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한의 중국고전] ‘문재명’ 의혹 기어이 인정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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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 자진출두해 당당히 무죄 입증한 야율초재
‘문재명’ 국감 출석 거부하는 野와 극명한 대조

오주한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9-30 06:30:20

▲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이 2월4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의 문 전 대통령 자택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율초재(耶律楚材)는 금말원초(金末元初)의 학자·정치가다. 한화(漢化)된 거란인으로서 모든 학문에 통달한 인물이다.

야율초재는 대쪽 선비의 대명사다. 1215년 금나라 수도 중도(中都) 대흥부(大興府)를 함락한 몽골 대칸 칭기즈칸(Chingiz Khan)은 야율초재를 수하로 부리고자 했다. 칭기즈칸은 이미 불가에 귀의한 야율초재를 억지로 끌고 왔다. 그러고는 “네가 여진족에게 나라 잃은 거란 사람임을 안다. 여진족을 모조리 죽여 네 원수를 갚아 주겠다”며 회유했다.

야율초재는 꼿꼿이 서서 “제 조상 대대로 금나라에서 벼슬을 했는데 원수는 무슨 원수랍니까”며 단칼에 거부했다. 칭기즈칸의 좌우는 “이 오만한 거란 노예를 당장 죽이자”며 칼을 빼들었다. 그러나 그 당당함을 높이 산 칭기즈칸은 껄껄 웃으며 기어이 야율초재의 진심어린 복종을 얻어 냈다. 또 ‘우르츠사하리(수염이 긴 자)’라는 별명도 붙여 줬다.

칭기즈칸은 자나 깨나 야율초재로부터 치국지도(治國之道)의 가르침을 얻었다. 야율초재는 한 몽골 장수가 “너 같은 먹물을 어디에 쓸꼬?”라며 시비 걸자 “마상득지 마상치지(馬上得之馬上治之·‘말 타고 얻은 천하를 말 타고 다스릴 수 있겠는가(居馬上得之寧可以馬上治之乎)’라는 한나라 육가의 말을 축약한 것)”라는 한마디로 상대의 입을 다물게 하기도 했다.

야율초재의 대쪽 풍모는 몽골제국의 2대 대칸 오고타이 칸(Ogotai Khan) 치세에 절정에 달했다. 어느 날 야율초재는 오고타이가 총애하는 황금씨족(Altan urug·황족) 하나가 중죄를 짓자 즉각 잡아들였다. 노한 오고타이는 오히려 “수염 긴 놈을 잡아오라”고 해서 야율초재를 투옥시켰다. 오고타이는 뒤늦게 “우르츠사하리의 뜻에 따라 국정을 펼치라”는 부친의 유훈을 떠올리고 야율초재를 풀어 줬다.

그런데 야율초재는 아늑한 안방에 숨는 대신 그 길로 조정에 자진 출두해 오고타이 앞에서 일갈했다. “신(臣)이 죄가 없다면 왜 체포했으며 죄가 있다면 왜 석방했습니까?” 즉 ‘나는 만천하에 무죄를 입증해야 속이 시원하니 대칸도 어디 한번 내 유죄를 입증해 보라’는 요구였다. 할 말이 궁해진 오고타이는 결국 야율초재의 무죄를 인정했다.

국정감사 증인·참고인 채택 과정에서 야당 주도로 ‘문재명(문재인+이재명)’ 측은 빠지고 영부인·명태균 등만이 채택됐다. 이에 야당이 ‘찔려도 뭔가 단단히 찔리는 게’ 있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정치권 안팎에 무성하다. 채용 특혜·개발 특혜 등 의혹의 ‘문재명’이 정말 당당하다면 야당은 야율초재처럼 ‘문재명’ 측의 국감 자진 출두에 응하는 게 옳다. 만천하에 무죄를 소명할 기회마저 스스로 차 버린다면 그들 스스로 유죄를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다.

오주한 정치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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