서 남길 것도 늘어나는 법이다. 이에 많은 사람이 자서전·시집·화집·수필집 등을 자비 출판하고 있다.
책을 내면 대부분 출판기념회를 열고 책을 무료로 나눠 준다. 그러나 이런 자리에 빈손으로 가는 이는 없다. 결혼식·장례식 경조사비도 만만찮은데 출판기념회 축의금까지 내야 하니 초대받은 사람 입장에서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자기 삶이 아무리 대단해도 남에게까지 동일한 감동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이런 책은 헌책방에서 받아 주지도 않아서 책장에서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다가 결국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소노 선생은 출판기념회를 열어 자필 사인이 담긴 책을 나눠 주는 일을 삼가라고 당부한다. 실제로 선생은 일본에서 손꼽히는 인기 작가임에도 한 번도 출판기념회를 열지 않았다.
가장 좋은 것은 책을 내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며 더 좋은 것은 책을 내지 않는 일이다. 더 더 좋은 것은 자신의 인생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정 책을 내고 싶다면 출판사 투고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쪽에서 거절한다면 깨끗하게 포기하는 게 옳다.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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